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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8 (월)

축축한 대한민국-무덥고 습한 여름…제습기, 필수가전 대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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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차례 전국적인 비 소식이 있습니다.”

최근 일기 예보에서 자주 들을 수 있는 멘트다. 실제 올해는 역대 5월 중 비가 온 날이 가장 많았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5월 비가 내린 날은 총 14일이었다. 이틀에 한 번꼴로 비가 내린 셈이다.

봄·여름·가을·겨울이 뚜렷한 ‘온대 기후’ 대한민국은 이제 옛말이 됐다. 기상청은 “이미 남해 지방이 아열대 기후로 변했고 곧 한반도 전역이 아열대 기후로 접어들 것”이라는 예측을 내놨다. 무덥고 습한 봄과 가을, 짧은 겨울·긴 여름은 이제 익숙해진 지 오래다.

동남아시아처럼 바뀌는 기후에 맞춰 한반도 경제 지도도 요동치고 있다. 덥고 습한 날씨에 제습기·의류관리기 등 가전은 필수 제품으로 자리 잡았다. 강수량 증가로 집콕족이 늘어나면서 배달 서비스와 홈케어 서비스는 더 탄력을 받는다. 더운 지방에서만 자라는 바나나·망고 등 과일이 경상도에서 재배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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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역대급 강수량을 기록하면서 대한민국도 이제 ‘아열대 기후’로 접어들었다는 분석이다. 관련 상품이 속속 쏟아QDQF져 나온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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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습기·스타일러는 이제 필수

▷신발관리기 등 신가전도 속속

덥고 습한 날씨에 큰 영향을 받은 곳 중 하나는 ‘가전’ 시장이다. 특수 가전으로 취급받던 제습기는 가정에 꼭 필요한 제품이 됐다. 빨래 건조를 도와주는 건조기와 의류 관리에 필수인 스타일러(의류관리기)를 찾는 소비자도 대거 늘었다.

5월 내내 내린 비 덕분에 제습기는 이른 전성기를 맞았다. 가전업체들마다 1분기 최고 매출 기록을 경신했다. 종합 가전 쇼핑몰 롯데하이마트에 따르면 올해 5월 1일부터 23일까지 판매한 제습기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0% 늘었다. 이마트에서는 5월 제습기 매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4% 증가했다. 양승관 이마트 가전 바이어는 “갑작스러운 강수로 인해 많은 고객들이 일찍부터 제습기를 구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습기 가전 국내 1위 브랜드 위닉스는 올해 5월까지 제습기 판매량이 지난해 동기 대비 270% 증가했다. 소형 가전 제조업체 쿠쿠의 공기청정 제습기는 5월 판매량이 전월 대비 267% 올랐다.

건조기와 스타일러도 인기다. 가전 양판점 전자랜드가 올해 1월 1일부터 5월 9일까지 판매량을 분석한 결과 건조기와 스타일러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44%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하이마트에서는 5월 1일부터 23일까지 스타일러 매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 증가했다.

트렌드에 맞춰 유통업계는 발 빠르게 움직인다. 할인 행사 등 적극적인 마케팅 정책을 내세워 소비자 마음잡기에 나섰다.

롯데하이마트는 6월 21일 ‘온리(only)21’ 행사를 개최한다. 선풍기, 서큘레이터, 제습기 등 여름 가전 행사 상품을 최대 10%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6월 넷째 주 1주간 제습기 등 장마 가전을 특별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할 예정이다. 롯데하이마트 관계자는 “여름 틈새 가전 매출이 늘어난 가운데 장마철이 다가오고 있어 제습기 등 관련 상품을 찾는 고객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행사 배경을 설명했다.

이마트도 6월 10일부터 16일까지 일주일간 LG·신일·위니아 등 3개 브랜드 제습기 6종을 특가로 선보인 바 있다.

가전업계는 스타일러를 잇는 ‘제습’ 관련 신가전제품에 방점을 찍는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공개한 신발관리기가 대표적인 예다. 비와 땀에 젖은 신발을 효과적으로 관리해주는 제품이다. 삼성전자는 5월 27일 신발관리기 ‘비스포크 슈드레서’를 공개했다. 의류관리기 ‘에어드레서’ 원리를 적용해 탈취·건조·살균 등 신발을 최적의 상태로 관리한다는 게 삼성전자 측 설명이다. LG전자도 올해 안으로 차세대 신발관리기를 선보일 예정이다. LG전자는 지난 4월 특허청에 ‘슈 스타일러’ 등 관련 상표 출원을 완료하고 신발관리기 신제품 정보를 공개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신발이 손상되는 것을 최소화하면서 발 냄새 원인물질(이소발레르산 등)을 제거해 신발을 위생적으로 관리하도록 돕는 가전 기기”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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꿉꿉한 방을 쾌적하게 만들어주는 제습기는 이제 생활 필수 가전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위). 변덕스러운 날씨에 홈케어 서비스를 찾는 사람이 늘었다(아래). <최영재 기자, 한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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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인구 감소·집콕족 증가에

▷홈케어·배달 서비스 시장 쑥쑥

습도가 높아지면 에어컨·세탁기·매트리스 등에서 각종 세균과 곰팡이가 번식하기 쉬워진다. 이 때문에 날씨가 습할수록 전문적으로 집 안 가전제품과 가구를 청소·관리해주는 홈케어 서비스 인기가 높아진다. 5월부터 열대 기후에 가까운 날씨가 이어지면서 홈케어 서비스를 신청하는 소비자가 많아졌다.

2018년부터 2년 동안 100여건에 그쳤던 교원웰스 홈케어 서비스 이용 건수는 역대급 장마를 기록한 지난해 상반기부터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교원그룹 측은 현재 매트리스·에어컨을 중심으로 홈케어 서비스 신청 건수가 월평균 200여건에 달한다고 밝혔다. 가구 브랜드 ‘한샘’의 한샘홈케어는 올해 4월 에어컨 케어 서비스 신청 건수가 전년 대비 152% 늘었다. 2020년 5월부터 2021년 4월까지 전자랜드가 제공하는 가전제품 청소 서비스 ‘클린킹’을 활용해 에어컨·냉장고를 청소한 고객은 직전 1년 전에 비해 각각 38%·18% 증가했다. 가구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유행으로 사람들이 위생에 민감해진 만큼, 날이 더워질수록 곰팡이·세균 번식을 막기 위해 홈케어 서비스를 신청하는 고객이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전·가구 회사 움직임도 덩달아 바빠졌다. 홈케어 서비스 수요를 겨냥한 상품을 속속 내놓는다.

한샘홈케어는 인기 홈케어 상품인 에어컨 케어·세탁기 케어등 5가지 상품을 대상으로 20% 할인하는 이벤트를 6월 30일까지 진행한다. 에어컨 케어를 신청하고 추가로 다른 서비스를 선택하면 최대 20% 할인을 제공하는 행사다. 롯데하이마트는 세븐일레븐과 손을 잡았다. ‘홈케어 서비스’를 세븐일레븐 매장에서도 신청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배달음식업계도 호황을 맞았다. 무더위가 극성을 부리면서 음식을 시켜 먹는 수요가 대거 늘었다. 실제 배달음식 주문량은 온도에 큰 영향을 받는다는 게 배달앱업체들의 설명이다. 비 오는 날 역시 배달 수요가 증가한다. 나가서 식사를 하는 외식 인구가 줄기 때문이다. 올해 5월 배달 서비스는 ‘인력 부족’에 시달릴 정도로 호황을 누렸다. 배달앱 업체 관계자는 “비가 많이 오면 유동인구가 줄고 집에서 배달음식을 찾는 수요가 폭증한다. 라이더가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주문이 밀려드면서 배달 지연 현상도 빈번하게 일어난다. 실제로 배달의민족은 비가 오면 B마트 주문을 소화하지 못할 정도로 주문이 밀려드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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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와 배는 이제 귀한 과일이 됐다. 강원도로 산지가 올라갔다. <매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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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뀌는 과일 생산지

▷신라봉·고랭지 사과를 아시나요

“제주도는 귤, 대구·경북은 사과”.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알 법한 과일 특산지다. 지난 100년간 ‘상식’으로 통할 정도로 익숙했다. 그러나 한반도의 아열대화로 이제 과거 이야기가 됐다. 대구와 경북에서는 사과를 보기 힘들어졌다. 지난 100년간 국내 평균 기온이 1.7℃ 오르면서 사과의 생육 한계선은 북쪽으로 올라간 탓이다. 사과는 이제 강원도의 특산물로 자리 잡았다. 대구 사과의 명성은 ‘강원도 고랭지 사과’가 가져갔다.

사과가 사라진 자리는 귤과 한라봉을 비롯한 아열대 과일이 차지했다. 경북 경주에는 7곳의 농가가 한라봉을 재배한다. 신라의 수도였던 경주의 특징을 살려 ‘신라봉’이라 부른다. 경주뿐 아니라 전남 완도 등지에서도 한라봉을 재배한다. 한라봉·감귤 등 만감류 과일은 그동안 날씨가 따뜻한 제주도에서만 자랐다. 온난화가 진행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감귤은 이제 경기도에서도 농사가 가능한 작물이 됐다.

아열대 과일의 국내 재배 면적은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2017년 109.4㏊에서 2019년 170㏊로 증가했다. 재배 면적 1위는 망고다. 전체 아열대 과일 재배 면적의 3분의 1에 달한다. 망고의 재배 면적은 매년 거의 10㏊씩 늘고 있다. 재배 면적 2위인 아열대 과일은 백향과, 3위는 바나나, 4위는 용과였다. 그간 아프리카와 남미 지방에서만 농사가 가능했던 커피도 이제 국내에서 수확한다. 현재 6.8㏊의 농지에서 커피를 재배하고 있다.

우리 집에 알맞은 제습기는 무엇?

용량·면적 확인 필수, ‘멀티 기능’ 있는지도 확인

제습기는 실내 습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해주는 가전이다. 장마철 꿉꿉한 실내를 쾌적하게 만들어주거나 실내에서 빨랫감을 말려야 할 때 빠른 건조가 가능하도록 돕는다. 여러모로 유익한 가전이지만 무턱대고 아무 제습기나 사면 곤란하다. 제품 구매 시 살펴봐야 할 사항이 많다. 집의 면적, 제습기 사용 빈도 등을 고려해 알맞은 제품을 사는 게 좋다.

우선 일일 제습량을 살펴봐야 한다. 일일 제습량이 높을수록 같은 이용 시간 동안 제습할 수 있는 양이 많아진다. 제습 면적도 눈여겨봐야 한다. 특정 공간에서 1시간 동안 적정 습도로 낮출 수 있는 면적을 파악할 수 있다. 집 크기가 작은 원룸 거주자의 경우 소용량(10ℓ) 제품을 사 비용을 아끼는 게 현명하다. 반면 비교적 넓은 아파트에 거주하는 소비자는 대용량(16ℓ 이상) 제품을 권한다.

사용 빈도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제습기를 자주 사용하지 않는 고객은 전기 효율이 낮더라도 가격이 싼 제습기를 구매하면 돈을 아낄 수 있다. 반대로 제습기를 쓸 일이 많다면 가격이 다소 나가더라도 전기 효율이 좋은 제습기가 필수다. 전기료 부담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에너지소비등급이 1등급인 제품을 고르는 게 좋다. 으뜸 효율 가전 환급제 혜택의 대상이다. 가격의 10%를 돌려받을 수 있다.

제습기만 마련하기 부담스럽다면 ‘멀티 기능’을 갖춘 제품으로 눈을 돌려보자. 공기청정기능을 더해 활용성을 높인 상품이 꽤 많다. 청호나이스의 ‘미니 제습공기청정기 콤팩트’나 쿠쿠홈시스가 선보인 ‘인스퓨어 공기청정 제습기’가 대표적인 상품이다. 두 제품 모두 공기청정기로도 사용이 가능하다.

[반진욱 기자 halfnuk@mk.co.kr, 문지민 인턴기자 moonji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14호 (2021.06.16~2021.06.2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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