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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혼돈의 가상화폐

비트코인 가격이 0원이 되는 5가지 시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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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 핀테크월드] 지난 6월 '스킨 인 더 게임' '블랙스완' 등의 저서로 유명한 나심 탈레브가 '비트코인, 화폐, 그리고 취약성(Bitcoin, Currencies, and Fragility)'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이 논문에서 나심 탈레브는 비트코인의 가치는 정확히 0이라고 주장해서 비트코인 생태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2018년에 그는 비트코인은 최초의 유기적 통화이고 중앙정부의 독단적인 화폐정책에 대응할 수 있는 보험이라고 하며 비트코인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인 바 있다. 하지만 비트코인의 극심한 변동성과 존속을 위해 지속적으로 채굴이라는 자원이 투입되어야 한다는 점을 들어가며 비트코인에 대한 태도를 정반대로 바꿨다.

논문에서 그는 비트코인 가치가 0이 되는 세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본 칼럼에서는 각 시나리오들을 살펴보고 그것들이 과연 현실에서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지 생각해볼 것이다. 추가로 필자가 생각하는 비트코인 가치가 0이 될 수 있는 두 가지 추가 시나리오도 함께 살펴보도록 하겠다.

매일경제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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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채굴자가 사라지면 가치가 0원 된다"

나심 탈레브가 주장한 첫 번째 시나리오는 채굴자가 사라지는 경우다. 논문에서는 단순히 "채굴자가 사라질 때(when miners are extinct)"라고만 언급되어 있다. 대체 어떤 상황에서 비트코인 채굴자가 사라질 수 있을까?

필자는 블록체인 세계에서 꽤 오랜 시간 활동하면서 채굴자가 사라지는 코인을 종종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어떤 코인의 채굴자가 사라지는 과정의 첫 단계는 거래소 상장폐지다. 거래소에서 거래가 되지 않더라도 개인 간(P2P)으로 거래는 가능하지만 시장 접근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수요가 급감한다. 그러나 공급은 계속되기 때문에 자연스레 코인의 가격은 떨어진다. 코인 가격이 떨어지면 채굴의 수익성이 함께 떨어지고, 그러면 채굴자들은 자연히 사라진다.

그러나 한 가지 짚고 넘어갈 부분이 있다. 거래소에서 거래가 되지 않더라도 채굴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는다. 채굴에는 경제적 원리뿐 아니라 믿음도 함께 작용을 한다. 비록 지금은 가치가 없더라도 앞으로 가치를 가질 것이라 믿기 때문에 채굴을 하는 사람들이 남는다. 그게 설령 한두 명일지라도 말이다. 비트코인 초기 1년 동안 채굴을 하던 몇 사람도 이러한 믿음에서 채굴을 했을 것이다. 채굴자들이 완전히 사라지기 위해서는 경제적 동기와 믿음이 모두 사라질 정도로 망가져야 한다. 비트코인이 이러한 상황에 처할 수 있을까? 필자는 그럴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본다. 적어도 필자가 살아있는 동안에는 비트코인 채굴자가 최소한 한 사람은 남아 있을 것이다. 나심 탈레브가 틀렸음을 증명하기 위해 필자가 채굴을 할 테니 말이다.

두 번째로 넘어가보자. 나심 탈레브는 비트코인 기술이 도태되었을 때 비트코인 가치가 0이 될 것이라 주장한다. 다시 말해 비트코인보다 효율적이고, 편리하고, 혁신적인, 즉 훨씬 우월한 기술이 나오면 비트코인 기술은 새로운 기술에 밀려나 사라진다는 말이다. 가끔씩 대중에 회자되는, 양자컴퓨터가 나오면 비트코인 가치는 0이 된다는 말과 비슷한 맥락이다.

그러나 이는 비트코인의 본질을 정확히 모르기 때문에 하는 주장이다. 비트코인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기술과 사상(혹은 사회적 약속)이 결합된 산물이다. 이때 기술은 우리가 익히 들어본 블록체인 기술이다. 그리고 사회적 약속은 분권화된 방법으로 누구나 비트코인 검증과 생성에 참여할 수 있고 개인이 자기 자산에 대해 완전한 주권을 가지며 2100만개를 정해진 계획대로 발행한다는 약속이다. 비트코인의 기술이 도태되더라도 비트코인의 사회적 약속을 지킬 수 있는 또 다른 기술이 등장한다면 비트코인은 그 기술을 받아들일 것이다. 비트코인이 2017년에 세그윗을 도입했고 올해 말에 탭루트라는 새로운 기능을 도입하려는 것도 이것들이 비트코인의 정신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더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비트코인 기술이 완전히 도태되려면 비트코인 개발이 완전히 멈추고 다른 대체 기술이 비트코인을 능가하는 수준으로 발전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 비트코인 개발은 다른 어떤 블록체인보다도 활발하다. 아직까지는 비트코인 기술 도태를 논하기엔 너무 이른 듯하다. 비트코인 개발이 정지된 다음에 도태를 논하는 게 순서일 것이다.

비트코인 가치가 0이 되는 세 번째 시나리오는 미래에 비트코인을 대체하는 자산이 나와서 비트코인에 대한 관심이 사라질 때라고 한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한 자산이 완전히 관심에서 멀어져 멸종한 경우를 찾기가 쉽지 않다. 그러려면 원래 자산을 완전히 대체하는 자산이 나와야 하는데, 그러면 그 자산이 사라진 게 아니라 이름만 바뀌었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이 부분은 나심 탈레브가 추가로 설명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어떤 구체적인 시나리오를 생각하고 있는지 알 수는 없다. 추측건대 비트코인과 유사하면서도 사람들에게 더 어필할 수 있는 알트코인 중 하나가 비트코인을 대체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그러나 그것이 비트코인을 완전히 대체한다면 나심 탈레브가 비판한 비트코인의 단점도 상당 부분 계승할 가능성이 크고, 이 과정이 순환되는 함정에 빠질 것이다.

"쓸 사람 없으면 자연스레 가치 0원에 수렴한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앞에서 언급한 세 가지 시나리오는 그다지 현실성이 있지 않다. 이에 필자는 비트코인 가치가 0이 되는 보다 현실적인 두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해보고자 한다.

하나는 에너지 가격이 0이 되고 채굴기 공급이 공짜로 무한정 이루어질 때이다. 이러면 비트코인 채굴에 들어가는 비용은 0이 되고, 누구나 비트코인을 0원보다 높은 가격에서 팔려고 들 것이다. 그러나 기술이 발전하면서 에너지 가격이나 채굴기 가격이 0에 가까워질 수는 있어도 0이 되기는 어렵다. 따라서 이 또한 쉽지 않은 시나리오이다.

어쩌면 마지막 시나리오가 가장 실현 가능성이 높을지도 모른다. 바로 인류가 멸망하는 것이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비트코인 가치는 0이 된다. 다른 모든 자산의 가치도 0이 된다는 문제가 있긴 하지만 말이다. 그만큼 비트코인은 0원이 되기 어렵다. 나심 탈레브가 아무리 비트코인이 싫더라도 인정할 것은 인정하면 좋겠다.

[조재우 한성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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