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와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만찬 회동을 하고 있다. [이승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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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혜대상 범위를 놓고 갈팡질팡을 거듭하고 있는 재난지원금이 국민에 위로가 되기는 커녕 짜증지수만 확 높이고 있다. 재난지원금은 소득하위 80%에게 주기로 국무회의 의결까지 했고 이에따라 2차 추경안을 국회에도 제출한 상태다. 하지만 여론이 안좋자 다시 방향을 틀어 전국민 지급쪽으로 가는가 싶더니 다시 없던 일이 됐다.
지난 12일 저녁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와 국민의 힘 이준석 대표가 전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키로 전격 합의했다는 발표가 나왓지만 100분만에 번복되는 코미디까지 연출했다. 소상공인·자영업자 집중지원 후 재난지원금 확대를 논의하는 것으로 야당이 말을 바꿨기 때문이다.
송대표도 궁지에 몰렸다. 송대표는 그동안 민주당 대선경선 연기 반대, 강성친문들에겐 금기어인 '대깨문'발언 등으로 이재명 경기도지사쪽에 경도된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왔다. 그랬던 송대표가 이대표와 만나 이지사가 그동안 주장해 온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밀어붙였지만 결과적으로 성과를 내지 못한채 당내 반이재명 세력의 반발만 자초한 때문이다. 당장 반이재명 전선을 형성하고 있는 대권후보 이낙연·정세균 등은 '엉뚱한 합의'였다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고 있다.
이처럼 결론을 못낸채 수개월째 재난지원금 논란이 지속되는건 출발부터 잘못됐기 때문이다. 5차 재난지원금 활시위는 지난 2월 19일 문재인 대통령이 당겼다. 당시 코로나로 힘들어하는 국민들에게 힘을 불어넣는 사기진작용이라며 '으샤으샤 위로금'을 꺼내든게 문대통령이다.
이후 집권여당 위정자들은 지난 5개월간 보편과 선별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며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였다. 국민들의 재난지원금에 대한 피로감이 높아지고 짜증지수가 위험수위까지 오른건 이때문이다.
소득하위 80% 선별지급안은 시작부터 삐거덕거렸다. 왜 80%인지에 대한 대한 명확한 원칙과 잣대가 없는 상황에서 누군받고 누군 못받느냐는 불만이 터져나온것은 당연했다. 대충 소득 상위 20% 정도면 먹고 살만한 계층이니 지원금 안받아도 불만이 없을 것으로 생각한 듯하다. 어차피 집권여당을 찍을 확률이 떨어지는 기득권층으로 보고 제꼈다는 합리적 의심도 가능하다.
8대 2로 편을 갈라쳐 세금을 많이 내는 '2'는 위로를 받을 만한 국민으로도 취급 않느냐는 지적이 나왔다. 재난지원금 재원이 되는 세금의 90%를 소득상위 20%가 낸다.
이렇게 하면 큰 문제가 없을줄 알았는데 80% 경계선에 위치해 아슬아슬하게 수혜대상에서 배제된(컷오프) 80.1%는 더 기분이 상했다. 단돈 몇백원, 몇천원 차이로 지원금 100만원(4인 가구)이 날라가기 때문이다. 80.1%보다 월 몇천원 덜 버는 가구가 지원금을 받게되면 소득역전까지 발생하니 '뭐 이런 경우가 다 있나'라는 불만이 생기는 것이다.
또 한달에 329만원 이상 버는 흙수저 1인가구, 자녀가 없는 맞벌이 가구도 두명의 소득을 합쳐 정부가 정한 80% 기준선을 넘으면 억울하게 컷오프될 수 있다.
자산은 많은데 소득이 적어 지원금을 받고, 월·전세 사는데도 소득이 기준선을 넘는 흙수저는 컷오프되고, 소득이 적어도 비싼집 살면 대상에서 제외되고, 수십억대 주식·채권 등 금융자산을 가지고 있는데도 소득이 적으면 지원금을 받는 이현령비현령 기준을 누가 공정하다고 받아들이겠나.
여론이 나빠지자 안되겠다 싶었는지 표가 급한 정치인들이 아예 전국민 지급 카드를 만지작 거리고 있는 것이다.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는 선별지급은 애시당초 불가능한데다 선별에 따른 행정비용과 형평성 논란을 감안하면 선별보다는 차라리 전국민 지급이 낫다고 볼수 있다.
하지만 전국민 지급으로 바뀌면 1인당 지급액이 25만에서 20만원으로 줄어들 개연성이 크다. 푼돈이 돠는 셈이다. 지급액을 줄이지 않고 1인당 25만원을 유지한다면 나라빚이 더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외상이라면 소도 잡아먹는다고 하는데 딱 그꼴이다. 미래세대에 더 큰 부담을 떠넘기는 것이다.
사실 필자는 전국민 지급이든 70%, 80%, 90% 선별지급이든간에 이런식의 재난지원금은 반대한다. 재난지원금을 꼭 주고 싶다면 코로나탓에 어려움이 더 커져 지원이 절실한 기초수급·차상위계층 등 취약계층에 집중해 두텁게 지원하는게 정답이다.
이들에게 1인당 20~25만원 푼돈 대신 지급액을 서너배씩 더 늘려 지원하면 국민들은 기꺼이 수긍하고 박수를 칠 것이다.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선심용 돈 뿌리기 차원의 재난지원금으로 표를 매수하려는 정치적 셈법에서 벗어나 취약계층을 집중적으로 챙기는게 국가가 할일이다. 기초생활보장 수급 대상과 차상위 계층에 대한 자료는 이미 정부가 확보하고 있으니 행정비용이 들어갈 일도 없다.
[박봉권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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