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등급 ‘AA-’ 기존 입장 유지
부산 남구 신선대부두와 감만부두에서 컨테이너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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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신용평가사 피치(Fitch)가 ‘빠른 고령화’를 우려하며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을 0.2%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피치는 21일(현지시간)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로, 등급 전망을 ‘안정적’(stable)으로 유지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급격한 고령화로 인해 중기 성장압력에 직면해 있다”며 잠재성장률 추정치는 종전 2.5%에서 2.3%로 낮췄다. 피치는 “고령화에 따른 지출 압력이 있는 상황에서 국가채무 증가는 재정운용상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잠재성장률은 한 나라의 경제가 보유하고 있는 자본, 노동력, 자원 등 모든 생산요소를 사용해서 물가상승을 유발하지 않으면서도 최대한 이룰 수 있는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말한다. 잠재성장률 하락은 성장 잠재력이 떨어진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피치는 세계에서 가장 급격한 우리나라의 저출산·고령화에 주목했다. 생산인구 감소는 중장기적으로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지출 증가에 따른 국가채무 증가도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고령화로 복지 등 분야에 대한 지출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국가채무가 증가하면 재정운용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봤다. 다만 그 위험 정도는 재정지출에 따른 생산성 및 잠재성장률 제고 효과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예상했다.
피치는 한국 정부가 생산성 제고를 위해 ‘한국판 뉴딜’ 등 대규모 재정지원을 추진 중인 것에 대해서는 “그 효과는 시간이 좀 더 흐른 뒤 평가가 가능할 전망”이라며 평가를 유보했다.
그러나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에 따라 중단기 재정지표는 기존 전망보다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추가 적자국채를 발행하지 않고 국채를 일부 상환하는 정부안을 전제로 했다. 피치는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 전망치를 올해 47.8%에서 47.1%로, 2024년 58%에서 54%로 각각 하향 조정했다.
서울 롯데월드타워 전망대에서 바라본 강남 일대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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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치는 저금리와 주택공급 부족 등에 따라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고 가계부채 증가세가 이어졌지만 위험은 비교적 잘 억제됐다고 평가했다. 대북 관계도 교착 상태지만 현재 긴장 수위는 안정세라고 판단했다. 또 대규모 순대외채권, 경상흑자 지속, 충분한 외환보유액 등 견조한 대외건전성이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변함없이 유지되면서 국제금융시장 변동에 대한 완충을 제공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피치가 한국에 부여한 AA-는 4번째로 높은 국가신용등급으로, 우리나라는 2012년 9월부터 현재 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영국, 홍콩, 벨기에, 대만 등이 AA- 그룹에 포함돼 있다. 최고등급인 AAA에는 스위스, 독일, 미국, 싱가포르 등 10개국, 다음 등급인 AA+에는 캐나다 등 3개국, 그다음인 AA에는 프랑스 등 5개국이 속해 있다.
코로나19가 본격 확산한 지난해 3월 이후 피치는 영국과 홍콩 등 6개국의 신용등급을 내리고 프랑스, 일본, 미국 등 12개국은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코로나19 이후에도 기존 등급과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피치의 평가는 우리 경제의 견고한 펀더멘털과 강한 회복력에 대한 대외의 신뢰와 긍정적 시각을 다시 한 번 보여준 결과”라고 평가했다.
세종=우상규 기자 skw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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