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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 (토)

이슈 미얀마 민주화 시위

코로나19 산소발생기 부족한 미얀마… 시민들이 독자 생산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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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세력, 기금 모아 자체 생산 공장 건설
'위기 방관' 군부, 의료기기 반입 막아서
한국일보

미얀마 사가잉주의 한 공동묘지에서 의료진이 코로나19로 사망한 시민의 장례식을 진행하고 있다. 이라와디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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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데타 군부의 만행에 신음하는 미얀마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장비의 부족으로 난국에 빠진 모습이다. 군부에 저항 중인 시민들은 기금을 모아 산소발생기 생산 공장을 만들며 독자 생존에 안간힘이다. 반면 군부는 시민저항군 소탕에만 몰두할 뿐, 방역은 안중에도 없어 보인다.

30일 이라와디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산소발생기가 가장 필요한 지역은 인도와 국경을 접한 사가잉주(州)다. 특히 케일 지역의 경우 5월 말 코로나19 재확산 이후 최소 100명이 산소발생기가 없어 사망한 것으로 추산된다. 사가잉주의 한 보건 관계자는 "최근에는 하루에 20명 이상이 코로나19로 사망하고 있다"며 "공동묘지 장례식이 일상적 풍경이 될 정도"라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사가잉주처럼 인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친주의 상황도 심각하다. 이들 지역에는 전염력이 강한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 중이라 피해는 더 커질 전망이다.

미얀마는 민주세력을 중심으로 위기에 맞서기 시작했다. 선두에는 쿠데타 전 문민정부를 이끌었던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섰다. NLD 지지자들에게 기금을 모아 사가잉주 등 고위험 지역에 산소발생기 생산 공장을 만드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반(反)군부 민주세력의 대표 격인 국민통합정부(NUG) 역시 최근 2억짯(약 1억4,000만 원)을 기부하는 등 자체 생산에 힘을 보탰다.

일반 시민들도 똘똘 뭉치는 분위기다. 주민들은 감염자가 발생하면 동거 가족들의 신상과 자택의 위치를 마을 입구에 공지하고 있다. 인터넷이 막힌 터라 오프라인 공지를 통해서라도 주민 간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감염자가 확인되면 시민군과 자원봉사자들이 나선다. 이들은 국제구호단체의 도움을 받아 의약품과 식량 등을 감염 가족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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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내 코로나19 확산자가 폭증하고 있지만, 군부가 운영하는 양곤의 한 공립병원 내 코로나19 중환자 치료실은 텅 빈 모습을 보이고 있다. 프런티어 미얀마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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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는 방역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군부가 최근 사가잉주를 위해 한 조치는 마스크 쓰기 독려와 외출 금지·휴교령이 전부다. 기존에 문민정부가 확보한 수많은 산소발생기는 수도 네피도에 대부분 묶여 있다. 그나마 미얀마 자산가들이 사비로 어렵게 구매해 사가잉주로 보낸 산소발생기는 주민들에게 도착조차 못하는 실정이다. 시민군 소탕을 위해 주요 도로를 점거 중인 정부군이 응급 의료기기 배송 차량마저 막아섰기 때문이다.

심지어 군부는 코로나19 치료센터를 유료로 운영하고 있다. 군계열 의료시설 코로나19 검사 및 치료비는 4만짯(약 2만7,000원)에 달하며, 중증으로 번질 경우 추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미얀마 노동자의 평균 임금이 월 30만 원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결코 작지 않은 금액이다.

앞서 문민정부는 '코로나19 위기 극복 기금'을 조성해 전 국민을 무료로 치료한 바 있다. 덕분에 미얀마의 일일 확진자 수는 지난해 11월 최대 2,000여 명에 달했으나 쿠데타 직전인 올 1월 200여 명까지 낮아졌다. 전날 미얀마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1,312명으로, 쿠데타 이후 최고치를 다시 경신했다.


하노이= 정재호 특파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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