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확산세에 일정 미루는 당내주자들, 비전 제시는 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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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준이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이어 최재형 전 감사원장,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까지 당밖 대권주자들이 본격적인 정치 행보를 시작한 가운데 기존 당내 주자들의 영향력이 약해지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19 확산세까지 더해지면서 존재감을 드러내기 더욱 쉽지 않아진 모양새다.
민심 청취 행보인 '윤석열이 듣습니다'를 이어가고 있는 윤 전 총장은 최근 공개 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제헌절인 지난 17일에는 광주 국립 5·18민주묘지를 참배한 후 페이스북을 통해 "'자유민주주의'의 헌법정신을 피로써 지킨 항쟁이 바로 5.18 민주화운동"이라며 "광주의 희생, 恨을 자유, 인권 등 인류 보편 가치로 승화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냈다.
캠프 구성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그간 대변인단, 공보팀 외 인사를 공개한 적 없었던 윤 전 총장 캠프는 18일 황준국 전 주영국대사를 후원회장으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또 앞선 16일에는 국민의힘 소속 김영환 전 과학기술부 장관이 캠프에 합류했다.
정치 참여 선언을 한지 8일 만인 지난 15일 국민의힘에 입당한 최 전 원장은 빠른 속도로 공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입당 이튿날인 16일엔 제헌절을 맞아 "그동안 통치행위는 헌법과 법률이 정한 권한 밖에서 행사된 경우가 많다"면서 "헌법에 규정된 제청권이 제대로 행사되지 않았고 국가의 정책수립이나 집행과정에서 통치자의 의중에 따라 적법한 절차가 지켜지지 않았으며 헌법과 법률에 정해진 권한을 넘어선 인사개입도 많았다"고 문재인 정부를 직격하는 메시지를 내놨다.
이어 17일에는 부산 해운대 동천교 하천변에서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을 비롯한 당원들과 쓰레기를 줍는 봉사활동으로 공개활동을 개시했다. 아들 둘을 입양하고 봉사 활동을 해온 것으로 알려진 그는 특유의 감동 스토리로 차별화를 꾀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제3지대'에서 정치 행보를 시작할 것으로 전망되는 김 전 부총리는 19일 출간되는 저서 '대한민국 금기깨기'를 시작으로 대선 행보에 속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최근 언론 인터뷰 등 대중과의 접촉을 늘리며 대선 도전 의지를 시사해왔다.
이 가운데 당내 주자들의 존재감은 더욱 더 작아지고 있다. 아시아경제가 윈지코리아컨설팅에 의뢰해 지난 10~11일 실시한 대선 주자 지지도 여론조사 결과에서 당내 주자인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4.8%), 유승민 전 의원(3.2%),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2.1%), 원희룡 제주도지사(1.3%)는 모두 5% 미만의 지지율에 그쳤다. (조사 방법은 무선ARS로 휴대전화 가상번호 100%이며, 표본은 2021년 1월 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 기준 성·연령·지역별 가중값 부여(셀가중)로 추출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자세한 조사 개요는 윈지코리아컨설팅 홈페이지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원희룡 제주도지사(왼쪽)와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가 7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원 지사 지지 현역 의원들의 모임 '희망오름 포럼' 출범식에서 인사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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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코로나19 4차 대확산으로 거리두기 지침이 강화된 점도 이들에겐 또 다른 변수가 될 수 있다. 당밖 주자들의 등판에 관심이 쏠린 상황에서 당내주자들은 정책 발표 및 소통 행보 등을 통해 인지도를 강화해야 할 시점이지만, 오프라인 행보 자체에 제동이 걸린 탓이다.
실제 각 캠프는 변화된 방역 상황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원 지사 측 관계자는 "휴가철 제주도 입도객 급증으로 인해 코로나 방역에 집중하고 있다"면서 "페이스북과 유튜브 채널 출연, 인터뷰 등 온라인 활동 위주로 일정을 소화하고 있으며 온라인 캠페인 방향에 대해 고민 중이다"고 밝혔다. 유 전 의원 측 캠프 관계자도 "코로나19 확산으로 비전선포식, '희망22' 동행포럼 등 계획된 오프라인 행사들을 순연했다"면서 "다음주는 방송 일정 외 공식 행사가 없다"고 했다.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 대표 측 관계자도 "간담회 등 서울 일정은 대부분 취소했다"면서 "대체할 방안에 대해 지속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홍 의원, 유 전 의원,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 등은 부동산, 병역 등 구체적인 정책 자료를 발표하기 시작했지만 당밖 주자들에 비해 큰 화제를 모으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아시아경제와의 통화에서 "대권 주자들 중 아직 어느 한 사람도 제대로 된 비전을 내보인 사람이 없다"면서 "앞으로의 지지율은 현 (대한민국의) 상황을 얼마만큼 인식하고 국민에게 어필할 수 있는지, 자기 나름대로의 비전을 이야기할 수 있느냐에 따라 달려 있다"고 설명했다.
자강론을 외치며 '당내 주자 띄우기'에 나섰던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막상 대선 경선을 앞두고는 이들에게 각자도생을 주문하는 모양새다. 이 대표는 지난 13일 방송 인터뷰에서 “윤희숙 의원, 원희룡 제주지사가 오늘 언론에 많이 언급됐는데 언론 노출도가 높아지면 지지율 뛰어오를 계기를 만들 수 있다"며 "지금까지 우리당 후보들이 너무 점잖았다. 역동성을 가지라"고 촉구했다.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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