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8일 여성가족부(여가부) 폐지를 두고 연일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지난 6일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과 하태경 의원이 여가부 폐지를 대선 공약으로 내놓고 비판이 제기되자 재반박이 나오는 등 논란에 불이 붙었다. ‘분열의 정치’라는 비판이 제기되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한발 물러섰다.
유승민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의원 /권호욱 선임기자 |
여가부 폐지 논란에 처음 불을 붙인 유 전 의원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여가부 폐지를 거듭 약속한다”고 밝혔다. 그는 “양성간 평등과 공정은 우리나라 경제,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실현해야 할 가치”라며 “이 많은 일들을 여가부 혼자 무슨 수로 감당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유 전 의원은 여가부를 향해 역공도 펼쳤다. 그는 “박원순, 오거돈 전 시장의 권력형 성범죄에 대해 여가부는 뭘 했느냐”면서 “여성인권 보호는커녕, 반여성 여가부, 반여성 민주당 아니냐”고도 말했다. 하 의원도 KBS 라디오에서 20·30세대에선 여성에 대한 차별이 없어졌다는 취지로 주장한 뒤 여가부는 “폐지가 아닌 졸업할 때가 됐다”고 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8일 서울 강남구 팁스타운에서 열린 ‘스타트업 현장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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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윤 전 총장은 이날 서울 강남구 ‘스타트업 간담회’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부서 폐지 문제는 조금 더 검토를 해봐야 하는 것 아닌가”라면서 “업무의 큰 변화가 있어야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은 갖고 있다”고 말했다. 여가부 기능에 대한 고민은 있지만 폐지 신중론에 가까운 발언이다.
당내 대선 주자인 윤희숙 의원과 원희룡 제주지사도 전날에 이어 회의론을 폈다. 윤 의원은 KBS 라디오에서 여가부 폐지에 대해 “분노에 기반한 것이 아니라 냉정하게 만들어내는 해결책인지는 좀 생각을 해봐야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원 지사도 SNS에 ‘여가부 폐지 이슈, 현명하지 않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반대 입장을 내놨다. 원 지사는 “여가부 폐지가 차기정부의 우선순위가 아니다”라며 “무슨 일이 생기면 해경을 없앤다, LH공사를 없앤다 식으로 쉽게 접근하는 것은 대안세력으로서의 (국민의힘의) 신뢰를 떨어뜨린다”고 지적했다.
‘여가부 폐지 찬성’에 가깝던 이 대표도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훨씬 더 숙의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대선주자별로 아이디어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KBS 라디오에선 “정부의 효율화 측면에서 특임부처를 없애자는 취지로 가면 광범위한 국민 지지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젠더 문제로 부각되며 ‘편 가르기’ 정치를 한다는 지적이 나오자 정부 조직 효율화 문제로 전환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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