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톡’] “정치권 뉴스의 조금 다른 의미, 뒷 이야기들을 찾아가는 코너입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경희궁길 반기문재단에서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 예방을 마치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왜 국민의힘에 입당하지 않을까. 야권 주자가 된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감사원장직을 그만둔 지 17일만에 국민의힘으로 입당했다. 30대 이준석 대표 체제를 만들어낸 국민의힘은 당 분위기나 지지율도 나쁘지 않다. 그럼에도 윤 전 총장은 국민의힘 입당을 미루고 있다. 국민의힘 인사들을 만나면서도 가까워질 듯 멀어지고, 멀어질 듯 가까워지는 ‘밀당’만 이어가고 있다.
윤 전 총장 측이 말하는 이유는 시너지 효과를 위해서다. 소위 ‘선물’이 준비될 때까지는 입당을 미루겠다는 것이다. 윤 전 총장 측 관계자는 기자와 통화에서 “우리는 입당을 당장 하지 않는다고 여러번 얘기왔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그냥 입당을 하면 뭐하느냐. 선물을 들고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측이 말하는 ‘선물’이란 중도층을 의미한다. 단순한 입당으론 양측 모두에게 도움되지 않기 때문에 윤 전 총장은 국민의힘 당적으로 얻을 수 없는 중도층 지지까지 확보해 국민의힘에 들어가겠다는 논리이다. 따라서 입당 시기는 선물이 준비되는 시기다. 이 관계자는 중도층 확보는 곧 압도적 정권교체를 위한 길이라고도 강조했다.
이는 바꿔 말하면 윤 전 총장의 입당은 대선 전에는 반드시 이뤄질 거란 의미기도 하다. 선물의 수신자는 정해져 있는 셈이다.
실제로 윤 전 총장 캠프 내에서는 무소속 대선 후보로 끝까지 뛰는 것은 어렵다는 것이 다수 의견인 것으로 전해졌다. 무소속 후보가 가지는 대선 비용 마련 한계도 이런 주장에 힘을 실어준다. 다만 입당의 명분과 실리가 모두 충족될 때까지 입당 시점은 미뤄질 수 있다.
윤 전 총장의 ‘입당 밀당’ 이면에는 ‘누가 야권의 주인이 될 것이냐’를 두고 벌어지는 헤게모니 싸움도 자리잡고 있다. 윤 전 총장의 ‘선물론’은 결국 정권교체의 중심이 윤 전 총장이 돼야 한다는 의미다. 반면에 국민의힘이 ‘경선 버스’ 출발 전에 윤 전 총장의 입당을 요구하는 것은 주도권을 국민의힘이 쥐겠다는 뜻이다. 국민의힘 당적으로 윤 전 총장이 경선 과정을 거쳐 후보가 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통화에서 “이준석 대표가 원하는 건 국민의힘의 대선 승리지, 윤석열의 대선 승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16일 윤 전 총장의 입당을 압박했다. 이 대표는 이날 공개된 일본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윤 전 총장을 두고 “선거를 한 번도 치르지 못해 미숙한 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입당하지 않고 제3지대에 머물러 있는 현 상황을 비판하면서 입당을 간접적으로 압박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 대표는 또 “지금은 본인의 인기가 매우 높아 어딜가나 환영받는다. 그래서 지지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잘 보이지 않을텐데, 그것을 파악하게 되면 윤 전 총장의 메시지는 더 분명해지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메시지가 불분명하다고 꼬집은 셈이다. 이 대표는 이날 YTN 라디오에서도 윤 전 총장을 향해 “정치는 시시각각 변화하는 상황에서 목표를 수정해야 한다. 윤 전 총장도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며 말했다.
정치권 안팎에선 결국 변수는 윤 전 총장 지지율이라고 입을 모은다. 지지율 추이에 따라 그의 입당 여부는 갈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윤 전 총장 지지율이 하락하고 중도층 이탈 현상이 이어진다면, 윤 전 총장은 ‘선물’을 준비하지 못한 채 반 강제적으로 입당을 해야하는 상황을 맞을 수 있다. 그러나 윤 전 총장 지지율이 반등하고 중도층 이탈을 막는다면, 윤 전 총장은 입당 지연전도 속도전도 원하는대로 펼치면서 당의 ‘헤게모니’도 쥘 수 있게 된다.
박순봉·유설희 기자 gabgu@kyunghyang.com
▶ [뉴스레터] 식생활 정보, 끼니로그에서 받아보세요!
▶ 경향신문 프리미엄 유료 콘텐츠가 한 달간 무료~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