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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최저임금위 '업종별 차등적용' 결론못내…29일 표결 예정(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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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위 갈등↑…노동계 최초 요구안 선제발표

4시간 논의에도 합의 못 이뤄…차기 회의서 결판

뉴스1

최저임금위 제5차 전원회의. 왼쪽부터 박준식 위원장과 류기정 사용자위원, 이동호 근로자위원. 2021.6.24/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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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스1) 김혜지 기자 = 내년도 최저임금을 심의 중인 최저임금위원회가 24일 업종별 차등 적용 여부를 결론짓지 못하고 오는 29일 표결에 부치기로 했다.

차기 회의는 구체적인 금액에 관한 논의도 예정됐다. 노사는 이때 내년 최저임금의 최초 요구안을 정식 제출할 전망이다.

최저임금위는 이날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제5차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도 최저임금의 업종별 차등 적용 여부를 논의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대신 위원회는 오는 29일 개최하는 제6차 전원회의에서 차등 적용 안건을 표결하기로 했다.

다음 회의는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에 관한 논의가 예정된 만큼, 긴 마라톤 심의가 예상된다. 이번 회의도 개최로부터 4시간여가 지난 저녁 7시에 끝났다.

최저임금의 업종별 차등은 경영계가 수년간 요구해 온 사안이다. 실제로 적용된 적은 최저임금 제도 도입 첫해인 1988년 2개 업종 분류를 나눈 경우뿐이다.

경영계는 코로나19 사태로 임금 지불 능력이 급격히 낮아진 도소매·숙박음식·운수창고업 등 일부 업종의 상황을 고려해 내년 최저임금을 업종에 따라 차등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노동계는 낙인효과 등 사회 갈등이 우려되며, 최저임금 제도 취지에도 어긋난다고 맞선다.

이날 근로자위원인 이동호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사무총장은 모두발언을 통해 "최저임금은 저임금 노동자를 보호하는 제도이지 고용주를 보호하는 제도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 총장은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다르게 지급하면 업종 선정은 물론 업종에 따른 갈등과 고용 안정성 저해 등 또 다른 소모적 문제를 야기하게 된다"고 내다봤다.

이어 경영계를 향해 "법정 심의 기한이 닷새밖에 남지 않았다"면서 "최저임금 제도를 후퇴시키는 논쟁으로 심의를 지연시키지 말라"고 일침했다.

박희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부위원장도 "중소 영세 사업장이 어려운 이유는 대기업과 원하청 간의 불공정 거래가 핵심 원인인데 또 다시 저임금 노동자의 임금을 차등 적용해 (고통을)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건 옳지 않다"고 반발했다.

박 부위원장은 "직전 회의에서 경영계가 우선 차등하자고 했던 업종인 도소매업, 숙박음식점업, 운수창고업을 확인했더니 한국표준산업분류표 상 호텔신라가 소매업·숙박업이고 이마트는 도소매업이더라"면서 "기업의 지불 능력 차이를 입증하는 합리적 기준과 통계가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지불 능력 격차가 기업 규모 등에 따라 다양한 상황에서 업종별 구분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에 관한 논의는 이제 끝냈으면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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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도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을 발표하는 양대노총. 2021.6.24/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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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는 이날 회의 직전 최저임금 첫 요구안 수준을 선제적으로 발표했다.

최저임금위에 근로자위원으로 참여 중인 양대노총은 별도의 기자 간담회를 열고, 내년도 최저임금 단일 요구안으로 올해(시급 8720원)보다 2080원(23.9%) 인상한 1만800원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월 환산액은 209시간을 곱한 225만7200원이다.

경영계는 노동계의 대폭 인상안에 즉각 반발했다.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전무는 "어떻게든 생존하려고 하는 소상공인과 중소 영세 사업장에 큰 충격을 줄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누군가의 소득은 누군가의 비용인 터라 한 쪽이 크게 오르면 부작용이 심각하다"며 "주변을 보면 청년 '알바' 구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다"라고 비유했다.

이태희 중소기업중앙회 스마트일자리본부장도 "현재 중소기업의 경영 상황에는 빨간불 켜져 있다"면서 "지난 5월 중기중앙회 조사 결과를 보면 정상적으로 임금 지급이 어려운 기업이 전체의 40.2%, 10인 미만 기업은 55.6%에 달했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아마 근로자들도 이 상황을 알 것이다. 그런 이유로 (경영계는) 지불 능력이 부족한 영세 기업과 소상공인의 차등 적용을 주장하는 것"이라며 "현장의 어려움에 대한 책임 의식을 갖고 업종 구분을 심도 있게 논의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경영계의 최초 요구안 수준은 아직 구체적으로 파악되지 않았다. 차등 적용이 가결될 경우 여러 요구안이 필요한 만큼, 경영계의 금액 제시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측된다.

다만 경영계가 '동결' 수준에서 더 나아가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많다. 작년과 같은 삭감안 제시 가능성도 남아 있다.

내년도 최저임금의 차등 적용 여부는 사실상 공익위원이 결정권을 쥔 것으로 평가된다.

최저임금위는 노사 위원이 9명씩 동수로 균형을 이루는 가운데 나머지 공익위원 9명이 표결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구조다.
icef0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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