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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대법 “檢공소장 변경 사실 모르고 유죄받은 피고인… 판결 다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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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서울 서초동 대법원.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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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대현 기자] 검찰이 강제추행 혐의로 피고인을 기소한 뒤 재판 과정에서 공연음란 혐의로 공소장을 변경한 경우, 법원이 이를 피고인 측에 제대로 고지하지 않은 채 선고한 것은 절차상 위법한 판결이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1일 대법원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A(26)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4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창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앞서 A씨는 경남 진주에서 고속버스를 타고 영상을 보며 혼자 음란행위를 하던 중 옆자리에 앉은 여성의 허벅지를 만져 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의 음란행위는 3시간가량 이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1심은 A씨의 행동에 추행의 고의가 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반면 2심은 그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벌금 400만원을 선고했다. 검찰이 예비 죄명으로 '공연음란죄'를 추가하는 공소장 변경을 통해 유죄 판결을 이끌어낸 것이다.

2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버스에서 잠이 들었던 것으로 보이지만, 범행시간 및 거리 등에 비춰 피고인이 영상을 시청하며 홀로 음란행위를 하는 것을 충분히 인식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2심 재판부가 공소장이 바뀐 사실을 A씨 측에 미리 알리지 않고 마지막 변론기일을 진행한 데 있었다. A씨 측이 최후변론에서 공연음란 혐의에 대한 방어를 제대로 할 수 없었던 것이다. 현행 형사소송규칙 제142조 2항, 3항은 '검사가 서면으로 공소장변경을 신청하는 경우 법원은 그 부본을 피고인 또는 변호인에게 즉시 송달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법원은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했다. 재판부는 "강제추행죄와 공연음란죄는 심판대상과 피고인의 방어대상이 달라 피고인의 방어권 및 변호인의 변호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한 것"이라며 "원심은 공소장변경절차에 관한 법령을 위반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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