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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전세계 공급망 무너지기 직전"…델타변이 자연재해 2차쇼크 현실화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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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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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물류 공급망이 또다시 휘청이고 있다. 코로나19 델타 변이바이러스 확산과 각 지역에서 발생하는 자연재해로 글로벌 공급망이 한계점까지 내몰린 탓이다. 물류동맥이 혼탁해지면서 컨테이너 운임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하반기 세계 경제에 인플레이션 공포를 가중시키고 있다.

2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각국 기업인과 해운전문가 등의 의견을 인용해 코로나19 델타 변이 바이러스와 자연재해가 최근 원자재와 부품, 소비재의 이동을 방해해 세계 공급망을 위협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 세계 상당한 지역에 퍼진 델타 변이 때문에 많은 나라가 해상 물류 현장에 투입될 선원 인력의 상륙을 막고 있다. 이 때문에 선원 10만명 이상이 바다에서 떠돌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이 같은 인력 부족 가중 현상은 석유와 철광석, 식품, 전자제품 공급 장애로 이어졌다. 가이 플래튼 국제해운회의소 사무총장은 로이터통신에 "지금은 전 세계 공급망에 위험한 순간"이라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전 세계 화물의 90%를 선박이 담당하고 있다.

독일 컨테이너 선사 하파크로이트는 최근 보고서에서 "선박과 빈 컨테이너가 부족하고 특정 항만과 터미널의 운항 상황이 개선되고 있지 않다"며 "이 상황이 4분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나 예측은 매우 어렵다"고 밝혔다.

자동차 제조사들은 변이 바이러스 확산에 직격탄을 맞았다. 도요타는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태국과 일본 공장 가동을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베트남에서 들여오는 부품의 공급이 정체돼서다. 스텔란티스도 영국 공장에서 확진자가 나와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포드와 크라이슬러에 부품을 공급하는 한국 부품업체 관계자는 로이터통신에 철강제품이 화물비 상승으로 급등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철강과 화물비 상승을 고려할 때 부품 제작 비용이 10% 정도 더 들었다"며 "비용을 낮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유럽 최대 가전업체 일렉트로룩스도 부품 공급 차질로 생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여기에 중국과 독일에 폭우로 인한 홍수가 일어나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영향에서 회복하지 못한 공급망을 위기에 몰아넣었다. 중국은 네이멍구자치구와 산시성 같은 광산 지역에서 석탄 수송이 줄고 있어 여름철 발전에 지장을 주고 있다. 독일은 도로 운송이 크게 둔화해 출하 지연이 전주보다 15% 증가했다.

항만들도 비상이다. 세계 항만 곳곳에서 수십 년 동안 목격한 적 없는 수준의 정체가 빚어지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미국 서부 항만에서 물류를 운송하는 횡단철도인 유니언퍼시픽은 지난주 말 화물트럭이 물건을 받는 시카고까지 물류 배송을 7일간 중단한다고 밝혔다. 시카고에서 심각한 정체를 완화하기 위한 이 조치로 로스앤젤레스(LA)와 롱비치, 오클랜드, 터코마 항만은 과부하가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했다. 미국 서부 항만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만성적인 인력난을 겪고 있어 해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케이프타운과 더반 항만이 사이버 공격을 당하면서 해상길에 추가 혼란이 발생하게 됐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영국 슈퍼마켓에서는 물건 부족 경고문이 올라왔고, 일부 주유소는 폐쇄됐다. 영국 슈퍼마켓체인 아이슬란드푸드의 리처드 워커 총괄책임자는 트위터를 통해 사재기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세계 곳곳에 부는 이러한 혼란이 세계 경제 생산량 40%를 차지하는 미국과 중국 피해로 이어져 악순환의 길에 빠질 수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지적했다. 미국 경기가 하반기 성장 둔화를 예고하는 지표가 발표됐다. 7월 제조업과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개월 만에 최저치를 보였다. 부족한 원자재와 노동력에 인플레이션 위기는 높아가고 있다. 크리스 윌리엄슨 HS마킷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로이터통신에 "수요가 공급을 넘어서면서 동시에 가격이 상승 압박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경제 회복세도 둔화할 수 있다는 신호가 나오고 있다. 중국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7.9%로, 시장 전망 8.1%에 다소 못 미쳤다.

물류가 막히면서 해상 운임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상승하고 있다. 해상 운송 항로의 운임 수준을 나타내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가 2주 연속 4000선을 넘으며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갔다. 상하이해운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3일 컨테이너 운송 15개 항로의 운임을 종합한 SCFI는 전주 대비 45.58포인트 오른 4100.00을 기록했다. SCFI가 2009년 10월 집계를 시작한 이래 최고치다. 작년 같은 날과 비교해도 4배에 가까운 수치다. SCFI는 지난 5월 14일 이후 11주째 상승세다.

[김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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