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수차례 방역협력 제안
김정은 27일 ‘코로나 시련’ 언급해
청와대, 남북 정상회담엔 신중 입장
로이터 “논의 중” 보도에 “사실무근”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유엔총회에서 남북과 중국·일본·몽골이 참여하는 동북아 방역·보건협력체 구상을 제시했다. 북한이 대화를 단절한 지 석 달 만에 나온 첫 접촉 시도였다. 문 대통령은 지난 3·1절 기념사에서도 “(북한의 협력체 참여는)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상생·평화의 물꼬를 트는 힘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4월부터는 남북 정상의 친서 교환이 시작됐고, 5월 21일 한·미 정상회담의 공동성명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남북 대화와 관여, 협력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는 문구가 명시됐다.
그리고 통신선이 복원된 지난 27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전국노병대회’에서 “세계적 보건위기와 장기적 봉쇄로 인한 곤란과 애로는 전쟁 상황에 못지않은 시련의 고비”라며 코로나로 인한 어려움을 토로했다.
정부의 핵심 인사는 “친서 교환 과정에서도 정부는 미국과 긴밀히 소통하며 북한에도 미국의 입장을 전달해 왔다”며 “북한이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 기조가 나온 뒤 대화에 나설 뜻을 밝힌 것은 백신 지원으로 시작될 한·미의 대북 정책을 신뢰한다는 뜻”이라고 했다.
그러나 “백신 협력이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남북관계 개선에 너무 큰 기대를 가져선 안 된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대북 문제에 관여하고 있는 여권의 핵심 인사는 “방역물품과 백신 지원은 대화를 시작하기 위한 선결 과제일 뿐”이라며 “일단 북한이 코로나 때문에 국경을 봉쇄한 상황부터 해소해야 그다음 수순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단 대화의 단초가 마련됐다고 할 수 있지만 북한이 반발하는 8월 한·미 훈련 등에 대한 조치가 없다면 대화가 얼마만큼 진전될지 장담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청와대는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박경미 대변인은 이날 로이터통신이 “남북이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고, 판문점에 연락사무소를 건설할 것”이라고 보도하자 이례적으로 “사실이 아니다. 논의한 바 없다”는 문자를 배포하고 보도 내용을 전면 부인했다.
한편으론 미국과의 제재 면제 협의가 있긴 하지만 남북 간 철도·연결 사업 추진이 가시화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한 라디오에 나와 “기존 남북 간에 합의했던, 그런 합의의 토대 위에서 출발하기를 저희도 바라지 않겠느냐”며 “여러 제안을 가지고 앞으로 희망적으로 논의해 나가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여기서 말하는 ‘기존 합의’에는 4·27 판문점 선언 등이 포함되는데 판문점 선언엔 ‘동해선 및 경의선 철도와 도로 연결’ 내용이 포함돼 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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