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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9 (금)

이슈 끝나지 않은 신분제의 유습 '갑질'

공수처 “檢, ‘서류 직접 가져오라’ 갑질”에 대검은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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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공수처 ‘티격태격’ 어디까지 가나

중앙일보

지난 6월 18일 김진욱(왼쪽) 공수처장과 김오수 검찰총장. [사진 공수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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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최근 검찰에 사건을 이첩할 때 관련 서류를 우편으로 발송하려 하자 검찰이 “인편으로 직접 가져오라”고 요구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검찰청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검찰과 공수처가 사건 이첩을 포함한 수사권한을 놓고 티격태격하더니 이젠 정부기관끼리 서류 전달 방식을 놓고 인편이냐, 우편이냐를 놓고 갑질 논란까지 벌인 셈이다.

25일 공수처와 대검찰청의 설명을 종합하면 공수처는 지난 1월 21일 출범 이후 대검에 사건을 이첩할 때마다 인편(2명가량)을 이용해 관련 서류를 넘겼다고 한다. 담당 공수처 직원이 거의 매일 정부과천청사 공수처에서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를 오갔다고 한다.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13일까지 공수처가 검찰 등 다른 수사기관에 사건을 이첩한 건수는 1057건이다.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검찰로 갔다.

그런데 최근 공수처 내부에서 직접 배달 관행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다.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왜 매번 인편으로 서류를 보내야 하느냐는 볼멘소리였다. 그래서 최근 대검에 “이번엔 우편으로 서류를 보내겠다”고 제안했는데 대검이 인편을 고집했다는 게 공수처의 주장이다. 한 공수처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공수처를 하급 기관으로 보는 사실상의 갑질이 아니냐”라고 불만을 나타냈다고 한다.



검찰 “인편 강요 혹은 우편 거부한 사실 없다”



그러자 대검은 이날 대변인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반박했다. “서로 사전 협의 없이 공수처 직원에게 이첩 서류를 직접 들고 오라고 하거나 우편 접수를 거절한 사실은 단연코 없다”면서다. 그러면서도 “사건 기록은 적게는 수천 페이지, 많게는 수십 만 페이지에 이르는 방대한 양이기 때문에 우편 송달이 부적절한 경우가 매우 많은 게 현실이다”라고 덧붙였다.

공수처가 그동안 인편으로 서류를 보내온 건 공수처 자신들의 의지 때문이었다는 게 검찰의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중앙일보에 “공수처가 갑질을 당했다고 지목한 그 날도 공수처가 먼저 인편으로 서류를 보내오겠다고 했다”라며 “그러나 당일 검찰 내부 사정상 서류를 접수할 상황이 아니어서 ‘내일 인편으로 보내주면 안 되겠느냐’라고 제안하니, 공수처가 우편으로 보내겠다는 제안을 해왔고, 우리가 ‘그러지 말고 원래 하던 대로 내일 인편으로 보내달라’고 한 게 전부다”라고 설명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대검의 입장 발표에 재반박 등을 하지는 않겠다”고 밝혔지만 불쾌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법조계에서는 “공수처가 출범 직후부터 보여온 검찰과의 갈등이 서류 수·발신 등 사소한 문제로까지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수처와 검찰은 그동안 수사권·기소권을 두고 갈등을 빚어왔다. 공수처가 지난 3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 사건을 검찰에 재이첩할 당시 전례 없는 ‘기소 유보부 이첩’임을 요구했다가 검찰의 거센 반발을 산 게 대표적이다. 또 공수처가 불법 출금 수사에 외압을 가한 혐의로 검찰에 “문홍성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 등을 재재이첩해달라”고 요구했다가 검찰이 거부하자 공수처는 자체적으로 수사에 착수, 중복 수사가 진행 중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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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0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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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檢총장 부속실 압색에 김오수 ‘불쾌’



이달 9일쯤에는 공수처가 이규원 검사의 ‘윤중천씨 허위 면담보고서 작성’ 의혹과 관련해 검찰총장 부속실 소속이던 A 수사관을 압수수색했는데, 김오수 검찰총장이 주변에 불쾌감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내부에선 “공수처가 검찰을 견제하기 위해 무리하게 압수수색을 벌인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또한 지난 20일엔 공수처의 ‘이성윤 고검장 황제조사’ 사건에 대한 허위 보도자료 작성 혐의 사건이 수원지검에서 공수처 관할청인 수원지검 안양지청으로 이송되며 수사가 본격화했다. 공수처의 검찰총장 부속실 압수수색에 검찰이 보복하려 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공·검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근본 대책으로 공수처의 수사권과 기소권 등의 범위를 명확히 하도록 공수처법을 개정하는 게 시급하다”라며 “또 공수처에 검·경 등처럼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 도입을 완료하면 사건을 인편으로 할지 우편으로 할지 등에 대한 논란도 사라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민중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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