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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위안부 문제' 끝나지 않은 전쟁

日 우익의 온갖 방해공작 뚫고...나고야서 '평화의 소녀상' 전시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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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작년 아이치트리엔날레 후 1년8개월만

도쿄, 오사카는 우익 방해로 실현 불투명

우익단체 전시장 앞에서 확성기 시위도

"저도 12살 딸이 있는데요. 비슷한 또래의 소녀상을 보니 마음이 너무 아픕니다. 전시를 열고 관람하는 것은 자유인데, 개최조차 하지 못하게 하는 건 이상합니다."

6일 오전 일본 아이치(愛知)현 나고야(名古屋)시에 있는 '시민 갤러리 사카에'(榮). 이날 개막한 '우리들의 표현의 부자유전·그 후'를 관람하러 온 나고야 시민 우치다 다카시는 전시장 중앙에 있는 '평화의 소녀상'을 본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이번 전시를 위해 10차례나 관람객 추첨에 참여했다는 그는 "소녀상 옆 의자에 앉아보니 마음이 조금은 전해진 것 같은 느낌"이라며 "전시가 무사히 열리게 돼 다행"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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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시의 공공 전시장 '시민 갤러리 사카에'(榮)에 전시된 '평화의 소녀상'. [윤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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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경·김운성 부부 작가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모티브로 제작한 조각물인 평화의 소녀상이 2019년 '아이치 트리엔날레' 이후 1년 8개월 만에 일본에서 다시 전시된다. 당시 우익들의 반발로 전시회가 중단된 후, 작품을 보고 느낄 권리를 지키려는 현지 시민단체들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행사다.

이날 전시에는 평화의 소녀상뿐 아니라 안세홍 작가의 사진 연작물 '겹겹-중국에 남겨진 조선인 일본군 위안부 여성들'을 비롯해 오우라 노부유키(大浦信行) 감독의 영상물 '원근(遠近)을 껴안고 파트(part) 2' 등도 선을 보였다.

'원근을 껴안고 파트2'는 한국 민요를 배경 음악으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의 왕이었던 히로히토(裕仁)의 모습이 담긴 콜라주 작품을 불태우는 장면을 보여준다. 일본이 일으킨 침략 전쟁과 일왕을 모티브로 삼아 트리엔날레 당시에도 우익 세력의 거센 반발을 받았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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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시의 공공 전시장인 '시민 갤러리 사카에'(榮)에서 관람객이 안세홍 작가가 아시아 각국을 돌며 촬영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사진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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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행사는 연기, 오사카도 위태



일본인이 불편해하는 역사를 담은 이 작품들은 전시 때마다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아이치 트리엔날레 당시엔 우익 세력의 협박과 항의가 이어지면서 사흘 만에 전시가 중단됐다. 이후 시민단체와 예술가 등이 전시 중단에 강력 항의하고 법적 대응에 나서면서 2개월이 지나서야 전시가 재개됐다.

이번 전시 역시 본래 지난달 23일 도쿄(東京)에서 시작해 나고야를 거쳐 오사카(大阪)에서도 진행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도쿄의 경우 우익들이 전시 예정 장소 주변에서 연일 반대시위를 벌이는 등 행사를 방해하면서 전시장 이용이 불가능해져 무기한 연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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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시의 공공 전시장 '시민 갤러리 사카에'(榮)에서 구노 아야코(久野綾子) '표현의 부자유전·그 후를 잇는 아이치 모임' 공동대표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상징하는 '평화의 소녀상' 옆에 앉아 있다. [윤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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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 역시 같은 이유로 전시장 측이 사용 승인을 취소해 개최가 불투명한 상태다. 나고야 전시를 주최한 현지 시민단체 '표현의 부자유전·그 후를 잇는 아이치 모임'의 나카다니 유우지 공동대표(변호사)는 "오사카의 경우 전시장 사용 승인 취소에 맞서 법적 절차를 밟고 있다"면서 "자유로운 목소리를 압살하려는 행위는 민주사회에서 허용될 수 없다"고 말했다.



우익단체 '맞불 전시'도 예정



이날도 아침 일찍부터 줄을 선 관람객들이 차분한 분위기에서 전시를 관람하는 가운데 우익단체 소속 10여명이 전시장 앞 도로에서 반대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폐하(히로히토를 의미)에 대한 모욕을 용납하지 않는다', '자국(일본)을 깎아내려 무엇이 즐거운 것이냐'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확성기로 소음을 내며 전시를 방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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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시의 공공 전시장인 '시민 갤러리 사카에'(榮)에서 평화의 소녀상 등을 선보이는 '우리들의 표현의 부자유전·그 후'가 진행 중인 가운데 우익 단체가 전시장이 있는 건물 앞 인도에서 확성기를 놓고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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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익단체 회원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전시장 안으로 들어와 관람객들에게 시비를 거는 모습도 보였다. 50대로 보이는 양복 차림의 한 남성은 기자에게 "당신의 할아버지는 대일본제국의 일원이 아니었느냐", "소속이 어디냐"고 묻기도 했다.

9일부터는 우익단체들이 같은 건물 같은 층 전시장을 빌려 위안부 피해자를 모욕하는 내용의 그림 등을 전시할 예정이다. 이 전시회는 일본의 대표적인 혐한 단체인 '재특회'가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설 관리단체는 혹시 모를 충돌에 대비해 두 전시장 사이에 가벽을 설치하고 입장객의 동선을 완전히 분리할 예정이다. '우리들의 표현의 부자유전·그 후' 주최 측은 "작품을 보고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우익 단체의 전시를) 거부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나고야=윤설영 특파원, 도쿄=이영희 특파원 snow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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