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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집단감염의 비밀, '후방'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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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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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집단감염으로 8일간 휴점했던 서울 삼성동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이 지난 7월 13일 영업을 재개했다. 고객들은 QR코드 등을 이용해 출입 기록을 남기고 체온을 체크한 뒤 입장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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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집단감염엔 방역당국이 강조하는 공통점이 있다. 밀폐·밀접·밀집의 ‘3밀 환경’이다. 감염병 확산 속에서도 이런 환경을 유지한 일터들은 바이러스의 온상이 되고 말았다. 지난해 각각 150명대의 집단감염이 발생한 콜센터(구로구 코리아빌딩), 물류센터(쿠팡 부천 물류센터)가 대표 사례다.

올해 4차 대유행 국면에서는 백화점이 바이러스의 새로운 먹잇감이 됐다. 지난 3주간 서울 내 백화점을 통해 감염된 이들은 160명. 그중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발 확진자는 147명이었고 판매직원이 약 70%를 차지한다. 일견 쾌적해 보이는 백화점의 방역에 왜 구멍이 뚫린 것일까. 그리고 왜 피해는 주로 직원들에게 집중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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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의 판매직원 동선은 철저히 고객의 눈에 보이지 않게 짜여져 있다. 직원들은 ‘후방’이라고 불리는 공간에서 움직이는데, 휴게실이 매우 협소해 창고 등으로 내몰릴 때가 많다. | 백화점·면세점 판매서비스 노동조합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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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에겐 보이지 않는 ‘후방’

백화점의 판매직원 동선은 철저히 고객 눈에 띄지 않게 짜여 있다. 이들은 ‘후방’으로 불리는 협소한 구역 안에서 이동하고, 쉬고 식사한다. 휴게실이 비좁아 상당수가 창고나 비상용 계단에서 지친 몸을 달랜다. 직원용 엘리베이터는 출퇴근, 식사시간엔 “두어 번은 그냥 보내야 할 정도”(서울의 한 백화점 직원 A씨)로 꽉 찬다고 한다. 대다수의 백화점은 직원 탈의실(라커룸)도 한개씩만 두고 있어 수백명이 같은 시간에 몰릴 수밖에 없다.

백화점 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무 여건은 코로나19 이전에도 논란이 된 적이 있다. 5년 전 국가인권위원회의 실태조사에 응한 한 백화점 노동자는 고객에게 멱살잡이를 당한 후 쉴 곳조차 찾기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어디 가서 실컷 울고 나를 위로하고 싶었지만 백화점 내 직원 휴게실은 이 망가진 영혼 하나가 들어갈 자리가 없었습니다. (중략) 차가운 비상용 계단에 앉아 1시간을 쉬지도 않고 소리도 못 내고 울었습니다.”(국가인권위원회가 한국노동사회연구소에 의뢰해 진행한 ‘유통업 서비스판매 종사자 건강권 실태조사’, 2016년)

당시 실태조사를 보면, 국내 73개 백화점의 휴게실 수용가능 인원은 백화점 한곳당 21명이었다. 중간규모 백화점에 대개 2000명 안팎의 판매직원이 일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열악한 수준이다. 실태조사를 맡았던 김종진 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백화점 직원들이 각 휴게실에서 쉴 수 있는 인원이 얼마나 되는지 일일이 확인해 알려준 것을 종합해 휴게공간 크기를 추정했다”면서 “휴게실 수용가능 인원이 백화점 전체 직원의 100분의 1도 안 되는 경우도 여럿 있었다”고 말했다.

협소한 백화점 ‘후방’은 결국 바이러스의 공격 대상이 됐다. 방역당국은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의 지하 식품관 직원 창고와 라커룸 등이 집단감염 진원지였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백화점은 지난 7월 13일부터 라커룸 개보수에 착수하고, 직원 휴게공간을 새로 만들었다. 이제야 직원공간을 일부 손보기 시작한 것이다.

하루종일 서서 감정노동을 해야 하는 백화점 직원들에게 적정 휴게공간은 ‘필수’지만 정부와 백화점들은 그간 이 사안을 모른 척하다시피 했다. 김 연구위원은 “당시 인권위는 실태조사를 하고도, 휴게공간 확대를 권고사항에서 제외시켰고 정부도 강제성이 없는 휴게시설 가이드라인만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다 코로나19 확산 사태가 벌어지자 백화점 측은 “비좁은 휴게실의 소파를 띄엄띄엄 배치하는 수준”(A씨)으로 대응했다. 직원들은 쉴 곳을 찾아 창고 등으로 더욱 내몰렸다. 거대한 유동인구(고객)와 3밀의 환경(직원공간)에 동시에 노출돼온 백화점 직원들이 “집단감염은 예견된 사고”(백화점·면세점 판매서비스 노동조합)였다고 말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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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면세점 판매서비스 노동조합 회원이 7월 19일 서울시청 앞에서 백화점 직원 코로나19 진단검사 행정명령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는 1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박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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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집합금지는 없다

그간 백화점의 코로나19 방역은 주먹구구였다. 확진자가 발생했을 때 해당 매장만 폐쇄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층 전체를 폐쇄하는 곳도 있었다.

심지어 확진사례가 나와도 ‘쉬쉬’ 하는 백화점들이 많았다. 서울의 한 백화점 직원 B씨는 “보름 전쯤 백화점 측이 사내 방송으로 지하 1층에서 확진자가 나왔다고 알렸는데 어느 매장인지 알 수가 없었다”면서 “확진자가 직원이었는데, 직원공간을 함께 썼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데도 지금까지도 동선을 모른다”고 했다. 백화점 노조는 “부산, 서울 등의 일부 백화점에선 확진자가 나와도 아예 공지조차 하지 않은 사례가 있다”고 밝혔다.

정부의 ‘거리 두기 체계 완화’는 백화점의 헐거운 대응을 부채질했다. 올 6월까지 시행됐던 과거 거리 두기 지침에는 전국유행 단계인 ‘3단계’ 때 “백화점 등 대규모 점포 집합금지” 조치가 포함돼 있었다. 그러나 7월부터 적용된 새로운 체계에서 백화점은 아무리 단계가 높아져도 ‘집합금지’는 물론 ‘인원 제한’ 등의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다. 4단계 때 ‘밤 10시 이후 운영제한’이 적용되지만 8시에 문을 닫는 백화점엔 의미가 없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백화점뿐 아니라 대부분의 다중이용시설이 (4단계 때에도) 집합금지에서 제외됐다”면서 “백화점 식품관 등은 필수시설로 봐야 한다는 판단도 있어서 과거 체계로도 (최고 단계에서) 집합금지는 시행되지 않았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백화점 방역을 둘러싼 혼선은 집단감염 이후에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7월 16일 서울시는 서울 내 백화점 전 직원 12만8000여명에 코로나19 선제검사 행정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실효성을 놓고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백화점 측과 입점 협력업체들이 직원들에게 ‘개인 휴가를 이용하라’고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의 한 백화점에서 일하는 C씨는 “애초 서울시가 약 한달이라는 기간을 준 것 자체가 탁상공론이었다고 생각한다”면서 “단기간 문을 닫고 한꺼번에 검사를 받아야 의미가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C씨가 일하는 백화점에선 ‘개인 휴무일에 코로나19 검사를 받거나 연차를 쓰라’는 공지가 내려왔다고 한다.

그간 백화점들이 방문자 기록을 소홀히 했다는 점도 논란거리다.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선 출입기록 미작성 고객이 많아 코로나19 검사 대상을 특정할 수 없는 문제가 발생했다. 그러자 산업통상자원부는 뒤늦게 ‘QR코드’, ‘안심콜’과 같은 출입기록제도를 일부 백화점에 시범 도입했다. 출입기록제도가 정식 도입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집단감염이 일어났건만 백화점에 제대로 된 제재를 할 수가 없다는 점을 두고 전문가들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우주 고려대 감염내과 교수는 “현재의 4단계는 과거의 2단계만도 못한 수준”이라면서 “방역당국이 ‘개인 간 거리 두기’에만 집착하고 있다. 호텔, 쇼핑몰의 교차지점에 놓여 있는 백화점 등에 사람이 모여드는 문제엔 제대로 된 조치를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왜 백화점 방역에선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마저 쉽지 않은 것일까.

송윤경 기자 ky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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