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8 (목)

이슈 고령사회로 접어든 대한민국

"급격한 고령화·채무증가 우려" 피치, 韓 잠재성장률 하향조정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재정건전성 개선 노력 전제로 신용등급 유지했지만
2차 추경 증액땐 건전성 흔들
기재부, 참고자료 배포하며 잠재성장률 하향조정 등 내용은 누락
"역대 최고등급 유지했다" 자화자찬만

아시아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세종=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국제 신용평가회사 피치(Fitch)가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하향조정한 것은 세계적으로도 유례없는 속도의 고령화와 구조적 채무 증가 때문이다. 한국 정부가 성과처럼 내세운 ‘신용등급은 AA- 유지’ 역시 추가세수를 활용한 국채 일부 상환 등 정부의 재정건전성 개선 노력을 전제로 한 것이어서, 최근 여당을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는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증액 편성 논의 결과에 따른 후폭풍이 우려된다.

21일(현지시간) 피치는 한국의 국가신용등급과 전망을 기존 AA- ‘안정적’로 유지하는 동시에 잠재 성장률은 2.5%에서 2.3%로 하향한다고 밝혔다. 일반 정부의 재정적자(중앙정부·지자체·비영리공공기관)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지난해 3.7%에서 올해 4.4%로 확대돼 AA 중위인 5.3%를 여전히 밑돌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령화·채무 증가 위협요인"= 피치는 한국의 경제상황에 대한 위협 요인으로 고령화와 채무증가 등을 꼽았다. 특히 "고령화에 따른 지출압력이 있는 상황에서 국가채무 증가는 재정운용상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면서 "위험의 향후 전개는 재정지출에 따른 생산성 및 잠재성장률 제고 효과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치는 올해 안에 한국의 국가채무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47.1%까지 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이는 지난해 말 기록한 한국의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 43.8%보다 4%포인트 가량 개선된 수치다.

반면 한국의 신용도를 지지한 배경으로는 효과적인 (코로나19) 펜데믹 관리와 수출호조에 따른 강한 경제회복을 꼽았다. 코로나19에 따른 2차 추경으로 재정적 부담은 있지만, 그간의 건전한 재정관리 이력에 대한 신뢰도 보냈다.

이밖에 "저금리, 주택공급 부족 등에 따라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고, 가계부채 증가세가 이어졌으나, 가계·기업 건전성, 정책대응 등으로 그에 따른 위협은 비교적 잘 억제됐다"면서 "대북 관계는 교착상태지만 긴장수위는 안정세다"라고 평가했다. 또한 "순대외채권, 경상흑자 지속, 충분한 외환보유액 등 견조한 대외건전성이 코로나19 상황 중에도 변함없이 유지되면서 국제금융시장 변동에 대한 완충 역할을 했다"고 덧붙였다.

◆피치 신뢰보낸 ‘건전성 개선’, 與 주장에 깨지나= 피치가 코로나19 이후 18개 선진국의 등급이나 전망을 하향조정한 데 비해 한국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핵심 요인 중 하나는 ‘재정지표 개선’이다.

피치는 이번 등급 유지의 배경과 관련해 "2차 추경이 재원을 추가세수로 충당하고, 추가 적자국채 발행을 하지 않으며, 국채를 일부 상환함에 따라 중단기 재정지표가 기존 전망보다 개선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한국의 건전한 재정관리 이력은 국가채무 증가압력을 완화하는 요인이며, 재정준칙은 재정관리를 더욱 강화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더불어민주당은 코로나19 재확산을 이유로 들며 기존에 정부가 발표한 33조원 규모의 2차 추경안의 증액편성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소상공인 대상 피해보상 및 지원의 규모를 대폭 확대하고, 전국민 지원금 지급도 함께 추진해야 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특히 여당은 피치가 한국의 재정건전성 개선 노력의 일환으로 언급한 국채 상환과 관련한 예산(2조원) 삭감을 주장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이에 대해 원론적인 반대 의지를 내비치고 있지만, 앞선 코로나19 대응 편성 절차를 감안하면 이번에도 여당안을 따라가게 될 가능성이 크다.

피치가 ‘재정관리 강화의 기반’이라고 꼽은 재정준칙이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다는 점도 우려스럽다. 2025년 도입을 목표로 GDP 대비 국가 채무 비율을 일정 수준 이하로 유지하겠다는 내용의 재정준칙은 지난해 말 정부가 국회에 제출했으나, 아직까지 논의가 진전되지 않고 있어 도입 여부 조차 확정되지 못한 상태다. 한 정부 관계자는 "국채 상환(2조원) 등은 실제 채무 규모에 비해 크지 않지만, 정부의 재정건전성 노력을 의미하는 하나의 상징"이라면서 "정치권의 요구로 이를 삭감해 추경 재원으로 쓰게 된다면 그에 따른 후폭풍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한편 기재부가 참고로 배포한 피치의 한국 국가신용등급 변경 관련 해설 자료에는 잠재성장률 하향조정과 GDP 대비 정부 부채 적자 비율 확대에 대한 내용은 빠졌다. 반면 신용등급과 전망을 역대 최고 수준으로 유지했다는 긍정적 평가만 담아 불리한 내용을 누락시켰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