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장모는 구속, 폭행 검사는 불구속…법정 태도가 달랐다

[머니투데이 박수현 기자] [theL]

김대현 전 부장검사. 2021.07.06. /사진=뉴시스

고(故) 김홍영 검사의 극단적 선택에 원인을 제공한 전직 부장검사가 실형 선고에도 구속을 면했다. 얼마 전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장모가 75세의 고령에도 법정구속된 것과 비교된다. 구속 기준을 놓고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 김준혁 판사는 6일 오후 폭행 등 혐의로 기소된 김대현 전 부장검사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구속영장은 발부하지 않았다.

김 판사는 "피고인은 검사로서 범죄 피해자를 대신해 정의를 추구해야 하지만 오히려 자신이 폭언·폭행으로 인권을 침해했다"고 지적하면서도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보이지 않기 때문에 법정구속은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김 판사가 이 같은 판단을 내린 배경에는 최근 대법원의 예규 개정이 있다는 것이 법조계의 분석이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대법원의 '인신구속사무의 처리에 관한 예규' 57조에 의하면 이전에는 법정에서 실형을 선고받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구속됐다"며 "그러나 올해 예규가 개정되면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로 법정구속이 제한됐다"고 설명했다.

판결 전 최후진술에서 김 전 부장검사는 "함께 근무했던 검사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며 "앞으로 조용히 자숙하고 반성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유족들에게 충분히 사과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있긴 했으나, 기본적인 사실관계는 인정하고 선처를 호소하는 태도를 보였다.

피고인이 사실관계를 인정하는지는 구속 여부를 결정하는 데 있어 중요한 고려 요소다. 형사소송법 제70조 제1항 제2호는 피고인이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는 경우 구속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김 전 부장검사가 구속을 면한 것은 사실관계 인정을 통해 법원이 우려하는 증거인멸 가능성을 줄인 점이 중요하게 작용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반면 윤 전 총장의 장모 최모씨는 지난 3일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최씨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상 사기 혐의, 불법 요양병원을 개설한 의료법 위반 혐의를 받았는데 사실관계를 대체로 부인했다.

특히 요양병원 개설 당시 동업자에게 2억원은 투자금이 아니라 대여금이라고 주장했다. 최씨 측은 "내용을 제대로 알지도 못한 상황에서 얼떨결에 계약서에 서명했다"며 "자신이 병원 건물의 매수인이 된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고 그럴 의사도 없었다"고 항변했다.

이런 태도가 최씨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 재판부도 선고공판에서 "최씨가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있고 피해규모가 크다. 증거인멸, 도주우려가 있다"며 구속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판결 직후 최씨 측 변호인은 "75세 노인이 무슨 증거인멸 우려가 있냐"고 주장했지만, 피고인의 건강이나 나이만을 이유로 구속 여부가 결정되지는 않는다는 것이 법조계의 분석이다.

경영비리 혐의로 수사선에 오른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도 지난 2018년 77세의 나이로 수사 단계에서 구속됐다. 이 회장은 탈세와 배임·횡령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법정에서 혐의를 부인했다. 이 회장은 대법원에서 징역 2년6개월 실형을 확정받았다.

정유라씨 학사비리 혐의로 기소된 김경숙 전 이화여대 신산업융합대학장도 기소 전 구속됐다. 당시 김 전 학장은 암 투병 중이라고 호소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법원이 이 같이 판단하는 것은 피고인이 연로하거나 지병이 있더라도 수용시설 내 절차를 거쳐 치료가 가능하고, 구속집행정지 제도 등을 통해 임시 석방돼 외부진료를 받을 수 있다는 점 때문으로 보인다.

박수현 기자 literature1028@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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