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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유통업계 퀵커머스 '발등의 불'··· 현대百 '30분 배달트럭' 급히 출격시킨 사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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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조석근 기자= 쿠팡과 배달의민족(배민) 등 이커머스와 배달앱 플랫폼 업체들이 배송서비스에 대한 기존 유통업계의 틀을 깨고 있다는 점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이런 가운데 오프라인 중심의 현대백화점이 업계에선 처음으로 퀵커머스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퀵커머스는 '새벽 배송', '당일 배송'을 뛰어넘는 시간 단위 경쟁이다. 빠르면 10분, 늦어도 1시간이다. 유통업계는 배달앱 플랫폼 업체들이 특유의 속도와 편의성을 앞세워 신선식품, 생필품 시장을 정조준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백화점·대형마트·편의점 등 기존 유통 대기업들이 장악한 오프라인 채널에 대한 사실상 선전포고인 만큼 유통 대기업들도 대응을 서둘러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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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현대백화점은 60여종의 신선식품을 30분 내로 배송할 수 있는 퀵커머스를 서울 압구정동 본점 일대를 대상으로 시범 서비스한다고 18일 밝혔다. [사진=현대백화점] 2021.07.27 photo@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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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민 B마트 작년 4배 성장··· 쿠팡이츠는 더 할 수도

2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은 최근 서울 압구정 본점을 중심으로 주문과 동시에 30분 내 배달이 가능한 퀵커머스 서비스를 개시했다. 수산물, 육류, 채소류 등 신선식품 60여종이 대상이다. 현대백화점은 이를 위해 압구정 본점 반경 3km 이내 이동식 물류기지 역할을 맡는 트럭 4대를 상시 운행한다.

이 트럭들은 주문 접수부터 제품 입·출고, 분류 등 물류센터 기능은 물론 직접적인 배송 역할까지 맡는다. 현대자동차가 지원한 전기충전 트럭들이다. 온라인 주문이 이뤄지는 즉시 이곳에서 주문자의 집으로 신선식품들이 전달된다. 현대백화점은 오는 10월까지 3개월간 시범 서비스를 토대로 서비스 지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현대백화점은 이번 서비스가 최근 유통업계 최대 쟁점으로 떠오른 퀵커머스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차원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유통업계는 현대백화점의 이같은 움직임이 플랫폼 업체들을 향한 백화점 및 대형마트의 위기감을 고스란히 드러낸다고 지적한다.

현대백화점은 물론 신세계, 롯데 등 대형 유통업체들은 새벽배송, 당일배송 등 소비자 생활패턴을 겨냥한 다양한 배송 시스템을 이미 갖췄다. 현대백화점의 경우 지난해 '투홈'을 론칭하며 백화점 내 주요 맛집에 대한 배달 서비스를 도입했다.

백화점 식품관 및 생활관, 대형마트에서 일상적으로 소비되는 품목들을 주문 즉시, 이르면 10분 안팎에 배송하는 퀵커머스는 그 차원이 다르다. 플랫폼 업체들 중 먼저 포문을 연 곳은 배민이다. 2019년 'B마트'를 출시하면서 수도권 일부 지역을 대상으로 서비스 중이다.

과일, 채소, 정육, 수산, 가공식품, 라면류, 생수 및 음료 등 7000여개 품목에 대해 모바일 주문 이후 1시간 내 배송이 이뤄진다. 배민 B마트의 구체적인 최근 실적은 공개되지 않았다. 그러나 배민을 비롯한 플랫폼 업체들은 코로나19 이후 가장 큰 성장을 기록한 업종으로 손꼽힌다.

지난해 배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의 서비스 매출액은 8597억원으로 전년 대비 72% 증가했다. 같은 기간 B마트가 포함된 상품 매출은 2173억원으로 4배나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소비자들이 외출을 꺼리면서 온라인 유통시장이 급속히 확대됐다"며 "퀵커머스에 대해서도 소비자들의 반응이 그만큼 우호적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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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마트 직원이 고객이 주문한 상품을 후방 배송장으로 옮기기 위해 상품 분류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롯데마트] 2020.07.02 nrd8120@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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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유통업계를 더 긴장시키는 쪽은 쿠팡이다. 쿠팡은 이달 들어 서울 송파구를 중심으로 쿠팡이츠 시범 서비스에 들어갔다. 배민 B마트와 마찬가지 식료품, 생필품 등 26개 카테고리 내 주문 품목에 대해 배송료 2000원이면 10분 이내, 심지어 6~7분 이내로 배달된다.

소비자들 입장에서 배송료만 지불하면 모바일 앱으로 장보기는 물론 편의점, 슈퍼마켓 방문을 위한 단시간 외출까지 대체할 수 있을 정도다. 쿠팡은 시범 서비스 성과를 토대로 강남권 등 서울 다른 지역으로 확대한다는 입장이다.

플랫폼 업체들의 최대 무기는 특유의 속도와 확장성이다. 대형 유통업체들 입장에서도 좀처럼 따라잡기 힘든 부분이다. 우선 쿠팡과 배민 모두 주문이 이뤄지는 퀵커머스 품목들을 자체적으로 구입, 보관, 배송하는 물류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대형 유통업체들이 통상 위탁업체들을 통해 입·출고, 보관 등 재고관리, 포장, 출하하는 것과 달리 물류관리 단계가 크게 줄어든다.

특히 쿠팡은 2000년대 설립 이후 축적된 막대한 고객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인공지능(AI)이 자동으로 수요를 예측, 매입과 재고 확보가 이뤄지도록 하는 시스템을 갖췄다. 모든 물류단계를 일괄 처리하는 '풀필먼트 시스템'에 ICT 기술을 결합시켜 유통 마진의 핵심고리인 재고 낭비를 최소화했다.

여기에 배송에 필요한 인력인 라이더 고용 부담이 없다. 모바일 플랫폼에 등록된 라이더들에게 배송 일거리를 자동으로 배분하고 건당 수수료만 지급하면되는 구조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플랫폼 업체들은 유통업체들처럼 매장을 유지하고 인력을 고용하는 데 비용을 들일 필요가 없다"며 "그만큼 신규 사업에 대한 진입과 확장 속도가 빠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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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지난해 부문별 실적추이


◆ 대형마트·편의점 손님 다뺏길라 '다급'

유통업계도 대응책 마련에 부심 중이다. 대형 유통업체들 입장에선 백화점, 마트, SSM(기업형 슈퍼마켓) 등 도심 곳곳에 진출한 매장들이 강점이다. 도심 내 퀵커머스 배송에 유리한 물류 거점으로 우선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마트가 '이마트 에브리데이'를 퀵커머스 거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는 SSG닷컴의 수도권, 각 광역시 주요 매장의 온라인 주문마감을 오후 1시에서 7시까지 확장했다.

롯데그룹은 통합 온라인몰 '롯데온'을 통해 롯데마트의 경우 주문 2시간 이내 '바로 배송' 서비스가 이뤄지도록했다. 롯데슈퍼는 1시간 내로 적용하는 게 목표다. 롯데 관계자는 "퀵커머스가 대세로 떠오른 측면이 분명하다"며 "다양한 배송 서비스를 갖추는 한편 효율적인 배송방안을 고심 중"이라고 말했다.

GS리테일은 아예 배달 플랫폼 업체 요기요 인수를 추진 중이다. 요기요는 지난해 9월 배민 B마트와 유사한 '요마트'를 론칭했다. GS리테일의 경우 전국 GS25 편의점 1만5000개와 SSM GS더프레시 체인망,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5000여개 물류거점을 갖추고 잇다.

지난 6월 GS25와 GS더프레시에 각각 배달 서비스를 도입하기도 했다. 요기요는 배민에 이은 배달 플랫폼 내 2위라는 애매한 시장점유율로 예상 인수가가 당초 2조원에서 1조원 미만으로 떨어졌다. GS리테일 입장에선 기대를 높이는 부분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대형 유통업체들의 경우 오프라인 출점에서 유통산업발전법 등 골목상권 보호를 위한 규제가 적용되지만 플랫폼 업체들은 그렇지 않다"며 "플랫폼 확장세에 골목상권에 이어 대형 업체들도 위기를 느낄 수밖에 없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mysu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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