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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 (수)

[View & Review] 국회 ‘구글 전담반’ 뜨자, 구글 ‘반값 수수료’ 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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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방위, 안건조정위 구성 착수

구글 갑질방지법 논의에 속도

인앱 결제 확대, 30% 수수료 방침

10월 시행 두고 업계·창작자 반발

구글은 적용대상 극소수라 해명

업계 “개발사·소비자 막대한 영향”

이른바 ‘구글 갑질 방지법’으로 불리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논의가 국회에서 속도를 내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24일 전체회의를 열었다. 이날 회의를 주재한 이원욱 위원장(더불어민주당)은 “더불어민주당으로부터 일곱 건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에 대한 안건조정위원회 구성 요구서가 접수됐다”며 안건조정위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안건조정위는 민주당 의원 세 명, 국민의힘 의원 두 명, 무소속 의원 1명으로 이뤄진다.

안건조정위는 국회 상임위 차원의 ‘단기 집중반’이라고 할 수 있다. 상임위 소속 위원 3분의 1 이상이 요구하면 안건조정위를 만들어 90일 이내로 활동할 수 있다. 그동안 국회에선 구글의 ‘일방독주’를 제어하는 법안 일곱 건이 발의됐다. 하지만 여당과 야당이 다른 문제로 맞서면서 법안 심의가 늦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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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앱 마켓 매출 현황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한국모바일산업협회·김상희 국회 부의장실]


업계에선 오는 10월이 구글 관련 법안 처리의 마감시한이라고 보고 있다. 구글은 오는 10월부터 ‘인앱 결제’를 확대하고 결제 수수료로 30%를 받겠다고 발표했다. 인앱 결제는 소비자가 유료 앱이나 콘텐트 이용료를 결제할 때 구글의 앱 안에서 하는 방식이다. 오는 10월부터 구글플레이를 이용하는 앱 개발사는 반드시 구글의 결제 시스템을 써야 한다. 음악·웹툰·웹소설 앱도 현재와 달리 수수료를 내야 한다. 네이버·카카오는 물론 리디북스·밀리의서재·레진코믹스·예스24 등도 구글에 수수료를 내야 한다는 의미다.

정보기술(IT) 업계와 창작자 단체에선 인앱 결제를 반대하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구글도 처음엔 멈칫하는 모습을 보였다. 당초 지난 1월부터 인앱 결제를 적용하려고 했다가 오는 10월로 연기했다. 지난 3월에는 연 매출 100만 달러 미만인 회사에 대해선 수수료를 15%만 받겠다는 방안도 제시했다.

그러자 국내 IT 업계와 창작자 단체의 반발은 오히려 커졌다. 익명을 요구한 IT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으로 편을 갈라 전열을 흩트리는 갈라치기 전략”이라고 말했다. 네이버·카카오 등이 참여하는 한국인터넷기업협회와 웹툰·웹소설 창작자 단체들은 인앱 결제 도입을 반대하고 구글을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 웹툰산업협회는 “구글의 인앱 결제 강제화로 인한 수수료 인상은 웹툰 이용료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웹소설산업협회는 “힘없는 개인 창작자가 고스란히 수수료 인상에 따른 피해를 떠안게 되는 구조”라는 입장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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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인앱 결제’ 관련 논란 일지.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구글도 일종의 반격에 나섰다. 구글은 24일 안드로이드 개발자 블로그를 통해 ‘수수료 15% 할인’이란 새로운 카드를 제시했다. 이런 혜택을 받으려면 구글플레이 미디어 경험 프로그램에 가입해야 한다. 그러면 구글 안드로이드TV나 구글캐스트 등에서 추가 검색과 참여 기회를 받는다. 다만 조건이 있다. 구글플레이에서 월 10만 회 이상 활성화(액티브 인스톨)된 앱만 프로그램 가입이 가능하다. 권세화 인터넷기업협회 정책실장은 “한마디로 구글에 협조적인 기업에만 혜택을 주겠다는 것”이라며 “구글의 전형적인 가두리 정책이자 편 가르기”라고 말했다.

구글코리아는 인앱 결제 확대로 영향을 받는 국내 기업은 100곳 미만, 비율은 전체의 1%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구글플레이에 있는 한국 앱의 95%는 무료 서비스다. 나머지 5% 중 대부분(98%)은 이미 인앱 결제를 사용 중이라고 구글은 설명한다. 구글은 또 “애플·아마존과 삼성 갤럭시스토어 등이 모두 30% 수수료율을 채택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른 회사와 비교하면 구글의 수수료율은 과도한 게 아니라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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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주요내용.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국내 콘텐트 업계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콘텐트 양과 이용자 수로 봐야 한다”고 반박한다. 업계는 또 “구글이 국내 개발사와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다른 회사보다 훨씬 크다”고 주장한다. 한국모바일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앱 마켓에서 구글의 점유율(매출액 기준)은 66.5%에 이른다.

미국에선 주정부 차원에서 앱 마켓 규제에 나선 사례가 있다. 애리조나주 하원은 지난 3월 구글과 애플의 앱 마켓 독점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구글로선 ‘안마당’에서도 규제를 받는 상황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런 점을 근거로 한국과 미국의 통상 마찰 가능성을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주장이 나온다.

김용희 숭실대 경영학과 교수는 “통상 문제는 특정 사업자의 ‘손발’을 묶어두기 위해 기존에 존재하지 않던 법을 만들었을 때 생긴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여러 주에서도 비슷한 법안을 추진하는 움직임이 있다. 이런 사실을 고려할 때 이 법안(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통상 문제로 비화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구글, 생태계에 모두 가두고 자유 허락 않는 악마 됐다”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여야 국회의원들이 발의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에는 다양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 박성중·조승래·양정숙 의원이 제출한 법안은 구글의 인앱 결제처럼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특정 결제수단을 강요하는 것을 불공정 행위로 명시했다. 홍정민·조승래 의원이 낸 법안은 방송통신위원회가 실태조사와 시정 명령을 할 수 있는 권한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한준호·허은아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암묵적으로 다른 앱 마켓에 등록하지 못하게 하는 것을 불공정 행위로 보고 규제하는 방안을 포함했다.

지난해 10월 국회 과기정통위의 국정감사장에선 국회의원과 구글코리아 임원 간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당시 임재현 구글코리아 전무는 “내년(2021년) 10월부터는 구글 정책에 부합하지 않으면 해당 애플리케이션(앱)에 차단 조처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윤영찬 민주당 의원은 “구글은 ‘악마가 되지 말자’를 모토로 삼았지만 지금은 생태계에 모두를 가두고 자유를 허락하지 않는 악마가 됐다”고 주장했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구글 갑질 방지법은 기업의 가격 결정에 관한 문제여서 법적·경제적인 관점에서 반대 논리가 충분히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국내 산업을 보호하고 구글의 독주를 견제한다는 차원에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경진·권유진 기자 kjin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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