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보고서 뒤늦게 공개…"FTA 재협상·안보관계 고려"
트럼프, 수입산 자동차에 무역확장법 232조 적용 검토 지시(PG) |
(서울=연합뉴스) 윤보람 기자 = 미국 상무부가 2018년 수입산 자동차에 대한 '무역확장법 232조' 조사 당시 한국을 관세 부과에서 면제해야 한다고 백악관에 공식 건의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당시 상무부는 한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결과와 강력한 국가안보 관계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11일 한국무역협회와 외신 등에 따르면, 미 상무부는 2018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로 수입산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이 미국 국가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보고서를 최근 공개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수입산 자동차 및 부품에 대해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25%의 고율 관세 부과를 추진하기에 앞서 상무부에 이런 조사를 지시했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외국산 수입 제품이 미국의 국가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되면 긴급하게 수입을 제한하거나 고율의 관세를 매길 수 있도록 한 조항이다.
상무부의 보고서는 2019년 2월 백악관에 제출됐고 관세 부과 여부는 그해 5월 결정될 예정이었으나 6개월 연기됐다. 하지만 그 후에도 백악관은 보고서를 공개하지 않았으며, 232조 조치를 유예한다고 발표했다.
2년여 만에 공개된 보고서에서 상무부는 과도한 자동차 및 부품 수입이 미국 내 실업률, 정부 수입 감소, 기술 상실 등 자국 산업에 실질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으며 국가안보에 해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구체적으로 지난 30년 동안 수입산 자동차가 증가해 미국 내 제조기반이 약화했고, 그 결과 미국 자동차 산업의 혁신 기술 리더십이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미국 내 자동차 산업 연구개발(R&D) 투자 비중이 크게 감소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결론적으로 상무부는 다른 국가와의 협상에서 미국 자동차 산업에 긍정적인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면 232조 조치를 시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동차와 엔진·변속기·파워트레인 등 부품 수입에 대해 최대 25% 관세를, 스포츠유틸리티차(SUV)와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CUV) 수입에는 최대 35%의 관세를 각각 부과할 것을 권고했다.
미국 상무부 |
눈에 띄는 것은 상무부가 특정 국가에 대한 관세 면제 여부를 결정할 때 고려할 국가로 한국을 유일하게 언급했다는 점이다.
상무부는 한국이 미국과 강력한 국가안보 관계에 있고, 최근에 개선된 '합의'를 이뤄냈다는 점에 근거해 관세 면제 대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여기서 '합의'는 한미 FTA 재협상 결과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은 2018년 미국과의 FTA 재협상에서 미국의 픽업트럭 관세를 20년 더 유지하기로 하고 우리나라가 수입하는 미국산 자동차의 안전기준 적용을 확대하는 등 자동차 분야에서 한발 양보했다. 협정 개정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훌륭하다(wonderful)"고 평가한 바 있다.
당시 정부 내부와 통상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한미 FTA 개정안 발효로 인해 우리나라가 232조 적용에서 제외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는데, 뒤늦게 이런 결과가 사실로 확인된 셈이다.
박태호 법무법인 광장 국제통상연구원 원장(전 통상교섭본부장)은 "한미 FTA 재협상 당시 자동차 분야에서 미국에 상당한 호의를 보였기에 미국 측에서도 232조 적용을 제외하자고 한 것 같다"며 "이전 정부에서 작성된 보고서이긴 하지만, 바이든 현 정부에서도 비슷하게 평가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br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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