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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유가와 세계경제

OPEC+ 협상 결렬…유가 3년만에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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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가 3년여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국제유가 벤치마크인 브렌트유는 5일(현지시간) 전 거래일보다 1.3% 오른 배럴당 77.16달러를 기록했다. 2018년 10월 이후 최고치다.

이날 유가가 급등한 것은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플러스(OPEC+)'가 산유량을 늘리기 위해 열기로 했던 회의를 열지 못했기 때문이다.

모하메드 바르킨도 OPEC 사무총장은 성명을 통해 회의 취소 사실을 확인했으나 다음 일정은 제시하지 않았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경제·외교 등돌린 사우디·UAE…중동發 유가전쟁 서막


OPEC+, 원유 증산협상 결렬…국제유가 3년만에 최고

UAE, 사우디 증산안에 반발
OPEC+ 원유생산량 동결땐
유가 배럴당 90달러 갈수도

UAE, 예멘 내전서 발 빼고
사우디와 달리 '親이스라엘'

사우디, 다국적 기업들 향해
"두바이서 거점 옮겨라" 압박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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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간 갈등이 'OPEC 플러스(OPEC+)' 회의를 파국으로 몰아갔다. 러시아와 함께 OPEC+를 이끌고 있는 사우디가 마련한 증산 합의안에 대해 UAE가 반대 의사를 굽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모하메드 바르킨도 OPEC 사무총장이 5일(현지시간) 이날 회의가 취소됐다고 밝히면서 다음 회의 일정도 내놓지 않았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OPEC을 주도하는 사우디가 비OPEC을 대표하는 러시아와 함께 기존 감산안을 8개월 연장하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UAE의 반대에 부딪혔다. UAE는 기존 감산안을 연장하려면 각국 원유생산량을 재산정해 쿼터(할당)를 다시 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하일 마즈루아이 UAE 에너지 장관은 이날 CNBC에 "단기적인 증산은 지지할 의향이 있지만 2022년 말까지 연장하는 방안에는 더 좋은 조건을 원한다"고 말했다. UAE는 내년 말까지 감산 완화 합의 시한을 연장하려면 감산 규모를 결정하는 생산 기준도 함께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UAE는 원유 생산량 쿼터 배정의 기준이 되는 자국의 산유능력이 너무 낮게 산정돼 있다는 불만을 갖고 있다. 현재 산유국 간 합의에 따라 하루 270만배럴을 생산하고 있는 UAE의 실제 생산능력은 하루 400만배럴 이상으로 추산된다.

감산안 연장이 불발되면서 8월 생산 쿼터도 정해지지 않았다. 로이터통신은 당장 8월 증산 여부가 불투명하다고 전했다. OPEC+는 8월 일평균 40만배럴을 증산하고 12월까지는 일평균 200만배럴 늘리는 안을 감산 연장과 동시에 논의해왔다. 이번 회의 파행 뒤에는 사우디와 UAE 간 신경전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UAE가 이스라엘과 평화협약(아브라함 협약)을 맺는 등 사우디와 UAE의 지역 현안 공조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고 전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UAE가 사우디에 대항해 힘을 과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두 나라 간 틈이 벌어진 것은 예멘 내전 당시부터다. UAE는 사우디를 도와 2015년 예멘 내전에 개입했지만 2019년 예멘 내전에서 발을 뺐다. UAE와 동맹을 맺은 예멘 남부 분리주의세력이 사우디의 지원을 받는 예멘 정부군과 전투까지 벌이기도 했다.

이스라엘과의 외교 관계에서도 두 나라는 상반된 입장이다. 지난해 9월 UAE는 미국의 중재하에 이스라엘과 국교 정상화에 나섰다. 반면 사우디는 아직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정상화하지 않았다.

사우디는 경제 문제로 UAE의 심기를 건드리고 있다. 사우디가 중동 사업 근거지를 UAE 두바이에서 사우디 수도 리야드로 이전하라며 글로벌 다국적 기업들을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우디는 방역을 이유로 이날부터 UAE에 대한 출입국을 전면 금지했다.

양국 갈등은 유가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날 증산 합의 불발로 국제유가는 2018년 이후 최고로 치솟았다. 북해산 브렌트유 9월 인도분은 배럴당 77달러선을 돌파했다. 마자르 모하메드 살레 이라크 금융 고문은 "산유국들 간 이해와 합의가 사라졌다"며 "유가전쟁이 다시 일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루이스 딕슨 라이스타드 에너지 분석가는 "OPEC+가 증산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은 유가를 끌어올렸을 뿐 아니라 변동성도 더했다"고 설명했다.

합의가 진전되지 않아 OPEC+의 생산량이 현 수준에서 동결되면 유가는 더 치솟을 전망이다.

싱크탱크 에너지애스펙트의 공동 창립자인 암리타 센 선임 애널리스트는 "석유 정책뿐만 아니라 외교·경제·안보 정책에 대해 사우디와 UAE 간 의견 차이가 벌어지고 있다"며 "이는 향후 OPEC의 논의를 복잡하게 만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이어 "8월은 원유 수요가 많은 시기인데 추가 공급마저 없다면 유가가 배럴당 90달러 이상으로 치솟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현 상황이 장기화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제이슨 보도프 미국 컬럼비아대 세계에너지정책센터 소장은 "'노 딜(no deal)'로 현행 생산 수준이 계속돼 유가가 급등하는 상황은 UAE와 러시아, 사우디의 이익을 약화한다는 점에서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가 상승은 인플레이션 우려를 더욱 가중시킬 수 있다. 이날 백악관은 성명을 통해 "OPEC+ 협상이 세계 경제 회복에 미칠 영향을 주시하고 있다"며 "미국은 점진적 증산안이 진전될 수 있도록 타협점을 찾을 것을 촉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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