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언론중재법 개정 강행에 "위헌성 심각해 실패할 것"
"檢, 연간 10여 건 대형비리 수사만…공수처 돕겠다"
"정부 일자리 허접…고용보장 후퇴시켜 기업투자 유도"
인터뷰 하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 |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한지훈 기자 =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30일 "집권하면 청와대 규모를 줄이고 내각과 직접 소통하겠다"고 밝혔다.
윤 전 총장은 이날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고 "(장관들에게) 인사권을 위임하고, 중앙정부 권한을 줄이고, 권한과 예산을 지방에 나눠 실질적인 지방자치가 이뤄지게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더불어민주당이 언론 보도에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려는 데 대해 "위헌성이 굉장히 심각하다"며 "실패할 거로 본다"고 비판했다.
현 정권의 '검찰개혁'으로 탄생한 고위공직자수사처(공수처)에 대해선 "더 제대로 일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며 "전국 검찰은 1년에 10∼20건 대형 비리만 수사하면 된다"는 입장을 보였다.
윤 전 총장은 본인을 포함, 여야 대선 후보들이 모두 부동산·일자리 대책을 1·2번 공약으로 제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정부 주도로 저가 아파트를 대량으로 지어 청년들에 직접 분양하는 방안과, 고용 보장을 완화해 기업 투자를 늘리고 연공서열제를 폐지하는 방안 등을 거론했다.
다음은 윤 전 총장과의 일문일답.
-- 민주당이 언론 보도에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려고 한다.
▲ 민주당이 밀어붙이는 개혁 법안은 개악에 가깝다. 이번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일단 시끄럽게 못 떠들게 하고 인터넷에 올라온 기사를 바로바로 삭제하기 위한 법안이다. 위헌성이 굉장히 심각하다. 우리나라 다른 어느 분야에도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도입 안 됐다. 언론의 자유를 위축시킬 것으로 보인다.
-- 언론의 자유 문제로 보나.
▲ 표현의 자유와 달리 언론의 자유는 언론 기관의 자유와 책임을 말한다. 언론사를 이렇게 규제하면 기자들에 대한 사내 검열과 통제가 강화될 것이 분명하다. 정권 교체와 정치 상황 변화에도 언론이 많은 영향을 주는데, (권력을) 고착화하려는 시도는 한 번도 먹힌 적이 없다. 이거 실패할 거라고 본다. 이 법을 통해서 추구하려는 목적을 결코 달성할 수 없을 것이다.
-- MBC, KBS 등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이 이슈다.
▲ 지배구조를 완전히 개혁해야 한다. 지배구조를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만들어 국민에게 좋은 콘텐츠를 제공하게 하는 것이 중요한 국가 경영이고 정치 아니겠나. 영국 공영방송인 BBC의 지배구조에 관심이 많다. 대통령 됐다고 KBS 사장 바꿔서 친정부 방송시키는 유치한 국가 경영은 하지 말아야 하지 않겠나. 왜 수신료 받아서 국가 자원을 낭비하나. 이럴 거면 차라리 민영화하는 게 낫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은 검사 스스로 지켜야 한다고 하듯이 공영방송의 공공성과 정치적 중립도 그 안에 근무하는 분들이 자부심을 느끼고 지켜야 한다.
-- 공수처는 어떻게 할 생각인가.
▲ 어차피 만든 건데, 공수처가 더 제대로 일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 원래부터 국가 사정 역량을 증대해 부패를 줄일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공수처 설치에 찬성했다.
-- 경찰 권력 비대화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 정치 이념 싸움에서 이기려고 억지 주장하면서 사법제도에 손대 국민을 실험실로 내몰았다. 국민이 불쌍하지 않나. 하지만 이걸 원상복구 하겠다고 완전히 다시 뒤집으면 더 큰 문제가 생긴다. 국민에게 예측 가능성을 보장하고, 문제가 생기는 건 조금씩 손보면 된다. 오래전부터 전국 검찰이 1년에 10∼20건, 서울중앙지검이 5∼6건의 대형 비리만 수사하면 되지 않나 생각해왔다.
--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복안은.
▲ 여야가 대선에서 내세울 공약은 뻔하다. 1번이 집값, 2번이 일자리, 3번이 팬데믹 수습이다. 그중 집값은 시장에서 주택 공급이 늘면 자연스럽게 떨어질 것이다. 청년 세대를 위해선 정부가 집을 지을 수 있는 부지가 많이 있다. 그런 데다 시공사들에 입찰 붙여서 저가 아파트를 짓고 시행사 없이 정부가 직접 분양하는 게 기본 방향이다. 고급이 아니어도 되지 않나. 젊은 사람들에게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높여 주더라도 부도 안 난다.
-- 다주택자 규제 방안.
▲ 집을 두 채 정도 가질 수도 있다. 그런데 임대 사업자가 수십 채, 수백 채 갖고 있으니 시중에 매물이 안 나오지 않나. 이들에 대한 특혜를 회수해 매물이 풀리게 해야 한다. 어려운 일 아니다. 집값 잡는 게 쉬운 일이라고 하는 건 아니지만, 잡겠다고 마음먹으면 그렇게 가는 게 기본 방향이다.
-- 고용 문제 해법은.
▲ 일자리는 기업이 늘리는 것이다. 정부가 늘려봐야 그야말로 허접한 일자리밖에 안 나온다. 국가 전체로 보면 서로 나눠 먹는 복지 시스템밖에 안 되는데, 일자리는 성장과 연계가 돼야지 복지로 가선 안 된다. 규제 완화의 혁신이 필요하다.
-- 어떤 고용 규제 완화인가.
▲ 해고를 자유롭게 하자는 건 아니지만, 고용 보장이 너무 경직돼 있다. 전체 근로자 10%의 기득권 때문이다. 고용 보장을 조금 더 후퇴시켜서 기업이 투자할 수 있게 하는 게 가장 좋다. 연공서열제를 채택한 나라가 많지 않다. 국제노동기구(ILO) 협약을 지키자고 하면서 동일노동에 대한 동일 임금은 왜 안 지키나. 그러면서 일자리를 만든다는 건 사기다.
-- '윤석열 사단'에 대한 우려가 있다.
▲ 검찰 안에서도 제 사단이라는 건 없었다. 같이 일한 사람 쭉 챙기고 밥 먹고 등산 가는 거 제일 싫어했다. 검찰총장 때 인사를 제가 다 했다는 건 거짓말이다. 중요한 사건이 있으면 사건 해결하는 데 가장 필요한 사람을 법무부와 협의해 배치했다.
-- 집권하면 인사는 어떻게 할 건가.
▲ 청와대 규모를 줄이고 내각과 직접 소통하겠다. (장관들에) 인사권을 많이 위임하고, 중앙정부 권한을 줄이고, 권한과 예산을 지방에 나눠 실질적인 지방자치가 이뤄지게 하겠다. 백화점도 각 매장에 있는 현장 직원 판단하에 영업하는 게 가장 효율적이라 한다. 현장에 답이 있으니 일선에서 판단하도록 해야 한다. 책임은 지더라도 인사권과 실제 의사 결정권은 많이 위임하는 게 선(善)이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날 건가.
▲ 얼마든지 만나겠다. 쇼하거나 국내 정치 문제를 해결하려고 활용하진 않겠다. 소위 '진보 정부'에서 남북 관계가 좋아졌나. 실질적인 결과가 있어야 하는데 북한을 도와주려고 해도 유엔 제재 때문에 할 수가 없다. 남북관계 진전을 위해서는 북한 비핵화가 진전되도록 해야 한다. 중국도 도움을 주게 하면 교류를 확대할 수 있지 않겠나. 대북 제재를 피하면서 인도적 대북 지원은 해줘야 한다. 그건 헌법상의 요구다. 북한 주민은 대한민국 국민이기 때문이다. 그러려면 북한에도 양은 냄비 공장이 아니라 첨단 산업을 유치하게 해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 결국 핵 문제에 진전이 없으면 해결할 수 없다.
-- 과거 보수 정부는 천안함 폭침 사과 등을 대화 조건으로 걸었는데.
▲ 한일 관계와 같은 문제다. 독도나 위안부 문제를 이유로 '이러면 올림픽 못한다'는 식은 안 된다. 협력해 나가면 뚫린다고 본다. 교과서·위안부·강제징용·독도 문제는 싸우더라도 기업인이나 의원끼리는 교류해야 관계가 진전된다. 우리와 중국도 마찬가지다. 우리와 중국은 미국보다 더 가깝게 협력해야 할 것도 있고, 미국을 의식하고 일본을 의식해서 더 신중해야 할 것도 있다. '이게 안 되면 교역이고 뭐고 안 된다'는 식의 접근은 국가 간 관계에서는 굉장히 위험하다.
hanj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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