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행보 시작부터 지지율 하락
비전 못보이고 메시지도 거칠어
대선의 길, 참모 몇명과 갈 수 없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경희궁길 반기문재단에서 반 전 UN 사무총장을 예방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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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박근혜 특검'의 팀장 시절, 그에게 수사를 받았던 박근혜 정부의 한 인사가 이런 말을 했다. 윤 전 총장이 사표를 내기 전이었다. "검사 출신이 대선으로 가는 게 쉬운 일이 아닐 거다. 하지만 그와 얘기를 나눠봤더니 정치를 하면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는 검사의 언어가 아니라 정치인의 언어를 구사하는 사람이다." 의외였다. 자신을 수사한, 아니 자신의 집단을 초토화한 검사를 저렇게 평가한다는 게 말이다.
얼마 뒤 윤 전 총장을 잘 아는 한 중진 정치인으로부터 들은 얘기도 인상적이었다. "윤 전 총장은 남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심한 상처가 있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을 구속한 것에 대한 부담이다. 국민의힘에 들어가기 쉽지 않을 거다. 들어가는 순간 당할 거라는 걱정이 크다고 하더라."
전자는 강점이다. 원석이 괜찮다는 거다. 후자는 약점이다. 일종의 트라우마다. 두 얘기를 겹쳐보면 지금 그가 서 있는 모습이 보인다. 야권의 선두 주자에 오를 만큼 정치에 자질은 보이지만 유독 입당에는 머뭇거리는 것 말이다. 실제 입당을 망설이는 이면에 '상처'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영향을 주는 거라면 그건 큰 악재다.
요즘 그의 행보도 불안하다. 출마를 선언하고 나면 '컨벤션 효과'라는 게 있어 상승세가 나타나지 않을까 했다. 그런데 오히려 하락세가 심상찮다. 최근 리얼미터·오마이뉴스 조사에서 지난번보다 4.5% 포인트 떨어진 27.8%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20%대로 떨어진 건 4개월 만이다. 크게 뒤졌던 이재명 경기지사는 1.4% 포인트 차이로 따라붙었다.
밑천이 빨리 드러난 느낌이다. 중도를 잡기 위해 입당을 미룬다면서 반문 행보만 주로 했다. 대선주자가 가져야 할 생명과도 같은 비전과 공감을 보여주기엔 역부족이었다. 외교와 경제 메시지는 거칠었다. 특히 전언정치, 회동정치가 구식이었다. 평생 검사였던 그가 무슨 자신감인지 주변에 무게 있는 정치인 멘토나 참모를 두지 않는다. 캠프 사정을 잘 아는 국민의힘 관계자는 "정치 경험도 없는데 혼자 결정하고 방향을 정하다 보니 허점이 생기는 것"이라며 "누구 말대로 감독·배우를 다 할 게 아니라 배우만 맡고 제대로 된 정치인 감독을 구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 마당에 일독을 권할 책이 있다. 민주당 대선평가위원장을 지냈던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가 쓴『정치는 감동이다』란 책이다. 2012년 당시 문재인 후보가 왜 졌는지를 쓴 보고서다. 이 책은 윤 전 총장이 가진 약점을 '문재인 시점'으로 건드린다. "문 후보의 약점은 정치 신인이라는 점이다. 기성 정치권 불신으로 후보가 됐지만 역설적으로 신인이라는 점이 발목을 잡았다. 큰 선거를 치러본 적이 없고, 정당처럼 거대 조직을 전국적으로 동원해 본 경험이 없는 점은 본선 경쟁에서 치명적인 약점이 됐다"고 했다. 사실 윤 전 총장은 당시 문 대통령보다 더 신인이다. 이 책은 그의 구상 중 하나일 수 있는 단일화에 대해서도 부정적이다. 한 교수는 "단일화 필승론의 함정"이라고 표현하면서 단일화에 기대를 걸다 오히려 선거 자체를 망쳤다고 분석했다.
대선의 길은 혼자 판단하고 참모 몇 명과 손잡아서 될 일이 아니다. 정치 신인은 더욱 그렇다. 정치 무경험은 치명적이라 하지 않나. 한 교수에 따르면 제3지대에 머물다 감행할 단일화도 능사가 아니다. 말이 좋아 제3지대지 허허벌판이다. 지금 하는 거로 봐선 밖에 계속 있다간 지지율 다 까먹기 십상이다. 기호 2번이 아닌 무소속 기호를 달고 대선에 나갈 게 아니라면 그나마 늦지 않게 국민의힘에 입당하는 게 방법이 아닐까 싶다. 당내에서 정치 경험이 있는 인사에게 손을 내밀고 자신의 비전도 보여야 가능성이 있다. 행여 전직 대통령 구속에 대한 상처가 가야 할 길을 막고 있다면 그것부터 걷어내야 한다. 윤 전 총장은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길이 아니라 자신이 잘 해낼 수 있는 길로 가야 할 거다.
신용호 정치에디터 |
신용호 정치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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