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인니·말레이, 자국 인사 요구"…서두를 생각없는 군부는 '팔짱'
자카르타 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참석한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맨 오른쪽) |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미얀마 쿠데타 사태 해결을 위한 동남아 국가연합(아세안) 특사 파견이 인도네시아와 태국, 말레이시아 3개국 간 이견으로 좀처럼 해법을 찾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첼 바첼레트 유엔 인권 최고대표는 7일(현지시간)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아세안과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군 최고사령관이 지난 4월 특사 파견 등에 합의했지만 미얀마 군부가 이를 준수할 기미를 거의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아세안이 특사나 특별팀을 임명해 정치적 대화를 시작하는 것이 시급하다"며 "아세안이 군부뿐 아니라 민주적 지도부와 시민 사회와 접촉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아세안은 지난 4월24일 특별정상회의에서 ▲ 미얀마 내 즉각적 폭력 중단 ▲ 평화적 해결책을 위한 건설적 대화 ▲ 아세안 의장과 사무총장이 특사로서 대화 중재 ▲ 인도적 지원 제공 ▲ 특사와 대표단의 미얀마 방문 등에 합의했다.
그러나 이후 2개월이 넘었음에도 결과물이 없다.
지난달 초에는 에리완 유소프 브루나이 제2 외교장관과 림 족 호이 아세안 사무총장이 아세안 대표단으로 미얀마에서 흘라잉 사령관을 만나 특사 후보 명단을 제안했지만, 이 역시 한 달이 지났어도 진전이 없다.
이와 관련, 일본 교도 통신은 아세안 소식통을 인용해 특사 선정을 놓고 아세안 3개국이 기 싸움을 벌이고 있어 임명이 늦어지고 있다고 6일 보도했다.
특사 후보 3명은 위라삭디 풋라꾼 전 태국 외교차관과 하산 위라주다 전 인도네시아 외교장관 그리고 2000년대 유엔 미얀마 특사를 역임한 말레이시아의 라잘리 이스마일이라고 소식통은 전했다.
특사 선정을 노리는 3국의 셈법은 제각각이라고 통신은 보도했다.
쿠데타 발발 이후 아세안 차원의 해법 모색을 주도해 온 인도네시아는 조코 위도도 대통령의 역내 영향력 강화의 계기가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태국의 경우, 국경 안보와 미얀마와의 경제적 관계 유지를 위해 자국이 미는 인사가 특사로 선정돼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소식통은 설명했다.
말레이시아는 자국 내 로힝야 난민 및 미얀마 이주노동자들 문제와 관련해 인도네시아나 태국측 인사가 특사가 되면 말레이시아의 이익을 고려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세안은 특사 선정을 둘러싼 이견이 장기화하자, 미얀마 군부에 선택권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초 대표단이 흘라잉 사령관을 만난 것도 그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아세안 내 한 소식통은 미얀마 군부는 태국이 미는 특사를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미얀마 군부는 더는 인도네시아의 민주주의 전환 모델에 관심이 없다. 대신 군부가 우월한 정치적 협상력을 갖고 영향력도 큰 태국 모델을 더 선호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특사 임명을 서두를 생각이 전혀 없는 미얀마 군부는 아직 답을 하지 않고 있다.
일단 특사가 선정되면 대화를 하는 척이라도 해야 하고 이 경우 반 쿠데타 세력에 대한 탄압에도 제약이 가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sout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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