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들이 잇달아 카드론(장기카드대출) 최저금리를 낮추면서 이른바 '풍선효과'를 놓고 전망이 엇갈린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강화로 은행에서 대출길이 막힌 고신용자들이 금리가 낮아진 카드론을 찾을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우려가 존재한다.
반면 코로나19(COVID-19) 확산으로 규제가 느슨했던 지난해와 달리 당국이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을 조이고 있고 카드론의 체감 이자 부담이 만만치 않아 고신용자들이 은행 신용대출처럼 접근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13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삼성카드는 최근 카드론 최저금리를 5.9%에서 4.9%로 1% 포인트 내렸다. 앞서 현대카드도 지난 1일 카드론 최저금리를 5.5%에서 4.5%로 인하했다. 카드론을 취급하는 7개 전업카드사 중 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카드가 4%대 이하로 카드론 금리를 낮춘 것이다.
가장 먼저 금리를 하향 조정한 곳은 KB국민카드로 지난 3월 일찌감치 업계 최저 수준인 3.9%의 카드론 최저금리를 제시했다.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금리가 2~3%인 점을 고려 할 때 카드론과 은행권 대출 금리 차이가 1~2%포인트 밖에 나지 않는 셈이다. DSR 규제 강화로 고신용자 대출 수요를 카드론이 흡수할 것이란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카드론은 1년 후인 내년 7월부터 DSR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
카드론은 업계에선 고금리의 고위험 대출 상품으로 통한다. 신청 방법이 간단하지만 그만큼 차주의 상환 능력을 꼼꼼히 살펴보기 어렵다는 단점도 있다. 차주 입장에서 보면 카드론을 쓰면 신용점수가 하락하는 것도 불리한 요인이다.
카드업계는 카드론 최저금리 인하와 DSR 규제 영향이 카드론 이용액과 잔액 급증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최저금리 자체가 3.9%에서 4%대로 시중 은행과 큰 차이가 없는 것은 맞지만 명시된 최저 금리로 카드론을 이용할 수 있는 고객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카드론을 이용 중인 신용점수 900점 초과(구 신용등급 1~2등급) 고신용자들의 평균 금리는 지난 5월말 기준으로 삼성카드 11.87%, KB국민카드 10.99%, 하나카드 10.84%, 현대카드 10.54%, 롯데카드 10.50%, 우리카드 9.06%, 신한카드 7.99% 등이다. 대부분 10% 안팎이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3% 후반이나 4%대의 카드론 최저금리는 상징적인 숫자일 뿐 실제로는 신용점수가 900점을 넘어도 두자리수대 금리가 적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장기 대출을 선호하는 고신용자들의 특징을 고려하면 가령 2000만원을 빌리고 난 이후 이자 포함 월 200만원을 넘게 내야 하는 고금리 카드론을 이용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카드업계는 대출총량규제로 인해 수요가 몰린다고 무작정 카드론을 늘리기도 어려운 실정이라고 설명한다. 대출총량규제는 가계대출 증가율을 전년 대비 일정 수준 유지하도록 하는 정책이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 확산의 영향으로 업계 자율에 맡겼으나 올 들어 당국은 5% 안팎에서 대출총량 확대를 자제해 달라는 주문을 하고 있다.
또 다른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론 최저 금리 인하는 고신용자 수요 흡수를 위해서라기보다 24%에서 20%로 이달부터 인하된 법정 최고금리 연쇄반응의 성격이 더 강하므로 걱정하는 만큼 카드론이 급격히 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세관 기자 son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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