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새우튀김 1개를 환불해달라는 요구를 받고 처리하는 과정에서 분식가게 주인이 뇌출혈로 쓰러진 사건은 일상이 된 음식 배달 문화의 어두운 면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서울 동작구에서 김밥가게를 운영하는 50대 A씨는 김밥과 만두 등을 배달시킨 고객으로부터 “새우튀김 3개 중 1개 색깔이 이상하다”며 환불을 요구 받는 과정에서 막말과 폭언에 시달렸다. A씨는 결국 사과하면서 새우튀김 값을 환불해줬지만 이 고객은 배달시킨 음식 전부를 환불해달라고 요구하는가하면 ‘별점 1점’을 평가하는 등 소위 ‘갑질’을 멈추지 않았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쓰러진 A씨는 뇌출혈 판정을 받은 지 3주만에 사망했다.
이번 사건을 전해들은 자영업자들과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이 음식 배달을 거래한 쿠팡이츠 측의 관리에 문제를 제기하며 규탄 시위를 벌였다. 가게 주인이 소비자의 갑질 행태를 호소했는데도 불구하고 쿠팡이츠 측이 환불만을 권유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않았고 배달앱의 리뷰와 별점이 점주들에 과도한 압박이 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리뷰, 별점이 소비자들의 선택에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허위 및 악의적인 후기로 인한 점주 피해 사례도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당 6411민생특별위원회와 정의정책연구소가 발표한 ‘배달앱 이용 실태 조사’에 따르면 서울, 경기, 인천 지역의 배달앱 이용 자영업자 중 63.3%가 별점 테러나 악성 리뷰로 인한 피해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배달 앱 이용 자영업자 중 10명 중 6명이 ‘소비자 갑질’을 경험한 셈이다.
쿠팡이츠측은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장기환 대표이사 명의의 입장문을 통해 “일부 이용자의 갑질과 무리한 환불 요구, 악의적 리뷰 등으로 피해를 입은 점주 여러분께 적절한 지원을 해드리지 못한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점주 보호를 위한 전담조직 신설 등을 약속했다. 악성 리뷰에 대해서는 블라인드 처리 등 점주 피해를 막을 방법을 강구하겠다고도 했다.
뒤늦게나마 ‘소비자 갑질’ 행태에 대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됐다는 점은 다행이다. 하지만 자영업자들이 배달앱에 매출을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감안하면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악성 리뷰 등을 의식해 소비자와의 분쟁을 피하는 게 상책이라는 자조섞인 반응도 나온다. 소비자들의 각성도 필요하다. 한 명의 ‘블랙 컨슈머’가 한 사람의 목숨을 잃게 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이번 사건은 웅변한다. 건강한 소비 문화를 만드는데는 판매자와 구매자 양 쪽에 모두 책임이 있다. ‘소비자=왕’은 그만한 상식과 덕목을 갖춘 자에 합당한 자격이다.
김기환 기자 kk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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