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전용기 의원은 지난달 25일 ‘청소년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청소년의 심야시간(0시~6시) 온라인게임 이용을 차단하는 ‘강제적 셧다운제’ 관련 규정 제26조와 제59조 제5호의 삭제가 골자다. 도종환 의원, 이상헌 의원, 류호정 의원 등도 발의의원으로 이름을 올려 힘을 보탰다.
전용기의원실은 “전세계적으로 거의 없는 갈라파고스 규제로 입법 취지인 청소년의 수면권 보장이라는 효과도 전혀 발휘하지 못했다”라며 “최근 마인크래프트에서 발생한 성인게임 논란 등을 비쳐볼 때 실효성도 없는 법안을 그대로 가져갈 필요가 없다”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국민의힘 허은아 의원도 강제적 셧다운제 폐지 내용을 담은 ‘청소년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하겠다고 나섰다. 허 의원은 지난달 24일 대정부질문에서 셧다운제에 대해 비판하고 폐지를 주장했다.
허 의원은 “코로나19 이후 아이들은 게임을 통해 또 다른 세상과 사람들을 만나 교류하는 것이 더 익숙해지고 있고 게임의 인식과 위상이 바뀌고 있는데 10년 전 시행된 인터넷 PC게임 강제적 셧다운 제도는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최근에는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인 이낙연 전 대표도 목소리를 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6월 30일 광주 조선대 e스포츠 경기장을 찾아 호남대 e스포츠산업학과 학생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남겨 “e스포츠를 학교스포츠로 인정해 선수들이 학교에 다니며 e스포츠를 하고 은퇴후 지도자의 길도 넓혀주면 어떨까요? 특히 청소년 셧다운제 폐지를 정부가 검토했으면 합니다”라고 의견을 제시했다.
정치권 곳곳에서 폐지를 외치는 강제적 셧다운제는 지난 2011년 11월 시행된 게임산업계의 대표적 규제다. 청소년 수면권 보장과 게임 과몰입 방지를 이유로 만 16세 미만 청소년의 심야 시간 온라인게임 이용을 금지했다. 과도한 정부 개입, 청소년의 자기결정권 침해 등 반대의 목소리에도 청소년 보호라는 미명 아래 전세계적으로 유례없는 규제가 탄생했다.
시행 이후에도 청소년의 수면권 보장과 과몰입 방지에 도움이 되지 않아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 2011년 11월 시행된 게임 강제적 셧다운제는 그동안 청소년의 수면권 보장과 과몰입 방지에 도움이 되지 않아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사진은 지난 2017년 11월 열린 ‘셧다운제 시행 5년’ 입법영향평가 정책토론회 장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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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게임시장의 주요 플랫폼은 모바일게임이지만 PC온라인게임에만 적용됐고 청소년들의 부모 개인정보 도용 등으로 셧다운제 적용을 우회하는 사례도 많았다.
이에 강제적 셧다운제 폐지 및 완화 주장이 지속됐고 실제 강제적 셧다운제 폐지 내용을 담은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또 지난 2014년과 2016년에는 여성가족부와 문화체육관광부가 보완책으로 부모(보호자)가 신청하면 접속 차단을 해제하는 부모 선택권 도입을 추진했다. 그러나 일부 시민단체들의 강경한 반대 등 속에 매번 유야무야됐다. 최근에는 더불어민주당 강훈식 의원이 같은 내용을 담은 ‘청소년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이와관련 업계 한 관계자는 “부모 선택제는 관계부처 등 셧다운제 폐지를 반대하는 측에서 항상 내세우는 논리”라며 “그러나 관련 내용이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되지도 못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에는 분위기가 다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여야 의원이 잇달아 셧다운제 폐지를 주장하고 실제 추진 노력도 상당하다는 평가다. 특히 전용기 의원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전용기 의원은 몇 년전부터 셧다운제 폐지를 위한 준비를 한 것으로 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 전용기 의원은 지난 1월부터 관련 법안에 대한 동의를 구하며 설득작업을 진행했다. 법안소위 논의조차도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던 과거 선례를 참고해 같은 당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의원들을 중심으로 설득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전용기의원실 관계자는 “위원장과 간사, 소속 의원들을 중심으로 설득하고 있고 당내 여성의원들도 열심히 만나고 있다”라며 “과거 법안들이 상임위 소위에도 올라가지 못한바 있어 설득에 공을 들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최근 불거진 ‘마인크래프트’ 성인게임 논란도 폐지에 힘을 싣고 있다. ‘마인크래프트’는 국내에서 전체 이용가 등급을 받은 유명 게임이나 최근 마이크로소프트가 이용자 계정을 통합하면서 국내에서만 성인게임으로 서비스하게 됐다. 강제적 셧다운제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를 비롯한 콘솔게임업체들은 현재 콘솔 플랫폼의 온라인 서비스를 국내에서는 성인에게만 제공하고 있다. 강제적 셧다운제 적용을 위해서는 연령 인증 및 식별, 16세 미만 이용자에 대한 특정 시간대의 차단 등 여러 기능을 추가로 개발해 도입해야 하지만 이들 기업은 한국만을 위한 별도 시스템 구축이 아닌 성인에게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마인크래프트’의 경우 기존에는 자바 에디션 계정을 사용했지만 올해 마이크로소프트의 엑스박스 라이브 계정으로 통폐합되면서 해당 기준을 적용받게 됐다. 기존 국내에서 ‘마인크래프트’를 즐기던 청소년들은 정상적인 서비스를 받지 못하게 된 것이다.
이에 국내 ‘마인크래프트’ 팬들이 단체 행동에 나섰다. 네이버 마인크래프트 팬카페 ‘우리들의 마인크래프트 공간’과 ‘한국 마인크래프트 포럼’ 등 국내 마인크래프트 관련 모임 9곳이 함께 ‘한국 마인크래프트 성인 게임화에 대한 공동 성명문’을 발표하고 셧다운제 폐지를 주장했다.
이들은 “게임 산업을 발전시키려는 해외에 비해 한국은 IT강국, 게임강국이라는 이름에도 산업을 위축시키고 있다. 셧다운제는 미성년 게이머의 권리와 관련 산업을 위축시키고 한국 시장의 고립만 초래한다”라며 “유명무실한 셧다운제를 전면 폐지하고, 국내 게임 문화를 진흥시키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국제적인 기준과 동떨어진 규제에서 벗어나고 불필요한 진입 장벽으로 한국 게임계가 문화적 고립을 겪지 않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관련업계에서는 실제 셧다운제 폐지 가능성은 신중하게 바라본다. 이미 수년간 셧다운제의 무용성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실제 폐지 및 완화 움직임이 있었지만 매번 국회 여성가족위에서 제대로된 논의조차 못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강제적 셧다운제는 대표적인 게임악법이자 전세계적으로 유례없는 갈라파고스 규제로 이번에는 반드시 사라져야 한다”라면서도 “다만 그동안 폐지 논의가 있을 때마다 다른 논리로 방어했고 복지부동했다. 실제 풀릴지는 지켜봐야할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임영택 게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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