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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대선 주자들, 바이든 정권이라도 베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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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여름은 본래 블루스의 계절이지만, 지금 우리 한국 사람들의 블루스는 맥주 한 병 들고 그늘에 찍 늘어져서 여유롭게 블루스 음악을 즐기는 그런 블루스가 아니다. 정말로 심각한 우울증이다. 코로나19 사태로 무수한 이들의 생계가 파탄이 났다. 집과 직장 사이의 동선에 갇힌 우리 모두는 정말로 우울증에 걸린 상태이다. 설상가상으로 기후위기는 너무 빨리 진행되어 세계 곳곳에서 천년에 한 번이라는 이상기후로 세계 종말시계를 앞당기고 있다. 심각한 불평등으로 한국은 물론 전 세계의 무수한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지만,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슈퍼리치들은 남자 성기 모양의 유람선을 타고 대기에 온갖 독소를 내뿜으며 유유히 우주로 바람을 쐬러 간다. 그런데 이 모든 짜증 요소들을 폭발 직전으로 끌어올리는 풀무가 있다. 바로 목하 벌어지고 있는 한국 대선 주자들의 한심한 작태이다.



경향신문

홍기빈 정치경제학자


홍기빈 정치경제학자
대통령 선거를 9개월 앞둔 지금,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이자 공식적으로 ‘선진국’이 된 한국의 대통령 선거판을 보면 좌절을 넘어서 초현실적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이다. 20세기 말엽 정치라는 것이 정치 마케팅과 정치 공학에 따라 표를 긁어모으는 하나의 ‘연예 산업’으로 변질되었다는 것은 여러 사람들이 지적한 바이지만, 지금의 대선판이라는 것은 ‘더 이상 유치·저질일 수 없는’ 상태이다. 몇 년 전, 아니 몇십 년 전에 누가 누구 편을 들었고 누가 무슨 짓을 했는지가 당내 경선의 주요 쟁점이 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의 사회경제 정책은 어떻게 할 것인가? 생태 위기의 산업 전환은 어떻게 되는가? 절반 이상의 국민들을 절망으로 몰아넣고 있는 사회경제적 불평등은 어떻게 할 것인가? 기껏 들리는 소리는 도무지 실현 가능성이 의심스러운 환상적인 선심성 공약뿐이다. 더 끔찍하게는 주말도 없이 매일 12시간씩 일할 수 있게 하겠다든가, 노동조합을 때려잡겠다는 정말로 쌍팔년이라 해도 부끄러울 시대착오적인 헛소리들이 나온다. 그리고 잊을 만하면 여성 관련 추문까지 나온다. 지금이 이럴 때인가? 에너지와 산업의 전환, 그리고 그에 발을 맞추는 노동, 금융, 재정, 나아가 사회 전체의 전환은 절대로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2022년의 대통령이 2027년까지 초석을 놓아야 할 지상과제가 그것이 될 수밖에 없다. 난마처럼 꼬이고 안개 속에 들어간 한반도의 지정학은 아예 이야기할 힘도 나지 않는다. 변명과 반론은 예상된다. 자기들은 현실 정치인일 뿐이라고. 그렇게 총체적이고 거시적인 계획을 만드는 것은 다른 곳에서 만들어져야 하며 자기들은 그중에서 선택하여 실행할 뿐이라고. 그런데 학계든 관계든 재계든 어디이든 그렇게 만들어져 있는 계획이 있느냐고. 따라서 자기들은 그렇게 준비된 ‘최선’을 나름대로 모아서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라고. 한마디로, 정치와 정치인들에게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지 말라고. 일리가 있다. 하나의 정책은 물론 그 정책들을 모은 거시적 계획은 당연히 장시간에 걸친 연구와 조사가 필요하다. 게다가 그런 것이 있다고 하더라도 국민적 합의가 없으면 지지와 표로 연결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지금 미국의 조 바이든 정권이 하고 있는 정책들이라도 참조할 일이며, 필요하면 얼마든지 베껴올 일이다. 미국 정책 형성의 시스템은 간단하지 않으며, 그것을 통과하여 진행되는 일들은 많은 연구를 거치고 또 많은 토론을 거쳐 나온 것들이다. 많은 이들이 지적했듯이, 올해 초 출범한 바이든 정권은 예상을 깨고 여러 참신하고 파격적인 정책들과 개혁을 내걸고 실제로 진행하고 있다. 설명할 지면이 없지만, 이는 분명히 지구적 생태 위기와 사회적 불평등이라는 ‘전환’의 과제에 대처하기 위한 성격과 논리를 가지고 있다. 지구적 공룡인 아마존 등의 플랫폼 기업도 손을 댈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정 준비된 것이 없다면 바이든 정권이 내놓은 것이라도 참조하고 또 복제하라. 이를 한국의 상황에 맞게 자르고 맞추고 준비하는 데에도 9개월의 시간은 훌쩍 갈 것이다. 지금 한국의 지식 사회와 정계 관계에 준비된 ‘전환’ 계획이 없다면, 미국의 바이든 정권이 하려고 하는바 그리고 다른 여러 나라의 만들어진, 실행되는 정책들을 그냥 베껴오기라고 하라. 그게 지겨운 과거 이야기와 정통성 논쟁 치정 관계보다는 훨씬 더 우리의 힘과 용기와 ‘찍을 마음’을 자극할 것이다.

5년은 긴 시간이다. 그리고 한국 나아가 인류의 존망이 걸린 30년의 소중한 6분의 1이다. 우리는 이 5년간 한국이 어떻게 되어갈 것인지 장래 정부 수반의 계획을 듣고자 한다. 엊그제 한 유엔 문서에 나온 인류 문명 존망의 시간은 30년이다. 다음 대통령 선거까지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9개월이다.

홍기빈 정치경제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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