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6 (금)

삼성그룹 4개사, 계열사 웰스토리에 사내급식 몰아줘… 2349억원 역대 최대 과징금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식재료비 마진 25% 보장, 물가·임금인상 자동 반영 등 파격조건으로 고이익 지원

웰스토리 9년간 영업이익률 경쟁사의 5배… 총수일가 최대주주 삼성물산에 배당금 2758억원 지급

공정위, 삼성전자·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 검찰 고발

메트로신문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삼성그룹이 사내급식을 계열사인 삼성웰스토리에 몰아준 것으로 적발돼 2000억원이 넘는 거액의 과징금을 물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삼성그룹 미래전략실(미전실)이 개입한 가운데 사실상 이재용 일가 회사인 삼성웰스토리에 사내급식 물량을 100% 몰아주고, 높은 이익률이 보장되도록 계약구조를 설정해 준 삼성전자(과징금 1012억원) 등 4개사와 삼성웰스토리에 과징금 총 2349억원을 부과하고 삼성전자와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고 24일 밝혔다. 과징금 액수는 부당지원행위에 부과된 역대 최대 금액이다. 삼성웰스토리는 2013년12월 삼성에버랜드에서 물적분할한 회사로 현재는 삼성물산의 100% 자회사다.

공정위에 따르면 삼성전자·디스플레이·전기·SDI 등 4개사는 2013년4월부터 올해 6월까지 사내급식 물량 전부를 웰스토리에게 수의계약 방식으로 몰아주면서, 식재료비 마진율 25% 보장, 위탁수수료 인건비 15% 추가 지급, 물가·임금인상률 자동 반영 등의 계약구조 설정을 통해 웰스토리가 고이익을 항시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공정위 조사 결과, 2012년 말 웰스토리(당시 에버랜드)가 제공하는 급식 품질에 대한 삼성전자 직원들의 불만이 급증하자 웰스토리는 식재료비를 추가 투입했고, 이로 인해 웰스토리의 직접이익률(매출액에서 식재료비와 인건비 등 직접비를 뺀 직접이익을 매출액으로 나눈 비율로, 급식업계의 수주 여부를 결정하는 영업 기준으로 사용된다.)은 22%에서 15% 수준으로 급감했다.

웰스토리의 수익 악화가 우려되자, 미전실은 같은해 10월 웰스토리가 최적의 이익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할 것을 지시했고, 최지성 실장은 웰스토리가 어떤 상황에서도 안정적으로 이익을 시현할 수 있는 계약구조 변경안을 이듬해 2월 보고받고 이를 최종 확정했다.

당시 웰스토리가 이부진 사장(당시 에버랜드 전략사장)에게 보고한 문건 등에 따르면, 당시 미전실이 개입해 마련한 계약 구조 변경안은 웰스토리의 기존 이익을 지속 유지할 수 있도록 보장해주기 위해서였다.

이후 '전략실 결정사항이므로 절대 가감하여서는 안 됨'이라는 미전실 방침에 따라 웰스토리는 삼성전자(2013년4월)를 시작으로 삼성디스플레이(2013년4월), 삼성SDI(2013년6월), 삼성전기(2013년7월)와 해당 계약 구조로 급식 수의계약을 체결해 최근까지 유지해왔다.

삼성전자 등 4개사는 식자재 비용의 25%를 검증 마진으로 인정했지만, 미전실은 웰스토리가 공급하는 식자재 가격의 적정성 검증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삼성전자 등 4개사의 시장가격 조사마저 중단시킴으로써 웰스토리가 그 이상의 마진을 취하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검증수단 마저 봉쇄했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웰스토리는 약 9년간의 이런 몰아주기를 통해 25.27%의 평균 직접이익률을 시현했고, 같은 기간 아워홈, 현대그린푸드, 씨제이프레쉬웨이 등 웰스토리를 제외한 단체급식 시장 매출액 기준 상위 11개 경쟁사업자들의 평균 영업이익률(3.1%) 대비 현저히 높은 영업이익률(15.5%)도 달성했다.

웰스토리는 이러한 안정적 이익을 토대로 외부 사업장의 경우 영업이익률 -3%를 기준으로 한 수주전략으로 시장지배력 확대에 나섰고, 이로 인해 독립 급식업체는 입찰기회를 상실하거나 불리한 조건에서 수주경쟁을 하 수 밖에 없는 등 관련시장에서 공정한 거래질서가 저해됐다고 공정위는 봤다.

웰스토리는 이런 단체급식 내부거래를 통한 안정적 수익 창출을 바탕으로 총수일가의 핵심 자금조달창구(Cash Cow)의 역할을 수행했다. 실제로 구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이후 2015년 9월 삼성물산이 최초로 공시한 분기보고서를 보면, 삼성물산 전체 영업이익의 74.76%가 웰스토리로부터 발생했다. 또 합병 전 삼정회계법인이 평가한 제일모직 측 웰스토리 부문의 가치(약2조8000억원)가 피합병회사인 구 삼성물산의 가치(약3조원)와 큰 차이가 없을 정도로 높다는 점이 확인됐다.

2015년~2019년까지 기간 중 총수일가가 최대주주인 삼성물산은 웰스토리가 벌어들인 당기순이익의 상당부분을 배당금(총 2758억원)으로 받았다.

육성권 기업집단국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 공정위 기자실에서 개최한 브리핑에서 "이번 조치는 총수일가의 지분율이 높은 회사에 다수 계열회사들이 장기간에 걸쳐 일감을 몰아주는 방식으로 과다한 경제상이익을 제공한 행위를 적발해 엄중 제재한 것으로, 특히 총수일가 사익 편취 규제를 면탈해 가면서 장기간 은밀하게 진행됐던 계열사 간 지원행위를 적발해 제재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