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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국립해양생물자원관] 해양생물 유전체 분석에서 미래 해양바이오 산업 ‘활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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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바다는 우리 인류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이다. 전체 지구 표면적의 2/3 이상을 차지한다. 지구의 물질과 에너지 순환 및 기후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지구의 첫 생명체가 나타난 이후 인류의 진화까지 대부분의 지구 역사를 담고 있는 곳이다.

석유, 가스 및 광물이 대량으로 묻혀 있기도 하지만 또한, 우수한 단백질원인 수산물과 다양한 해양생물의 보고이기도 하다. 이처럼 중요한 바다로부터 해양자원을 이용하여 경제적이고 지속 가능한 첨단생명공학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경향신문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자원응용실 백경화 실장


스웨덴 스톡홀름대에서는 2018년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스 (Science Advance)>에 공해에 사는 해양생물에 대한 유전자 특허를 분석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 논문에 따르면 1988년 유럽뱀장어 유전자의 일부가 특허로 인정받은 이후 2017년까지 862종의 해양생물로부터 1만2998건의 유전자 특허가 등록되었다. 이 중 47%를 독일회사인 BASF가 보유하고 있다. 국가로 치면 독일과 미국, 일본이 해양생물 특허권을 주도하고 있다. 이들과 노르웨이·영국·프랑스·덴마크·캐나다·이스라엘·네덜란드까지 선진국 10국이 해양생물 특허권의 98%를 소유하고 있다.

선진국들이 해양생물의 유전자 특허에 열을 올리는 것은 바다가 신기술의 보고이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해양생물의 유전체에서 치료 물질이나 화장품 성분을 만드는 유전자를 찾아 미생물을 이용해 유용물질을 대량생산 할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 해양생물 유전체 연구에서 미래 해양바이오 산업 도약 기대
유전체(genome)는 유전자(gene)와 염색체(chromosome)에서 유래한 단어로서 생명체를 구성하는 모든 생명현상을 조절하는 유전정보의 총합을 의미한다. 따라서, 유전체 연구는 유전정보의 청사진인 염기서열을 밝히고 통합적으로 분석함으로써 생명현상을 이해하는 생물학적 가치뿐만 아니라 나아가 산업 등에 적용할 수 있는 잠재적 활용 가치를 내재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 또한 인간게놈 프로젝트(1990~2003)를 필두로 의학 분야에 있어 질병 진단, 유전체 기반의 신약 개발과 맞춤의학 등의 성과로 이어지고 있고, 동식물 분야에 있어서도 유전체에 기반한 육종 기술 개발 등에 성공적으로 이용되고 있다.

생물체에 대한 유전체 정보는 산업계, 학계 등에 폭넓은 파생 연구의 기초가 되지만 참고할 만한 해양생물 유전체 정보가 매우 부족한 현실이다. 해양생물 유전체 정보의 확보를 통해 바이오에너지, 신약 개발 등의 고부가가치 산업 소재의 개발로 이어질 수 있고, 유전체 정보는 생물학적 타임캡슐로서 지식의 보존 및 계승의 측면에서도 가치가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생물다양성과 기후변화와 서식 환경의 변화에 따른 취약종에 대한 이해와 보존 등 환경 및 생태 연구에 기여할 수 있다.

해양생물에 대한 주권의 내용이 유전물질로도 확대되고 있는 시점에, 해양생물에 대한 국제적 대응 및 국가 생물주권 확보에 확대 대응의 차원에서도 유전체 정보와 관련 파생물질의 확보 노력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에, 해양수산부에서는 포스트게놈 다부처유전체사업(2014~2021)을 통해 해양생명자원에 대한 유전체 연구를 지원하고 있다. 현재까지 해양동물 47종, 해양식물 69종, 수산생물 15종, 해양미생물 119종, 해양메타유전체 193종에 대한 유전체 연구가 수행되었고, 유전체 정보의 등록 및 활용을 위한 국가해양생물유전체정보센터를 구축·운영 중에 있다.

■ 해양생물에서 다양한 유용소재 발굴 및 산업화 가능 제시
우리 식탁에 오르는 수산물 및 해양생물의 유전체가 속속 밝혀지며, 이들의 유용성 또한 입증되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전복 유전체를 완전 해독하여 이를 기반으로 곰팡이와 같은 진균에 대해서도 탁월한 항균력을 가지고 있으며, 자궁경부암세포, 폐암세포와 같은 암세포를 죽이는 항종양 물질로도 활용 가능하다는 사실이 실험을 통해 입증하였다.

또한 돌돔유전체 정보를 활용하여 대장암 세포 성장을 효과적으로 억제하는 펩타이드를 개발하여 동물실험(실험용 쥐)에서 생체 내 안전성 및 성장억제 효능을 나타내어 향후 다양한 암치료제 분야에서 활용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인삼 주성분인 사포닌과 미네랄을 다량으로 함유하고 있어 바다의 인삼으로 알려진 해양극피동물인 돌기해삼이 국내연구진에 의해 세계 최초로 해독되어 품종개량 및 양식기술 개발에 기여하는 한편, 유전정보를 활용한 고부가가치 건강기능성 제품 개발로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낙지의 유전체 정보 해독에 성공한 뒤, 재생·신경·면역 등 다양한 분야에서 낙지의 유용 유전자를 발굴하고 헬스케어 소재개발을 위한 연구를 활발히 진행 중이다. 낙지는 다리 일부가 잘리거나 출혈이 생겨도 근육의 수축과 피부조직의 이동으로 빠른 수중 내 지혈, 재생이 되는 특이한 생체 기능에 착안하여 유전체 해독으로부터 상처치유 조절 물질과 구리 배출 촉진 물질을 발굴했다.

구리대사 장애 동물모델에서 다중구리산화효소가 기존 치료제 이상의 회복 능력이 확인되어 구리대사 유전병인 윌슨병(Wilson`s disease) 뿐만 아니라 구리 관련 다양한 질환 개선 및 치료제로의 개발 가능성을 기대해 본다. 뿐만 아니라 낙지와 문어에서 세파로토신(cephalotocin)이라는 신경조절 물질을 발견하여 한국화학연구원 부설 안전성평가연구소와 공동연구로 실험용 쥐에 투여한 결과, 뇌 기능을 개선할 뿐만 아니라 스트레스를 줄이는 효과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시판 중인 항이뇨제와 유사한 소변 감소 효과가 있으면서도, 부작용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나타나 요붕증이나 야뇨증과 같은 소변 과다 배뇨 질환을 예방·치료하는 바이오 신약이나 건강 기능식품 개발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해양생물들이 진화 초기부터 지녀왔던 선천적 면역의 생체방어인자가 다기능 치료제로서의 잠재적 활용성이 있다는 것에 착안하여 생체방어펩타이드를 확보하고, 항진균 활성 및 항염활성과 더불어 탁월한 항바이오필름 효과도 있는 것이 연구진에 의해 입증되었다. 이러한 생체방어펩타이드는 의료소재뿐만 아니라 항균 및 바이오필름 형성 억제 및 박멸하는 항바이오필름 등 항균기능이 포함된 생활용품의 소재로서도 개발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처럼 유전체 분석 기술이 발달하면서 해양생물의 특이한 생명 현상에 관여하는 유전자, 단백질 등을 기반으로 한 바이오 의약품 개발은 최근 글로벌 신약 개발의 트렌드가 됐다. 앞으로 해양생물 유전체 연구를 통해 생명체의 기본 설계도를 밝혀내고, 건강기능식품이나 의약품으로 활용될 수 있는 새로운 물질을 발굴해 상용화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연구는 필수적인 시대가 도래했다.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자원응용실 백경화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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