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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집값 주가 올라도 돈 안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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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2019년말부터 본격화한 집값 상승세가 좀처럼 멈추질 않고 있다. 코스피도 올해 초 사상 처음으로 3000선을 돌파한 뒤 22일 종가 기준으로 3250.21로 마감하며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 같은 부동산과 주가의 호황에 힘입어 지난해 가구당 순자산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올라선 것으로 집계됐다. 그만큼 주머니가 두둑해진 셈이다.

그렇다면 씀씀이가 늘어나고 경제도 좋아질까. 이에 대해 한국에서는 자산가격이 오르면 소비가 늘며 실물경제도 살아나는 이른바 ‘부(富)의 효과’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분석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끈다.

● 집값 주가 급등에 순자산 역대 최고

지난해 부동산과 주식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가구당 순자산이 5억1220만 원으로 집계됐다. 2008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5억 원을 넘어선 것이다.

한국은행과 통계청은 어제(22일) 이런 내용을 담은 ‘2020년 국민대차대조표(잠정치)’를 발표했다. 국민대차대조표는 매년 말 기준으로 나라가 보유한 유무형의 비금융자산과 금융자산, 부채의 규모 및 변동 상황 등을 기록한 통계자료로서, 국가의 재산상태(국부·國富)를 보여준다.

한은 등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순자산은 1경7722조2000억 원이었다. 부문별로는 가계 및 비영리단체가 1경423조 원(58.8%)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이를 추계 가구수(2035만 호)로 나눈 가구당 순자산은 5억1220만 원으로 전년(4억6297만 원)보다 10.6% 증가했다.

가구당 순자산을 구매력평가(PPP) 환율로 환산하면 59만4000달러에 해당한다. 2019년의 미국(91만7000달러), 호주(78만4000달러), 캐나다(60만6000달러)보다는 적지만 프랑스(57만2000달러)나 일본(50만 달러)보다는 많은 것이다.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순자산은 전년보다 11.9%(1110조 원) 늘었다. 증가율이 2019년(6.8%)보다 높을 뿐 아니라 역대 최고 수준이다. 한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지난해 부동산 가격이 급등한 결과가 반영된 영향”으로 설명했다.

실제로 코스피는 지난해 30% 상승했고, 집값도 KB부동산에 따르면 같은 기간 8% 이상 올랐다. 특히 아파트값은 10%가까이 뛰었다.

● 자산 늘어나면 소비 증가하는 효과 있다

일반적으로 자산이 증가하면 부(富)가 늘어나는 셈이어서 소비 증가로 이어진다. 이른바 ‘부의 효과’이다. 주식의 경우 가격이 오르면 주식을 처분하면 가처분소득과 가용 유동성이 늘어나고, 소비 확대로 이어지는 식이다.

다만 부동산은 조금 다르다. 집을 갖고 있다면 실질적으로 부가 늘고, 담보대출 증가 여력이 확대되면서 소비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반면 세입자는 부동산 가격 상승은 부담으로 작용해 소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자산의 증가는 소비 증가에 실제로 기여할까?

국회예산정책처가 최근 발행한 보고서 ‘자산가격 변동이 민간소비에 미치는 영향 국제비교’에서 이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이 보고서는 예산정책처가 매월 발행하는 ‘경제·산업동향&이슈’ 최신호에 수록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2000~2019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속 27개 나라를 분석한 결과, 민간소비와 주택가격 및 주가에는 비례관계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즉 집값이나 주식이 오르면 민간소비가 늘어났다는 것이다.

다만 이런 ‘부의 효과’는 금융위기 이전과 이전을 비교했을 때 양상이 다르게 나타났다. 집값은 기간에 상관없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반면 주식은 금융위기 이전까지는 유의미한 영향을 주었지만 금융위기 이후에는 이런 영향력이 약해졌다.

예산정책처는 이에 대해 “금융위기 이후 주요국 중앙은행의 양적완화 등에 따른 유동성 증가로 실물경제 여건과 자산가격 상승 간 괴리가 발생한 데 원인이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주식투자자들이 기업가치 증대보다는 풍부한 유동성의 영향으로 주가가 오른 것으로 판단하면서, 주가 상승세의 지속가능성과 금리 인상 등에 대한 우려로 적극적인 소비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 한국에선 자산의 부의 효과 미미하다

반면 한국에서는 집값과 주가 모두 가격이 오른다고 하더라도 활발한 소비로 이어지지 않았다. 특히 부동산도 금융위기 이전이나 이후 분석에서 모두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예산정책처는 이에 대해 “임차 제도, 세대별 주택보유 특성 등 국내부동산 시장의 특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로 설명했다.

특히 임차제도의 경우 전세라는 한국의 독특한 임차 제도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에 주목했다. 선진국에서도 세입자는 집값 상승이 주택임대비용 부담과 미래주택구입 부담 증가로 이어질 것을 우려해 저축에 집중하면서 소비를 줄인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집값 상승이 전세보증금이라는 목돈을 마련해야 하는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예산정책처는 또 “국내 주식의 자산효과가 명확하게 나타나지 않았다”며 “주식시장 투자자의 거래 및 보유 특성을 고려한 심층 분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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