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
서울대 청소노동자의 갑작스런 사망을 두고 유족, 노조와 학교 간 입장 차이가 크다. 고된 노동강도와 '갑질'이 있었다는 비판이 제기됐지만 학교당국은 '사실 왜곡', '마녀사냥'이라고 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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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노조 "숨진 A씨, 고강도 노동 시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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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서울대 기숙사 청소노동자 A(여·59)씨가 휴게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산하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과 유족은 이달 7일 서울대 관악캠퍼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강도 높은 노동과 군대식 업무 지시로 인한 스트레스로 A씨가 숨졌다"고 주장했다.
A씨가 근무했던 925동 여학생 기숙사는 건물이 크고 학생도 많지만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지 않아 매일 100리터(ℓ) 쓰레기봉투 6~7개를 직접 운반하는 등 고된 노동에 시달렸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달 새로 부임한 관리자가 '관악학생생활관을 영어 또는 한문으로 쓰라'는 업무과 연관성 없는 내용의 필기시험을 강요하고, 점수를 공개해 모욕감을 줬다는 폭로가 나왔다. A씨 남편은 "(아내가) 코로나19로 일이 많아진데다 학교가 군대식으로 노동자들을 관리했다고 말했다"고 비판했다.
한 청소노동자의 죽음은 큰 파장을 몰고왔다. 지난달 2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청소노동자들이 화장실에서 식사하지 않도록 휴게공간을 보장할 것을 의무화해주세요'란 제목의 청원은 A씨 사망이 전해진 뒤 참여인원이 급증, 11일 오전 19만명에 달하는 동의를 얻어 답변 요건인 20만명에 가까워졌다.
/사진=이재명 경기도지사 페이스북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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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것이 목구멍에 올라와" 이재명 지사 비판에…서울대 학생처장 "역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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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도 논란에 가세했다. 여권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8일 페이스북 게시글에서 "서럽기 위해 태어난 사람은 없다"며 "기사 내용이 사실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삐뚤삐뚤 쓰신 답안지 사진을 보며 뜨거운 것이 목구멍으로 올라온다"고 비판했다.
계속된 비판에 서울대도 반박에 나섰다. 구민교 서울대 학생처장(행정대학원 교수)은 9일 페이스북에 "숨진 A씨의 명복을 다시 한번 빈다"면서도 "저도 '뜨거운 것이 목구멍으로' 올라와 한마디 하겠다. 한 분의 안타까운 죽음을 놓고 산 사람들이 너도나도 피해자 코스프레 하는 게 역겹다"고 적었다.
논란이 일자 구 교수는 해당 게시글을 비공개로 전환했지만, 얼마 후 새로운 해명을 붙여 다시 공개했다. 그는 "'피해자 코스프레 역겹다' 부분은 정치권을 두고 한 말이다. 당연히 유족 분들이나 다른 청소 노동자 분을 두고 한 말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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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측 "과로·갑질 모두 사실무근… 관리자 마녀사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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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교수를 비롯해 서울대에선 지속적으로 "사실이 왜곡됐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기숙사 관련 업무를 맡은 한 서울대 관계자는 9일 머니투데이에 논란이 된 쪽지시험은 직무교육 차원이었다고 해명했다. 외국인 학생들이 기숙사 위치를 묻는 경우가 많아 영어나 한자를 교육했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이마저도 2번 만에 폐지했다"며 "심지어 숨진 A씨는 시험 만점을 받았다"고 밝혔다.
갑질 당사자로 지목된 관리팀장은 회의 후 바로 퇴근할 수 있도록 작업복이 아닌 사복을 입으라고 배려해 준 것이고, 준비물 미참시 인사고과 감점 언급도 "농담조"였다"며 "고압적인 지시로 탈바꿈할 줄 상상도 못했다"고 했다. 임금 삭감 협박을 했다는 보도에 대해서도 "제초 업무를 하지 않는 청소원들은 임금을 월 30만~50만원 적게 받는다"며 "이 점을 상기시켰지 협박이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사진=서울대 관악학생생활관 홈페이지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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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측은 "진상규명을 기다려 달라"는 공지를 올리기도 했다. 남성현 서울대 관악학생생활관 기획시설부관장은 10일 홈페이지 게시글에서 "앞으로 산재 관련 조사에 성실하게 협조할 예정"이라면서도 "민주노총이 이 사건을 악용, 몇몇 다른 위생원 선생님들과 유족을 부추겨 근무환경이 열악하다거나 직장 내 갑질이 있었다는 등 사실관계를 왜곡하면서까지 일방적인 주장을 펼쳤다"고 비판했다.
남 부관장은 "노조의 허위 주장이 일방적으로 보도되고 많은 사람들에게 소비되며, 정치권 등에서는 이를 정치적으로 악용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며 "해당 관리자를 마녀사냥식으로 갑질 프레임을 씌우는 불미스러운 일이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세부 내용에 대해서는 사실관계를 검토하여 해명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홍효진 기자 jin855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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