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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사설] ‘집 충분’은 허상이라는 인구주택 총조사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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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국민의 아파트 선호 현상은 유별나다. 국민 절반이 아파트에 살고, 10명 중 7명은 아파트로 이사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런데 29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건축된 주택 총 40만1000가구 가운데 아파트는 31만1000가구였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직전 5년간 연평균 아파트 공급량인 39만3200가구보다 20.9%나 적은 수준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는 대국민메시지를 낼 때마다 주택 공급이 충분하다며, 현실과 동떨어진 주장을 하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는 “올해 서울 입주물량은 8만3000가구로, 지난 10년 평균인 7만3000가구와 비교하면 결코 부족하지 않다”고 했다. 이 수치 가운데 아파트는 지난해보다 1만5000가구 감소한 4만2000가구로, 나머지는 수요자 선호도가 낮은 빌라·단독주택 등이다. 이마저도 민간(부동산114) 집계 아파트 입주물량(3만864가구)보다 1만가구 이상 높게 잡은 것이다. 104%라는 우리나라 주택 보급률(주택 수/가구 수)이 공급의 질적인 부분을 반영하지 못하듯 서울에서 살고 싶은 집은 아직 태부족이다. 집은 충분한데 투기와 불안심리가 문제라는 고장 난 레코드를 반복할 게 아니라 역세권 등 입지 좋은 곳의 노후 아파트 재건축을 활성화해 ‘좋은 집’에 대한 욕구를 채워줘야 한다.

이번 조사에서 전체 가구 중 1~2인 가구 비중이 60%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의 변화는 주택 공급정책을 수정하라는 신호다. 1~2인 가구 분화로 인구는 줄어도 가구 수는 오히려 늘고 있는 만큼 공급난은 지속될 전망이다. 코로나 사태 이후 집은 재택근무를 위한 오피스와 여가를 즐기기 위한 레저·문화 복합공간이 됐다. 이러한 트렌드를 반영한 1~2인 가구용 신평면 중소형 아파트 개발에 민·관이 성과를 내야 한다.

공급이 부족해 생긴 과도한 압력(가격 상승)을 빼줘야 집값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은 상식이다. 정부는 앞으로 10년간 연평균 전국 56만가구, 수도권 31만가구, 서울 10만가구씩 공급하겠다는 로드맵을 세워놓고 있다. 최근 10년 연평균 주택 건설 실적이 전국 46만가구인데 해마다 그보다 10만가구씩을 더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집값 처방을 공급 쪽으로 잡은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지난해 8·4대책, 올해 2·4대책 등 주요 공급대책이 지지부진한 상황이고 새 아파트 공급의 젖줄인 민간 재건축·재개발을 불온시하면서 도달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정부의 공급 모드가 성난 부동산 민심을 달래려는 숫자놀음에 불과했다는 판정을 받지 않으려면 실적으로 증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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