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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1 (토)

부탄, 성인 대상 백신접종 완료...히말라야의 희망, 어떻게 가능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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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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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탄의 파로 주택가 골목에서 2017년 10월 어린이들이 환하게 웃고 있다. 정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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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 산맥의 소국 부탄에서 세계 최초로 성인 대상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완료됐다. 국제사회의 지원과 정부의 신속하고 효율적인 조치, 고위 관료들의 일관된 메시지 등이 백신접종 성공의 비결로 꼽힌다.

부탄 보건부는 지난 27일 성인 인구의 90%가 백신접종을 완료했다고 밝혔다고 AP통신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유니세프(유엔아동기금)가 지난 20일 부탄에 백신 2차 접종분을 공급한 지 일주일 만이다.

부탄은 인도와 중국 사이 히말라야 산맥에 위치한 나라로 총인구는 약 78만명, 성인 인구는 약 53만명으로 추산된다. 적은 인구는 백신접종에 유리한 점이지만 국토 대부분이 산간 고원지역이고 농업과 관광산업에 의존하는 경제적 약소국이라 백신접종에 불리했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지원과 정부, 지역사회의 노력이 어우러지면서 부탄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집단 면역을 달성했다.

부탄 정부는 지난 4월 인도 정부로부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55만명 분을 무상으로 기증받은 뒤 백신접종을 시작했다. 중국과 인도가 저개발국 대상으로 백신외교를 펼칠 때 끌어낸 성과였다. 백신접종 2주 만에 성인의 85% 접종률을 달성했지만 인도 정부가 자국의 코로나19 확산으로 백신공급을 중단하면서 접종은 난관에 봉착했다. 이후 부탄 정부는 UN과 WHO(세계보건기구) 등이 참여하는 백신 공동 구매·배분을 위한 국제 프로젝트 코백스 퍼실리티를 통해 모더나와 화이자 백신 55만5000명분을 지급받았다. 덴마크, 크로아티아, 불가리아로부터도 40만명분의 백신을 추가 확보했다.

부탄에서도 백신에 대한 막연한 공포와 루머가 번졌지만 부탄 정부는 효율적이고 일관성있게 대처했다. 전국에 1200곳의 백신접종센터를 세우고 약 3000명의 의료진을 조직해 백신접종지원단을 꾸렸다. 센터를 찾지 못하는 오지마을의 경우 오렌지색 유니폼을 입은 지원단원들이 직접 찾아가 접종시켰다고 부탄 예방접종위원회 소속 소남 왕축이 AP통신에 전했다. 지난 1년 간 2만2000명이 백신 관련 자원봉사에 참여했다. 백신 보관을 위한 냉각유통설비도 마련하고 철저히 관리했다.

총리와 국왕 등 국가 요인들도 백신접종률을 높이기 위한 헌신적 노력에 나섰다. 의사 출신인 로테이 체링 총리는 백신 접종 관련해 정부 페이스북 댓글에 올라온 질문에 직접 답하며 접종을 독려했다. 부탄 외교부와 보건부 장관도 의사 출신이다. 입헌군주제로 이행하고 국민들의 행복을 위한 정책에 관심을 보여 부탄 국민들의 존경을 받는 지그메 케사르 남기엘 왕축 국왕도 전국을 돌며 접종을 독려했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별의 움직임이 좋지 않다”, “원숭이띠만 먼저 접종을 받아야 한다”는 등의 점성술사들의 말이 번지기도 했지만 정부의 이 같은 노력으로 백신에 대한 불신이 뿌리내리지 않을 수 있었다.

윌 파크스 유니세프 부탄 지부 대표는 “의사와 간호사의 수가 매우 적은 부탄이지만 헌신적인 왕과 지도자들 덕분에 사람들을 결집할 수 있었다”며 “전 세계에 대한 백신 접종이 불가능한 게 아니다. 히말라야의 작은 왕국이 감염병 유행으로 고통받는 전 세계의 희망의 등대가 될 수 있다”고 AP통신에 말했다.

박은하 기자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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