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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5000조 감당할 리더는 [서양원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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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김대중정부 5년 차인 2002년 길거리에서조차 카드 가입 유치 경쟁이 불붙었다. 신용이 좋건 나쁘건 발급해줬다. 그 결과 노무현정부 초기인 2003년 11월 카드대란이 일어났다. 카드빚을 못 막은 신용불량자가 240만명이나 양산됐다. 이명박정부는 참여정부에서 활발히 가동되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해체했다. 급감하는 출산율을 막아도 시원찮을 판에 방치하다 보니 세계 최저 출산국이 됐다. 박근혜정부는 이명박정부의 녹색성장을 거들떠보지도 않아 탄소저감의 기회를 놓쳤다. 문재인정부는 탈원전을 주도하면서 양립하기 어려운 탄소중립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5년 단임 대통령제하에서 집권 말기 및 정권 초기에 나타나는 방만과 부정이 이렇게 나라에 큰 부담을 준다.

내년에 들어설 정부는 국정 현안을 어떻게 다룰지 걱정된다. 당장 국내총생산(GDP)의 2.7배에 달하는 5000조원이 넘는 빚 문제가 우려된다. 국가채무 965조원, 가계부채 2045조원, 기업부채 2181조원. 이 중 국가채무와 가계부채의 증가 속도가 너무 빠르다. 한 번 통제력을 잃게 되면 나라 경제를 벼랑 끝으로 내몬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미 국가채무와 가계부채에 대해 폭발하지 않도록 관리하라고 경고했다.

국가채무비율(GDP 대비)은 문재인정부 출범 당시 36%에서 현재 48%로 급증했다. 여당은 일본(256%)보다 훨씬 낮아 양호한데 무슨 걱정이냐고 한다. 하지만 일본의 경우 국가채무의 90%를 일본 금융기관, 개인들이 갖고 있다. 게다가 해외 순자산은 3684조원으로 세계 1위 보유국이다. 여기에 엔화마저 기축통화 역할을 하고 있다. 가계부채가 GDP를 훌쩍 넘은 상황에서 가파르게 늘고 있는 국가채무를 가진 우리와는 상황이 다르다. 특히 급속한 저출산·고령화 속에서 세금 낼 사람은 적어지고 노령연금 등 각종 기금을 받아가는 고령자가 급증하는 추세를 감안하면 금세 위험 수준으로 들어간다. 지난달 발표한 한국은행의 금융안정보고서는 이런 국가채무와 가계부채의 양과 증가 속도를 심각하게 경고한 것이다.

영끌, 빚투까지 하면서 급증한 개인부채는 물론이고 코로나19로 인해 벼랑 끝에 몰린 600만 자영업자들의 부채는 언제든지 폭탄이 될 수 있다. 특히 양극화가 심한 상황에서 극단에서 발생하는 꼬리위험(Tail Risk)은 가계부채 폭발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

기업부채의 경우 다행히 기업자산이 2배 이상 많으니 견뎌낼 수 있다. 코로나19에 따른 금융 지원 연장으로 버티는 좀비기업들이 많은 것은 부담이지만 주요 수출기업과 비대면 세상의 강자로 부상한 정보기술(IT), 바이오, 배터리 등 미래기업들의 힘으로 위기를 막아낼 수 있다.

이런 빚더미 상황을 지금 대선 후보들은 얼마나 인식하고 있는지 걱정이다. 적어도 지금까지 출사표를 던진 유력 후보들은 퍼주기 포퓰리즘에 매몰된 듯하다. 경제를 활성화시키고, 국민을 편안하게 먹여 살릴 액션플랜이 안 보인다.

이 대목에서 임기를 10개월 남겨놓은 문재인정부가 정말 마무리를 잘해야 한다. 새로운 일을 벌이기보다는 어디서 어떤 위험이 터질지 보고,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부동산 폭등, 전·월세난의 해법인 공급 체계를 개선하지 않고 계속 방치하는 것도 직무유기다. 청년들에게 몇 푼 얹어주는 식으로 일자리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미 국무부가 세계에서 기업하기 힘든 나라로 한국을 지목한 것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온갖 족쇄를 채우고 있는 기업규제부터 확 걷어내야 한다. 그래야 좋은 일자리가 생기고, 빚을 갚고, 소비도 하는 선순환 구조로 갈 수 있다. 특히 재난지원금이나 각종 복지기금을 푼돈이 필요 없는 계층에게까지 퍼붓는 것은 재정을 망가뜨리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유럽의 탄탄한 재정국가였던 그리스를 11년 만에 국가 부도로 가게 한 단초를 만든 파판드레우 총리의 전철을 밟지 않기를 바란다.

[서양원 편집담당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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