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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2+2+2? 신규도 인상폭 제한?…여당, '임대차 3법' 만지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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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차 3법 시행 후 서울 아파트 전셋값 약 1억 3000만원↑

윤호중 “임대차 3법 시행 후 세입자 20% 계약갱신청구권 보호”

전세 물량 부족, 비수기 여름철에도 전셋값 상승 부추겨

임대차 3법 문제 지적한 전문가들 “하반기엔 전국적으로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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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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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밀어붙인 ‘임대차3법’이 시행 1년을 맞아간다. 여당에선 갱신 계약 뿐만 아니라 신규 계약에도 임대료 인상폭을 제한하는 방안까지 꺼내들었다. 임대차3법의 계약갱신권과 전월세상한제를 통해 지금은 2년 거주 후 2년 추가 갱신이 가능하고 전셋값 인상은 5%로 제한된다. 여당이 밀어붙여 신규 계약에도 이걸 적용하면 ‘2+2’ 보장기간이 ‘2+2+2…’로 늘어난다.

억누른다고 시장이 여당 의도대로 반응할까. 세입자에게 득일까. 세입자는 정말 계약기간 걱정 없이 예측 가능한 임대료 상승분만 내고 안심하고 살게 되는 걸까.

◆임대차3법 시행 1년 후, 서울 아파트 전셋값 1억3000만원 뛰었다

27일 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의 ‘월간 KB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이달 서울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6억3483만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7월 4억9922만원에서 1억3562만원이 오른 가격이다. 2019년 7월 4억6354만원에서 지난해 7월 4억9922만원으로 1년간 3568만원 오른 것과 비교하면 4배 가까이 껑충 뛰었다.

전월 대비 주택 전셋값은 전국 0.89%, 수도권 1.03%, 서울 0.92%의 상승률을 보였다. 지난달과 거의 비슷한 상승세다. 비수기 중에서도 비수기로 접어들었는데도 전셋값이 꺾이지 않고 오름세를 이어나간다는 얘기다. 대전(1.08%), 울산(0.93%), 부산(0.88%), 대구(0.77%), 광주(0.45%) 5개 광역시에서 모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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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가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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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전날 당 최고위원회에서 임대차3법으로 세입자 권리가 크게 강화됐다고 홍보했다. 임대차 계약경신 청구율이 임대차3법 통과 이전에 57%이던 게 77%까지 올랐다는 수치가 근거다. 그는 “20%의 세입자들께서 계약갱신청구권 보호를 받게 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쪽만 본 논리다. 20%의 세입자들이 이사를 가지 않게 됐지만 그만큼 시장에 나오는 전세 물량은 줄 수밖에 없다. 전세시장에서 1집이 움직이면 1집만의 문제가 아니다. 새로운 세입자가 들어와야 하고 자신도 새로운 전셋집을 알아봐야 하고 시장이 연쇄적으로 움직인다. 1%의 세입자가 이사를 가지 않았다는 건 전세 시장에서 단지 1%의 효과가 아니라 더 크다는 얘기다. 더군다나 전세 물량의 최대 공급처인 신규입주 아파트가 없다. 서울에서는 각종 규제로 수년간 아파트 재건축이 사실상 올스톱 상태다.

전세 물량이 줄어드니 전셋값이 오르는 건 당연하다. 임대차3법 찬성론자들은 임대차3법과 전셋값 상승에는 아무런 상관성이 없다고 주장한다. 임대차3법은 임대인의 주거안정을 강화하는 것일 뿐이라는 강변이다.

과연 그럴까. KB자료에서 전날 발표한 ‘7월 월간 KB주택가격동향 조사결과’를 보자. 문재인정부 들어 지난해 7월까지 전국의 전셋값은 비교적 안정세였다. 전월대비 전셋값 상승률은 2018년 7월 -0.04%, 2019년 7월 -0.06%에 오히려 하락 흐름을 보였다.

전국 전셋값은 임대차3법 입법이 본격화한 지난해 7월 0.44%로 돌아섰다. 올 들어서는 4월 0.60%, 5월 0.57%, 6월 0.88%, 7월 0.89%로 상승률이 커지는 추세다. 대체로 전셋값은 봄과 가을 이사철에 오르고 여름 휴가철에는 떨어지거나 보합세를 유지한다는 통상적인 패턴이 깨진 셈이다.

수도권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2018년 7월 0%, 2019년 7월 -0.05%로 안정적인 수도권 전세시장은 지난해 7월 0.63%로 상승했다. 올 들어 4월 0.78%에서 지난달 1.04%로 크게 뛰어 이번달에도 흐름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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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전셋값은 아파트값까지 밀어올린다...하반기 더욱 걱정

8월부터 라면값이, 휘발유값이 오른다고 예고됐다고 치자. 지금 라면 한 상자라도 더 사두고, 자동차 연료통을 가득 넣어두려고 하는 게 자유시장의 주체인 소비자의 반응이다. 8월부터 주식 거래 수익에 고율의 과세를 한다고 하자. 당장 주식을 팔아 수익을 극대화하려고 할 게 분명하다.

이제 8월부터 임대료를 5% 이상 올릴 수 없는 상황을 보자. 7월 계약하는 집주인은 전셋값을 최대한 올려 받으려고 할 수밖에 없다. 4년간 못 올리니 당연한 선택이다. 8월 이후 계약 연장을 하지 않고 이사를 가겠다고 하는 세입자가 그렇게 고마울 수밖에 없다. 2년 뒤 올릴 걸 미리 앞당겨 전셋값에 반영하게 된다.

전세시장에서 이중가격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다. 서울 강남 대치동의 은마아파트 102㎡(30평)는 지난달 24일 10층이 전셋값 9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이보다 5일 앞선 19일에는 12층이 5억원이나 낮은 4억6200만원에 전세계약됐다. 2017년 7월 전셋값 4억1000만원에 입주한 세입자가 계약갱신권을 써서 집주인은 2200만원밖에 올리지 못했다.

수원의 영통구 망포동 동수원자이1차 99.32㎡(40평)도 지난 3월30일 10층 전셋값 5억4000만원에 세입자가 들어왔다. 2019년 7월 전세 2억9000만원에 세를 들인 8층은 지난 4월 1450만원 올린 3억450만원원에 계약했다. 계약 갱신권 여부에 따라 전셋값이 2억원이나 차이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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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대문구 아현동의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전·월세, 매매 정보가 부착돼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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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 갱신권을 행사한 세입자는 2년 뒤 어떻게 될까. 4년간 또는 그 이상 살아온 집에서 그대로 살려면 은마아파트에서 최소 5억원, 동수원자이아파트에서는 최소 2억원을 올려줘야 한다. 어디까지나 2년간 전셋값이 더 오르지 않은 걸 전제로 한다. 과연 오르지 않고 그대로 있을까.

벌써 전세 물량 부족이 비수기 여름철에도 전셋값 상승을 부추기는 실정이다. 가을 이사철에는 어떤 상황이 올지 불을 보듯 분명하다. 전셋값이 오르면 아파트 매매가도 올라가는 게 시장 이치다. 임대차3법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전문가들은 올 하반기 전국적인 집값 상승을 우려하고 있다.

그래서 나온 게 윤호중 원내대표의 발언이다. “신규 계약을 맺을 때 임대인들이 임대료를 부단히 상향시키는 문제가 있었고, 이것이 전월세 가격의 불안을일으킨 면이 있다.”

그는 “임대차3법 시행 1년을 맞아 보완장치 마련을 위한 입법 논의가 필요하다”면서 “계약갱신권 행사를 안 하거나 신규 계약을 맺는 경우 임대인들이 임대료를 부단히 상향시키는 문제가 있었다. 1년 내 제도 개선방안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7월 계약갱신한 세입자들의 만기가 내년 7월 다가오니 그 안에 대책을 내놓겠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 않았으나 신규 계약에도 임대료 인상폭을 제한하거나 표준임대료를 도입해 정부가 기준을 제시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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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에 신규계약까지 인상폭 제한한다면?

아파트 전세 신규 계약에도 인상폭을 제한할 경우 무슨 일이 생길까.

현행 ‘2+2년’ 기간이 ‘2+2+2…’ 또는 ‘4+4’로 늘어나면 세입자로선 당장에 좋은 일이다.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닌만큼 문제를 뒤로 미뤄둔 것일 뿐이다.

시장에서는 공급이 늘어나지 않는 이상 물량 잠김은 가속화할 수밖에 없다. 공급 부족은 가격 상승을 불러 전셋값은 더욱 오르게 된다. 시장을 안정시키지는 못하고 교란만 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아무리 자유시장주의일지라도 토지의 공적 성격을 부인할 수 없다. 유한한 땅을 자유경쟁 등을 통해 나눠 소유하는 것이니 공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토지의 공적 성격을 인정하더라도 아파트는 엄연히 사유재산이다. 사유재산권을 제한할 때에는 공익적 이익에 부합하고 그 정도가 최소화하는 수준이라야 한다.

법이나 규제가 사회구성원들이 용인할 수준인 임계치를 넘어서면 아예 지켜지지 않게 된다. 박병찬 리얼피에셋 대표는 최근 유튜브 방송을 통해 “집주인들은 규정을 어겨 벌금을 물더라도 지키지 않는 말그대로 통제불능의 상황이 될 수 있다”면서 “법률비용 같은 부담은 고스란히 세입자에게 전가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희준 기자 july1s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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