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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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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봉서원터서 쏟아져 나온 고려 불교공예품 10점, 보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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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국사지 출토 의식공양구 일괄' 명칭으로 지정 예고

한문 조리서 '수운잡방'·부산 고불사 불경도 보물 될 듯

연합뉴스

서울 영국사지 출토 의식공양구 일괄
[문화재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조선시대 유교 건축물인 서울 도봉서원이 있던 자리에서 무더기로 쏟아져 나온 고려시대 불교공예품 중 일부가 보물이 된다.

2012년 도봉서원터 발굴조사로 수습한 유물이 2014년 공개됐을 때 '국보급' 혹은 '보물급'이라는 평가가 나왔는데, 이번에 실제로 보물로 지정되는 것이다.

문화재청은 도봉서원 건물터에서 찾은 유물 10점으로 구성된 '서울 영국사지 출토 의식공양구 일괄'을 비롯해 조선 초기 한문 음식조리서 '수운잡방'(需雲雜方), 부산 고불사에 있는 불경 '예념미타도량참법 권1∼5'를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 예고했다고 1일 밝혔다.

도봉서원은 유학자 조광조를 기리기 위해 세웠다. 그런데 2012년 조사 중 중심 건물터로 추정되는 유구(遺構·건물의 자취)의 기단 아래에서 유교 문화재가 아닌 불교 의식이나 공양에 사용한 고려시대 도구 77점이 한꺼번에 발견됐다.

이번에 보물로 지정 예고된 유물은 고고학·역사학 측면에서 중요하다고 인정받은 10점이다. 구체적으로는 금동금강저 1점, 금동금강령 1점, 청동현향로 1점, 청동향합 1점, 청동굽다리그릇 1점, 청동유개호 1점, 청동동이 1점, 청동숟가락 3점이다.

방망이나 아령을 닮은 금강저와 종을 연상시키는 금강령은 모두 불교 의식 용구이다. 현향로도 불교 용구로, 손잡이가 달린 향로이다. 향합은 향을 두는 그릇, 유개호는 뚜껑이 있는 항아리를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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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사지 출토 청동금강저
[문화재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보물 명칭에 도봉서원 대신 '영국사지'(寧國寺址)가 들어간 이유는 추가 발굴조사 과정에서 '도봉산 영국사'(道峯山 寧國寺)라는 글자가 새겨진 고려 초기 고승의 비석이 출토됐기 때문이다.

영국사지 의식공양구는 고려시대 금속공예 기술의 절정을 보여주는 공예품으로 평가된다. 특히 금강저와 금강령이 정교한 유물로 꼽힌다. 금강령에 달린 물고기 모양 탁설(鐸舌, 방울 속에 둔 단단한 물건)은 국내에서 유일한 사례로 알려졌다.

또 각종 유물에 명문(銘文, 금석에 새긴 글자)이 남아 있어 사용한 곳과 방식, 중량, 제작 시기, 시주자 관련 정보를 알 수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청동굽다리그릇에는 '계림공이 시주함'이라는 명문이 있는데, 계림공은 고려 숙종(재위 1095∼1105)을 지칭한다.

아울러 출토지가 명확하고 보존 상태가 양호하며 물품의 용도와 성격을 알 수 있어 학술적 의미가 크다고 인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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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운잡방
[문화재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처음 지정 예고된 음식조리서인 수운잡방은 즐겁게 먹을 음식을 만드는 여러 가지 방법을 의미하는 서적이다.

16세기에 주로 활동한 안동 유학자 김유부터 손자 김영까지 3대가 보관하고 작성했으며, 122항으로 구성된다. 김유가 지은 앞부분은 86항이고, 김영이 쓴 뒷부분은 36항이다.

책에 소개된 음식은 모두 114종이다. 주류(酒類) 57종, 채소 절임과 김치류 14종, 장류(醬類) 9종, 채소·과일 파종과 저장법 7종, 식초류 6종, 과자와 사탕 5종 등 다양한 내용이 담겼다. 중국과 조선에서 나온 다른 요리서를 참조해 기록한 부분도 있지만, 안동 지역 양반가 음식을 만드는 방법도 포함됐다.

수운잡방은 조선시대 양반들이 제사를 지내고 손님을 모시는 문화를 보여주는 자료이자 전통 조리법과 음식 저장법, 조선시대 초기와 중기 음식 용어를 알 수 있는 책이라는 점에서 가치를 인정받았다. 또 저자가 쓴 원고본이자 유일본이고, 희귀한 조선 전기 요리서여서 서지학적으로도 중요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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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념미타도량참법 권1∼5
[문화재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예념미타도량참법 권1∼5'는 세조 부인인 정희왕후가 발원(發願, 신에게 소원을 빎)해 찍은 왕실 판본 불경이다. 10권 2책 중 앞부분 1책에 해당한다. '예념미타도량참법'(禮念彌陀道場懺法)은 아미타부처에게 예배하고 참회하며 극락왕생을 비는 책이다.

고불사 소장 예념미타도량참법은 왕실 인물과 고승이 편찬에 참여한 정황이 잘 드러나 있고, 목판을 만들고 인쇄한 장인 이름이 있어 조선 전기 불경 간행 사업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이다.

문화재청은 서울 영국사지 출토 의식공양구 일괄을 비롯한 문화재 3건에 대해 예고 기간 30일 동안 각계 의견을 수렴한 뒤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지정 여부를 확정한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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