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 희망 부산시·부산 기초단체 일제히 반발
"공청회나 토론회 한번 없이 일방 결정…수도권 일극주의"
'이건희 기증관' 건립…후보지 서울 용산·송현동 2곳 |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손형주 박성제 기자 = 전국 지자체들이 유치 희망을 밝혀왔던 이건희 미술관 입지가 결국 서울로 결정이 나자 부산 지자체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 5월부터 박형준 부산시장 주도로 부산 북항에 미술관 유치에 적극적인 의사를 표현했던 부산시는 7일 보도자료를 통해 "지역에 대한 무시이자 최소한의 공정한 절차도 거치지 않은 일방적 결정"이라며 반발했다.
부산시는 최근 10년간 세워진 국립 박물관과 미술관 21개소 중 38%인 8곳이 수도권에 있고 국립미술관 4곳 중 3곳도 수도권이라고 밝혔다.
올해 완공될 국립세계문자박물관과 2024년 지어질 국립한국문학관 또한 인천과 서울에 건립 예정인 만큼 수도권 문화집중 현상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부산시는 "대한민국은 '수도권 일극 주의'로 치달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문화 분권과 국가 균형발전 차원에서 지역 유치를 요구한 지역들에 대해 무시했다"라며 우려를 표했다.
박형준 부산시장도 개인 페이스북을 통해서 "어떻게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습니까"라면서 "대한민국은 서울밖에 없습니까?"라고 반문했다.
'이건희 컬렉션을 만나다' |
박 시장은 "그 흔한 공청회나 토론회 한번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했고, 최소한 공모라도 해달라는 지역의 요구도 일거에 묵살했다"면서 "한 마디로 지역의 국민들은 거들떠보지도 않는 지역 무시와 오만 행정의 극치"라고 정의했다.
박 시장은 "지역민의 심판이 두렵다면 그릇된 결정에 대해 즉각 사과하고 지금이라도 바로 잡을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면서 "저는 부산에 세계적인 미술관을 유치하겠다는 꿈을 반드시 구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달 공동 건의문을 채택했던 부산시의회도 반발했다.
신상해 부산시의회 의장은 "지방에 사는 사람들은 같은 세금을 내면서도 같은 혜택을 누리지 못한다"면서 "이러한 상황에서 지방에 미술관 하나 내려보내지 않겠다는 중앙 시각이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지방 사람들은 좋은 그림 하나 보러 왜 서울에 가야 하는지 모르겠다"면서 "모든 것이 수도권에 집중된 상황에서 이건희 미술관은 부산이 아니더라도 다른 지방으로 보내서라도 소외감을 덜었어야 했다"고 목소리를 냈다.
구청사까지 내놓겠다며 미술관 유치에 나섰던 홍순헌 해운대 구청장도 비판 수위를 높였다.
홍 구청장은 "아쉬운 것을 넘어서 중앙정부가 정말로 잘못하는 것"이라면서 "구청사까지 내놓겠다고 했는데 이런 부분에 대해 아무런 논의도 없이 단순하게 결정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해운대구가 유치하면 좋지만 여러 차례 이야기했듯이 해운대를 꼭 고집하는 것은 아니고 이것이 서울과 지방의 문화 격차에서 비롯된 문제이기 때문"이라면서 "문체부에서 발표했다고 해서 확정됐다고 보지 않고, 어떤 형태든 지방으로 내려오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형욱 동구청장도 "지역 균형발전에 대한 의지가 전혀 없다는 것이 드러난 것 같다"면서 "비수도권 사시는 국민들도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권리가 있는데 왜 수도권에만 몰리는지 실망스러운 결정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rea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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