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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 (토)

이슈 미얀마 민주화 시위

5번째 생일 맞은 미얀마 소녀, 아빠 대신 인질로… 행방 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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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 지도자 가족 인질로
가족 인질 70여 명
가장 어린 인질은 2세
한국일보

아빠 대신 끌려간 미얀마 소녀 수텟위네가 반군부 시위에서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 초상화를 들고 행진하고 있다. 미얀마나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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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소녀 수텟위네는 28일 다섯 번째 생일을 맞았다. 그러나 소녀는 변변한 생일 축하를 받지 못했다. 아니 아빠는 딸이 어디 있는지조차 모른다. 군인들은 아빠 대신 소녀를 끌고 갔다.

29일 미얀마나우에 따르면 만달레이주(州) 모곡의 한 마을에 살던 수텟위네는 13일 엄마(44), 언니(17)와 함께 군인들에게 체포됐다. 그들의 행방은 묘연하다. 군인들은 선동 혐의로 수배 중인 소녀의 아버지를 찾을 수 없자 소녀 등 남은 가족을 인질로 잡았다.

소녀의 아버지는 2월 1일 군부 쿠데타 이후 파업한 교사이자 마을의 시위 지도자이다. 현재 같은 혐의로 쫓기고 있는 딸(24), 10대 아들과 함께 숨어있다. 그는 "모든 지인과 연락을 끊고 있어서 군부가 저를 직접 위협할 기회는 얻지 못할 것"이라고 현지 매체에 말했다.

사실 소녀는 반(反)군부 시위 선봉에 서기도 했다. 소녀가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 초상화와 '우리 지도자를 풀어달라'는 글이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대 맨 앞에서 행진하는 사진도 있다. 소녀의 아버지는 "물론 제 딸은 정치라는 것을 알지 못하고 어떤 범죄를 저지를 나이도 아니다"라며 "다만 딸은 자기가 좋아하는 수치 할머니(고문)를 위해 시위에 따라다녔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군부가 우리를 공포로 몰아넣기 위해 어린 아이 체포 등 온갖 만행을 저지르고 있다"고 했다.

실제 군부는 검거하지 못한 시위 지도자 등의 가족을 인질로 잡고 있다. 수치 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 간부의 행방을 캐묻기 위해 4세 딸과 2세 조카, 13세 처남 등 일가친척 6명을 구금하기도 했다. 2주 넘게 구금된 대학 교수 가족, 사제 폭탄 제조 혐의로 수배 중인 아들을 대신해 고초를 당한 60대 엄마도 있다. 가족 인질은 이달 초 기준 7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어린 인질은 2세 아기다.


자카르타= 고찬유 특파원 jutd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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