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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美 자리에 탈레반 앉힌 中 ···아프간서 세력확장, 신장 위협 제거 ‘두마리 토끼’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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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탈레반 2인자 안방으로 불러 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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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외교수장이 수도 베이징 인근 톈진에서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을 면담하며 신장위구르에 대한 탈레반 세력확장을 견제하고 나섰다. 특히 중국이 탈레반을 면담한 자리가 앞서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과 회담한 자리라는 점에서 아프간에서의 세력교체 인식을 주려는 의도로 보인다.

28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이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이날 톈진에서 탈레반 2인자 물라 압둘 가니 바라다르가 이끄는 탈레반 대표단을 만났다. 명목은 탈레반과 아프간의 평화와 재건 방향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였지만 실질적으로는 무슬림들이 주로 거주하는 중국 서부 신장위구르에 대한 탈레반의 위협제거에 집중했다.

왕 부장은 이 자리에서 “현재 진행중인 미군 철수는 미국의 아프간 정책 실패를 상징한다. 이는 아프간 국민들이 자국을 안정시키고 발전시킬 중요한 기회다. 중국은 아프간의 최대 이웃으로 주권독립과 영토 보전을 존중하며 내정에 간섭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신장위구르 ‘독립’을 추구하는 동투르키스탄 이슬람운동(ETIM)을 직접 거명하며 탈레반과 갈라치기를 시도했다. 왕 부장은 “ETIM는 중국에 직접적인 위협”이라며 “탈레반이 ETIM 등 모든 테러단체와 철저히 선을 긋고 지역의 안전과 발전 협력을 위한 적극적인 역할을 발휘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바라다르도 “탈레반은 어떤 세력도 아프간의 영토를 이용해 중국에 해를 끼치는 일을 허락하지 않겠다”고 호응하며 “중국이 아프간 재건과 경제발전에 더 큰 역할을 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탈레반은 지난 2001년 9·11테러 직후 미군의 침공으로 정권을 잃었지만 현재는 예전의 세력을 거의 회복한 상태다. 이에 따라 미군이 8월 말까지 완전히 철군하면 혼란에 빠진 아프간이 중국에도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중국은 아프간과 76㎞ 가량의 국경을 맞대고 있다. 소식통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중국은 아프간의 내부 분쟁은 아프간 내에서 해결해야 하며, 중국의 안보에 위협이 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탈레반은 같은 무슬림인 신장위구르 독립 운동을 과거 지원했으나 현재는 이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흥미로운 점은 이날 중국 외교부가 공개한 사진에 따르면 중국은 이틀 전 톈진을 방문한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앉았던 자리에 바라다르를 앉히고 회담을 진행했다는 것이다. 아프간의 중재자가 미국에서 중국으로 변화했다는 인식을 대내외에 알리는 차원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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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28일 인도를 방문한 자리에서 탈레반의 세력확장에 대해 경고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S. 자이샨카르 인도 외교장관과 합동 기자회견에서 “탈레반이 무력으로 아프간을 장악하고 자국민에게 잔혹행위를 할 경우 ‘왕따 국가’(pariah state)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여전히 아프간과 깊게 관계를 맺고 있으며 여러 형태로 아프간 정부를 지원 중”이라며 협상 만이 아프간 평화를 향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베이징=최수문 특파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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