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7 (토)

김경수·박원순·안희정·오거돈 비위… 민주당의 대처 방식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도 낙마한 광역단체장 4번째 사례 나와

여권 내 위상·사건 성격 따라 태도 완전히 달라

대선 경선 주자들, 김경수 전 지사 마냥 감싸

세계일보

김경수 전 경남지사,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오거돈 전 부산시장, 안희정 전 충남지사. (왼쪽 위 부터)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마저 ‘드루킹 댓글 여론조작’ 사건에 연루돼 징역 2년형을 받으면서 더불어민주당의 ‘광역단체장 흑역사’가 이어졌다. 성범죄 사건에 차례로 연루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 오거돈 전 부산시장,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 이어 광역단체장으로 중도에 낙마한 네 번째 사례가 나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 네 명의 사건을 마주한 민주당의 태도와 대처 방식은 당사자의 여권 내 위상과 사건 성격에 따라 완전히 달랐다.

민주당은 2018년 3월 친노무현계 적자이자 ‘포스트 문재인’ 중 하나로 꼽히던 안 전 지사의 여비서 성추행 사건이 터지자 바로 안 전 지사를 출당·제명조치했다. 당시 민주당을 이끌던 추미애 대표는 “다시 한 번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말씀 올린다. 근심스러운 눈으로 저를 보는 두 딸 보기 부끄러웠다”며 당의 조치를 밝혔다. 대선 경선 당시 문 대통령과 맞서기도 했던 안 전 지사를 바로 손절하며 거리를 둔 것이다. 민주당은 이듬해 9월 대법원이 안 전 지사의 성폭행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고 징역 3년6월의 실형을 확정했을 때도 별도의 논평이나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고, 대변인단도 ‘대법원의 판결을 존중한다’는 원론적 수준의 답변만 남겼다.

안 전 지사 당시 추 대표가 강력한 재발방지책을 다짐한 것을 무색하게 2020년 4월에는 오 전 부산시장이 성추행 의혹에 휩싸이며 갑자기 사퇴하는 일이 벌어졌다. 그때도 민주당은 바로 오 전 시장을 제명조치했다. 오 전 시장은 부산에서 ‘3전 4기’의 신화를 쓰며 첫 민주당 부산시장으로 당선된 인물이지만 가차없었다. 그는 최근 1심에서 징역 3년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하지만 오 전 시장 사건 이후 박 전 서울시장까지 성추문에 휩싸여 극단적 선택을 할 당시 민주당의 대처는 온도차가 확연히 달랐다. 2차 가해 논란까지 무릅쓰며 박 전 시장의 여비서였던 피해자를 ‘피해 호소인’으로 부르고, 박 전 시장의 장례를 가족장이 아닌 서울특별시장(葬)으로 치르기도 했다.

세계일보

김경수 전 경남지사(왼쪽)와 문재인 대통령. 뉴시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문 대통령의 ‘복심’이자 문재인정권 실세로 꼽힌 김 전 지사에 대한 당 차원의 애정은 더 남달랐다. 1심과 2심에 이어 대법원까지 김 전 지사의 혐의를 유죄로 판결했지만 승복 못하거나 오히려 사법부를 비판하기도 했다.

당 차원에서는 “아쉬움이 크지만 대법원의 판결을 존중한다”고 하면서도 ‘순진한 김경수가 못된 드루킹 일당에게 엮여 당했다’는 식의 옹호 기류가 상당했다.

특히 대선 경선 주자 진영에선 당내 주류세력인 친문재인계와 친문 지지층을 의식한 듯 앞다퉈 친문 핵심인 김 전 지사를 마냥 감쌌다. 이재명 경기지사 캠프의 박성준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대법원 확정판결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김 지사가 사법절차 안에서 규명하고자 했던 진실은 끝내 찾을 수 없게 됐다”고 밝혔다.

이낙연 전 대표도 페이스북에 “대법원 판결은 몹시 아쉽다. 진실을 밝히려는 김 지사의 노력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안타깝다”고 했다. 그러면서 “2017년 대선은 누가 봐도 문재인 후보의 승리가 예견됐던 선거다. 캠프가 불법적 방식을 동원할 이유도, 의지도 전혀 없었던 선거”라고 말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도 “유죄 판결에 정말 유감이다. 드루킹의 일방적 주장만으로 유죄를 판단한 것은 증거우선주의 법 원칙에 위배된다”며 “과연 이 부분에 있어 대법원이 엄격했는지 돌이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일보

이재명 경기지사, 이낙연 전 대표, 정세균 전 국무총리. (왼쪽부터)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김두관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통탄할 일이다. 법원 판결이 너무 이해가 안 가고 아쉽다”며 “너무나도 아프다. 오늘 소중한 동지를 잃었지만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의 정신을 잇는 발걸음을 멈추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당 대표 시절 드루킹 사건을 문제 삼아 경찰 수사로 이어지게 했던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도 SNS 글에서 “김경수 지사의 오랜 정치적 동지로서 이번 대법 판결에 표현할 수 없는 아픔을 느낀다”며 “지난 대선을 주관했고 김경수 지사에 대한 특검 여부로 고심했던 당시 당 대표로서 저는 그때나 지금이나 김경수 지사의 결백함을 믿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원래가 선하고 사람을 잘 믿는 김경수 지사의 성정상 광신적 지지자 그룹에 대해 베푼 성의와 배려가 뜻하지 않은 올가미가 됐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용진 의원도 “(김 전) 지사의 여러 (결백) 주장이 대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했다.

앞서 민주당은 2017년 대선에 이어 이듬해 지방선거에서 전국 17개 시·도의 광역단체장 자리에 대구시장과 경북·제주 지사를 제외한 14명의 당선자를 내는 등 압승하며 중앙·지방권력을 장악했다. 이는 2020년 총선 압승의 교두보가 됐고 마음만 먹으면 못할 게 거의 없는 입법권력까지 쥐게 만들었다. 하지만 차기 대권을 노릴 만한 인사들을 포함한 주요 광역 단체장이 잇따라 각종 추문이나 비위에 연루된 건 뼈아픈 대목이다. 문 대통령의 가까운 친구인 송철호 울산시장마저 선거 관련 범죄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당장 내년 대선 직후 치러지는 지방선거에서 승리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집권 초반 지지율이 80%를 넘나들었던 문 대통령의 인기도 많이 시든 데다 정권 심판론이 만만찮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난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야당에 참패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강은 기자 kelee@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