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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 최근 대형 증권사들이 잇따라 공모주 청약 수수료를 신설했다. 미래에셋증권이 다음달 5일부터 브론즈(예탁자산 3000만원 이하) 등급 고객에게 공모주 청약시 건당 2000원을 부과하고, KB증권은 같은 달 28일부터 온라인 청약수수료 1500원을 받는다. 삼성증권은 이달 28일부터 일반등급 온라인 공모주 청약에서 건당 2000원을 부과한다. 기존에 청약 수수료 2000원을 부과했던 한국투자증권과 SK증권에 이어 기업공개(IPO) 주관 업무 점유율이 높은 대형 증권사들이 대부분 청약 수수료를 받기로 한 것이다.
지난해부터 공모주 투자 열풍이 이어지면서 굵직한 IPO마다 청약자들이 몰리면서 증권사들의 업무가 폭증했다. 여기에 지난 20일부터 중복 청약을 금지하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으로 증권사들이 공모주 청약을 받을 때 한국증권금융을 통해 청약자의 중복청약 여부를 확인하지 않거나 중복청약 여부를 확인하고도 해당 청약자에게 주식을 배정하는 행위를 불건전 영업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위반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증권사들의 중복청약 확인 등 업무가 추가된 만큼 수수료 신설은 마땅해 보인다.
다만 중복 청약 확인은 한국증권금융이 주관사로부터 청약시간 등 암호화된 청약자 정보를 넘겨 받아 신청시간순에 따라 첫 신청만 인정하고 나머지는 부적격 처리하는 방식이다. 증권사의 중복 청약 확인 업무가 수수료 신설의 근거로 부족하다는 이야기다.오히려 공모주 투자 열기로 인한 증권사 서버 증설 등 비용 문제가 설득력을 갖는다. 올 들어 한층 과열된 공모주 청약은 정부가 개인 투자자들의 공모주 투자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도입한 ‘균등 배정 제도’가 기름을 끼얹었다. 그동안 공모주 청약은 비례 배분 방식으로 이뤄져 증거금을 많이 넣을수록 주식을 더 받을 수 있었는데, 올해부터 최소 청약증거금을 납입한 모든 투자자에게 주식을 나눠주는 균등 배분 방식으로 바뀌면서 수백만명의 소액 투자자들이 몰린 탓이다.
여기에 균등 배정 제도와 중복청약 금지의 시행 시기가 엇박자가 나면서 중복 청약이 가능한 지난 6개월간 공모주는 갈수록 ‘로또’ 수준의 광기로 보였다. 한 주라도 더 받으려는 심리까지 가세하며 증권사마다 계좌를 개설하려는 밤샘 대기줄이 생길 정도였다. 이 같은 투자 열기는 증권사 전산 마비로 이어졌다. 지난 4월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공모주 청약에선 청약 증거금 환불일에 삼성증권 MTS에서 계좌 이체 오류가 발생했고, SK바이오사이언스의 상장 첫거래일엔 미래에셋증권 MTS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매도 주문을 내지 못한 고객들을 대상으로 차액 만큼 보상하기도 했다.
공모주 투자 열기로 인한 정부의 정책 개선은 결국 증권사들의 주머니를 두둑이 채워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따상상상(상장 첫 날 시초가가 공모가 대비 두 배 높게 형성된 뒤 3영업일 연속으로 상한가 기록)’을 기록하며 공모주 투자에 불씨를 지핀 SK바이오팜의 청약건수는 23만1886건이었는데, 비례 배정 도입된 올해 대어로 꼽히는 SK바이오사이언스 청약에선 239만8167건이 몰리며 10배 이상 늘었다. SKIET의 경우 ‘중복 청약 막차’로 꼽히며 474만3055건까지 늘었다. SKIET 공모주 청약을 가정해 수수료를 계산해보면, 주관사인 미래에셋증권은 청약자 142만7850개로, 28억원의 수수료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상장 주관사 수수료가 46억원인 점에서 결코 작은 금액이 아니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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