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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금)

이슈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

추미애 수사의뢰, 홍영표 특검 수용…김경수 발목잡은 드루킹 건의 기승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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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할 수 없는 아픔을 느낀다.”

21일 대법원이 ‘친노·친문 적자’ 김경수 경남지사에 대한 징역 2년 실형을 확정한 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페이스북에 올린 위로의 말이다. 김 지사의 정치 생명에 치명타를 가한 ‘드루킹 사건’의 실체는 3년 6개월 전 민주당 대표였던 추 전 장관의 수사 의뢰로 그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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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루킹 댓글 여론 조작' 사건에 연루돼 징역 2년이 확정된 김경수 경남지사가 21일 경남도청에서 입장 표명 중 생각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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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발단=추미애의 결심



2018년 1월 추 전 장관은 자체 수집한 네이버 댓글 조작 정황 증거를 경찰에 제출하며 수사를 의뢰했다. 추 전 장관은 21일 페이스북에 당시 상황을 상세하게 설명했다. “2월 개최 예정인 평창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당정청이 총력을 다하던 시점에 국내 최대 포털사이트인 네이버의 주요 기사 댓글에 대통령을 모독하거나 평창올림픽 성공적 개최를 바라는 국민적 염원에 찬물을 끼얹는 댓글이 대규모로 조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신고와 민원이 계속되었고 청와대 청원까지 등장한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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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7월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는 추미애 대표와 홍영표 원내대표.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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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최민희 당시 당 디지털소통위원장은 “국정원 댓글 사건과 유사한 방식”이라고 주장했고 친여(親與) 방송인 김어준 씨는 그해 2월 한 방송에서 매크로를 이용한 포털 댓글조작 시연에 나서는 등 다수 친문 ‘스피커’들이 수사를 촉구하는 분위기였다.



②반전=김경수의 연루



사건은 2018년 4월 13일 ‘드루킹’ 김동원 씨 등 3명이 구속되며 반전을 맞이한다. 민주당 당원인 이들이 “보수세력이 한 것처럼 꾸미기 위해 댓글을 조작했다”고 경찰에 진술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국은 요동쳤다.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은 “범죄자 집단은 민주당”(김성원 당시 원내대변인)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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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 경남지사는 2018년 4월 19일 오전 10시30분 경남도청에서 출마선언을 예고했었다. 하지만 이를 취소한뒤 6시간 후인 오후 4시30분에 국회 정론관에서 출마 기자회견을 열었다. 6시간동안 행적이 묘연하자 드루킹 사건으로 인한 불출마설이 제기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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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루킹 구속 하루 뒤인 4월 14일 한 언론이 저녁 뉴스를 통해 “김 지사가 드루킹 일당과 수백건의 메시지를 주고받았다”고 보도하면서 사건은 여권의 대형 악재로 급변했다. 이에 김 지사는 이례적으로 보도 2시간 만인 오후 9시 30분에 기자회견을 갖고 “메시지는 드루킹이 일방적으로 보냈고 확인을 못 했다”며 “본질은 대선 후 무리한 대가를 요구해 거부당하자 매크로를 통해 악의적으로 정부를 비난한 사건”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드루킹의 ‘오사카 총영사 임명’ 청탁을 김 지사가 청와대에 전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론은 악화했다.

김 지사의 행적도 의혹을 키웠다. 그해 4월 19일 오전 10시 30분 경남도청 앞에서 지방선거 경남지사 출마선언을 예정했던 김 지사는 이를 돌연 취소하고 잠적했다가 6시간 후인 오후 4시 30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 지사는 “특검을 포함해 어떤 수사에도 응하겠다”며 출마를 선언했지만 당시 정가에선 “드루킹 사건에 스텝이 꼬인 것 아니냐”는 반응이었다.



③위기=홍영표의 수용



반전 이후 특검 도입 주장으로 태세를 전환한 한국당의 김성태 원내대표는 5월 들어 단식에 돌입하며 배수진을 쳤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5월 14일 특검주장을 전격 수용했다. 6월 지방선거에 출마하려는 현역의원의 사퇴 시한(그해 5월 14일)이 다가온 데다 추경안 통과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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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5월 14일 여야 교섭단체 원내대표가 추경 통과, 드루킹 특검 도입 등을 전격 합의한 직후 모습. 당시 민주당은 이날까지인 '공직선거 출마를 위한 현역의원 사퇴시한'을 지키기 위해 특검 도입을 수용했다. 왼쪽부터 노회찬 평화와 정의 의원모임, 김성태 자유한국당, 홍영표 민주당, 김동철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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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원내대표는 특검법에서 ‘대통령 선거’를 제외하고 수사대상을 ‘불법여론조작 관련자’로 한정하면서 정치적 파장을 최소화하고자 했지만 의도대로 되지 않았다. 그해 6월 수사를 개시한 허익범 특검팀이 범여권으로 수사망을 확대했기 때문이다. 수사과정에서 불법 정치자금 수수 사실이 드러난 노회찬 전 정의당 의원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비극도 벌어졌다. 김 지사에 대한 특검의 두 차례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되자 “성역없는 수사”를 외쳤던 홍 원내대표는 8월부턴 “특검이 정치에 몰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④결말=민주당의 사수 실패



이후 민주당은 김 지사를 위한 집단적 방어막을 폈지만 재판부의 판단은 기대와 달랐다. 2019년 1월 1심 판결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되자 여권은 “예상치 못한 결과”라고 반발했고 김 지사도 선고 이후에야 자필 입장문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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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2월 민주당 박주민(오른쪽) 사법농단세력 및 적폐청산 대책특별위원장과 이재정 대변인이 국회에서 열린 김경수 경남지사 판결문 분석 기자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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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증거가 부족한 억지 논리를 스스로 사법 신뢰를 무너뜨리는 방식으로 인한 최악의 판결”(이재정 당시 대변인)이라며 격렬하게 반응했다. 법조인 출신 박주민 의원은 기자간담회를 열어 김 지사의 1심 판결문을 조목조목 반박하기도 했다. 이해찬 당시 대표는 김 지사 구속으로 공백 상태였던 경남도청을 찾아 예산 증액을 약속하기도 했다. 김 지사는 2019년 4월 구속 77일 만에 보석으로 풀려나 도정과 재판 준비를 병행해 왔지만 지난해 11월 2심에서도 형량을 줄이지 못했고 결국 대법원에서도 이를 뒤집지 못했다.

추 전 장관은 이날 페이스북에 “김 지사에 대한 특검 여부로 고심할 때 끝까지 특검을 반대했던 당시 당대표로서 저는 그때나 지금이나 김경수 지사의 결백함을 믿는다”고 썼고 홍 의원은 “김 지사는 순수한 지지를 가장하고 다가온 ‘검은 음모’의 희생자”라고 주장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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