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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수용자 교화는 가족이 가장 중요… 자녀들과 1박 만남도" [부산fn이 만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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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이 있는 교정' 실천 김영식 부산구치소장
코로나로 대면 접견 제한되며
다양한 종교·교육 프로그램 운영
정부·부산회복연구소와 협력
가족들에 무료 심리상담도
사회관계망 회복도 지원사격
교정위원들이 친구·이웃 역할
출소 후 취업까지 '숨은 헌신'


파이낸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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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용자들이 비록 사회와 격리돼 있지만 인권마저 격리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인권과 질서가 조화로운 신뢰받는 구치소 실현을 통해 지역사회 안전에 기여할 뿐 아니라 수용자 교화에도 보람이 넘치는 기관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김영식 법무부 부산구치소장(사진)은 29일 "세계적인 확산으로 팬데믹 사태를 빚고 있는 코로나19에 철저하게 대비하고, 올해 특히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혹서기 수용자 관리에 어느 때보다 신경을 쏟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부산구치소는 신입 수용자가 오면 코로나 검사를 한 후 사실상 4주간 격리 수용하고, 최종 검사를 통과하면 본방으로 재배치하는 강력한 예방관리를 하면서 1명의 감염자도 발생하지 않고 있다.

부산구치소는 현재 600여명의 직원들이 약 1800명의 수용자들을 보호하고 있다. 독일에 파견돼 막스 프랑크 국제범죄학연구소 연구원(법학박사)으로 활동한 경력도 있는 김 소장은 취임 이후 수용자들의 인권 보호와 교정 선진화를 위해 힘을 쏟고 있다.

취임 넉달 만에 수용자 교화 자원봉사단체인 교정협의회 후원지원으로 수용자 집중인성교육실과 심리치료실에 처음으로 소형 원두커피 머신 2대를 설치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가족과의 접견이 제한되는 등 단절된 생활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수용자들의 교육과 상담, 심리치료프로그램 참여 의욕을 높여 나가고 있다.

김 소장은 "코로나 사태로 면회가 어려운 요즘과 같은 시기에는 교정 서적과 종교 간행물을 방마다 넣어 주고, 구치소 내에서 종교행사가 전면 중지되자 종파별로 안배해 기독교 설교, 천주교 강론, 불교 법문을 자체 방송을 통해 들려주는 특별한 대안도 전국 최초로 마련해 운영하는 등 수용자들의 심리적 정서 건강관리에도 신경을 쏟고 있다"고 전했다.

부산구치소의 경우 환자 의료처우를 예방체제로 개선해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수용동마다 작은 문고를 개설하는 등 크게 인권신장을 한 것이 좋은 평가를 받아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인권보호 최우수 교정기관 표창장을 수상하기도 했다.

부산구치소는 면회 온 가족 중 심리적 상담이 필요한 민원인에게 부산회복연구소(대표 김묘연) 측과 협력해 무료로 가족지원 상담을 전국 유일하게 민원실에서 실시하고 있다.

김 소장은 "수용자 가족건강성과 위기가족 지원 업무를 2007년 제안해 개인적으로 가장 심혈을 기울여 추진해 왔던 정책으로 2012년 행정안전부, 교육부,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 등 7개 부처가 업무협약(MOU)을 맺고 새롭게 협력 시행하게 된 것을 큰 보람으로 느끼고 있다"며 "수용자 교화의 가장 결정적인 관계의 대상이 '가족'으로 이를 통해 그 어떤 수용자도 변화될 수 있다"는 확신을 들려줬다.

부산구치소는 일반 접견을 위주로 하고 있지만 가족을 통한 교화나 건강성 회복을 위해 '가족접견실'을 따로 마련해 운영하고 있는 것도 김 소장의 이 같은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김 소장은 "어린 자녀들에게 미칠 부정적 영향을 예방하고자 일반주택의 거실과 같은 분위기의 시설을 갖추고 수용자 복장을 일반 사회의 단정한 옷으로 갈아 입혀서 자녀들과 함께 몇 시간 동안 함께 간식도 먹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가족 프로그램이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가족관계 회복이 특별히 필요한 수용자에게는 '가족 만남의 집'이라고 해서 1박2일 동안 가족과 함께 숙식을 할 수 있는 가족 프로그램도 마련해 놓고 있다.

김 소장은 자원봉사자로 구성된 교정협의회가 수용자들의 좋은 친구나 가족이 되어 주어 사회관계망을 회복하는 데 도움을 주고 심신 건강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는 데 대해 무엇보다 고마움을 표시했다.

부산구치소 교정협의회는 수용자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여름철 무더위를 조금이나마 덜어주기 위해 매년 생수를 지원하고 이를 꽁꽁 얼려 혹서기에 지급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여름철마다 무더위를 심하게 느끼는 거실에 대한 온도를 정기적으로 체크하고 스프링클러를 옥상에 설치해 기온을 낮추는 노력도 처음으로 시도해 적용하고 있다.

김 소장은 "수용자들의 효과적인 교정·교화에 있어 교정위원들의 참여와 역할이 선진국으로 갈수록 규모가 커진다"면서 "수용자의 이웃인 교정위원들이 민간인 입장에서 서로 따뜻한 마음을 나누고 출소 이후 취업 알선까지 해주는 헌신적인 '숨은 봉사'에 고마운 마음을 깊이 느끼고 있다"고 강조했다.

'학구파'로 통하는 김 소장은 25년 전 부산구치소 중대장 시절, 울산 출신 유명 개그맨 김영철이 군복무로 입대해 생활하였는데 어느 날 같이 영어회화반을 만들어 운영하기도 했다. 김 소장은 "당시 개설해 운영했던 영어회화반이 라디오 프로그램 등을 진행하는 김영철로 하여금 영어 잘하는 개그맨으로 유명하게 된 계기 중 하나가 됐을 거라며 작은 보람도 느낀다"며 일화를 들려줬다.

한편 김 소장은 "교도관이야말로 신이 주신 축복된 직업으로 수용자들의 자살을 방지하고 그들에게 희망을 심어주는 '사람을 살리는' 보람된 직업이며 사회의 안전과 사람을 변화시키는 데 관심을 가진 청년들에게 권장할 만한 직업으로서 아주 적합하다"고 강조했다.

오늘날 교정기관은 과학적·체계적 수용관리체계와 전자경비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어 일반 국민들이 우려하는 것보다 실질적으로는 해마다 더욱 안전한 직무환경이며, 현재 4교대 근무체제로 운영되면서 워라밸 시대 가장 각광받는 직업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김 소장은 지난 1월 일반직 고위공무원으로 승진해 제66대 부산구치소장에 취임했다. 부산 대동고와 고려대 행정학 석사, 전북대 법학 박사를 졸업한 그는 1990년 교정간부 33기로 임관한 후 소록도지소장, 법무부 교정본부 사무관, 정읍교도소장, 법무연수원 교정연수과장, 서울지방교정청 총무과장, 군산교도소장, 부산교도소장 등 주요 보직을 두루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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