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텐트' 표방 독자행보하다 고공지지율 하락세까지 데자뷔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 예방하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 |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이동환 기자 = 야권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15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만난 것은 시기적으로 묘하다는 정치권의 평가를 낳았다.
반 전 사무총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의 소용돌이 속에서 금의환향해 정권 재창출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지만, 네거티브 공세와 크고작은 실수 속에 정치적 오판이 겹치면서 결국 중도 하차했다.
윤 전 총장은 야권의 정권 교체 열망을 업고 대권에 도전했다. 그러나 초반 행보만 보면 좋은 점수를 받기는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인식이다. 심지어 4년 전 반 전 총장의 뒤를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관측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이뤄진 이날 윤 전 총장과 반 전 총장의 면담은 이목을 끌었다.
캠프 좌장을 맡은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은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윤 전 총장이 꼭 뵙고 싶다고 해서 마련한 자리"라며 "정치적 목적은 없었다"고 일축했다. 국제 정세와 기후 변화 등에 대한 조언을 구하는 데 초점을 맞춘 자리였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윤 전 총장이 비공개 면담에서 반 전 사무총장으로부터 자신의 대권 도전 경험과 관련한 조언을 듣지 않았겠느냐는 관측이 끊이지 않았다.
윤 전 총장의 최근 행보가 지난 대선 당시 반 전 사무총장의 전철과 묘하게 겹친다는 평가는 이런 관측을 더욱 부추겼다.
두 사람은 각자 분야에서 탁월한 커리어를 바탕으로 기존 양당 구도와 거리를 둔 채 '빅텐트'의 구심점을 표방하며 정치권에 발을 들였다는 공통점이 있다.
특히 주변에서 우후죽순 팬클럽이 생겨나는 가운데 실무형 캠프를 꾸리고 거대 정당 러브콜을 뿌리치면서 민심 청취에 나선 점은 완전히 일치한다.
당시 반 전 사무총장을 향해 기업인으로부터 거액을 받은 의혹이나 가족의 사기 혐의 등 네거티브 공세가 집중된 것도 이른바 '윤석열 X파일' 논란을 연상시키는 측면이 있다.
윤 전 총장의 최근 지지율 하락세마저 심상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여론조사기관 대표가 "너무 빨리 무너진다"고 지적할 정도로 위기라는 말까지 나온다.
리얼미터가 이날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윤 전 총장 지지율은 지난주보다 4.5%포인트 하락한 27.8%를 기록했다.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낙연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선두권 주자들이 모두 지지율 상승세를 나타낸 것과 대비됐다.
반 전 사무총장의 경우 한때 독보적인 지지율 1위를 기록하다 귀국 후 불과 3주 만에 10%대로 내려앉아 대권 뜻을 접어야 했다.
윤 전 총장은 전날 언론 인터뷰에서 "수치는 신경 쓰지 않는다"고 했지만, 캠프 관계자들은 캠페인 방향 수정을 고민할 정도로 비상이 걸린 것으로 전해졌다.
코로나19 방역 강화로 민생 현장 방문 등 당초 계획했던 일정이 여의치 않아 이렇다 할 지지율 반등의 계기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야권에서 윤 전 총장의 대안으로 거론되는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이날 국민의힘에 평당원으로 전격 입당하고, 국민의힘이 그에게 입당 환영식까지 열어준 것도 뼈아픈 대목이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윤 전 총장이 선수를 빼앗기고 실기한 모양새"라며 "지지율이 더 미끄러지면 당에서도 진심으로 반갑게 맞이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 예방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 |
hanj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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