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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여적] 모바일 신분증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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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경향신문

디지털 신원 증명, 신분증 시대가 열리고 있다. 정부는 내년 1월부터 모바일 운전면허증 제도를 시범 운영한 뒤 그 성과를 바탕으로 전 국민 대상으로 확대한다고 23일 밝혔다. 사진은 경찰청과 이동통신사들이 서비스 중인 ‘패스 모바일 운전면허 확인 서비스’ 장면. 경향신문 자료사진


나는 분명히 나다. 이 세상에서 귀하기 그지없는 유일무이한 존재다. 그런데 내가 나임을 객관적으로 증명하라고 하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 어떠한 말도, 행동도 나임을 증명하기 쉽지 않다. 결국 가장 손쉬우면서도 시비 없이 공신력을 인정받는 방법은 신분증을 내놓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단연 많이 쓰이는 것이 주민등록증이나 운전면허증이다. 내가 나임을 내가 증명하지 못하고 국가 등 제3자가 인정한 신분증이 나를 증명하는 것이다.

신원 증명은 역사적으로 전통이 깊다. 우리 주민증의 경우 그 유래가 호패에서 시작된다고 본다. 고려시대 공민왕 시절 호패제를 도입했으나 흐지부지됐다. 전국적으로 본격 시행된 것은 약 600년 전인 조선 태종 때다. 호적제도를 보완하는 역할을 하면서 세금 징수, 군역, 노비 관리 등 정책의 효율적 집행을 위한 수단이었다. 이후 호패는 명칭 변경 등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지금의 주민등록법에 근거한 주민증으로 그 취지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내년 1월부터 모바일 운전면허증 제도를 시범운영한다고 23일 밝혔다. 2~3개 지역을 대상으로 시범적으로 실시한 뒤 그 성과를 토대로 전 국민 대상으로 확대한다는 것이다. 한국판 뉴딜, 디지털 경제기반 확충 차원에서 추진되는 모바일 운전면허증은 관공서·은행 등에서 실물 운전면허증처럼 사용된다. 온라인상의 여러 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다. 이동통신사들이 제공하고 있는 서비스와는 다른 정부의 공식적 디지털 운전면허증이다. 정부는 향후 모바일 신분증의 범위를 확대한다고 한다. 지난 1월부터 운영 중인 모바일 공무원증의 사례도 있다. 블록체인 기반의 기술을 통해 기존 신분증보다 개인정보 보호가 강화된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결국에는 모바일 주민증으로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모바일 운전면허증은 디지털 신원증명이나 디지털 신분증의 시대를 본격 열어젖히는 계기다. 네덜란드·미국 등 세계 각국도 저마다의 여건에 맞춰 디지털 신원증명제를 추진 중이다. 호패가 주민증으로 바뀌듯 빠르게 진화하는 디지털 시대에 내가 나임을 증명하는 수단도 변하는 것이다. 수단이야 어떻게 변하든 중요한 것은 내 정보의 주인, 주체는 나 자신이라는 자각이다.

도재기 논설위원 jae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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