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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미국·이스라엘 다시 밀착… 군사·외교 ‘찰떡공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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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국 軍서열 1위 만나… “중동 현안 논의”

28일엔 백악관서 바이든·리블린 정상회담

이란 보수 강경파 대통령 당선 대응 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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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레우벤 리블린 이스라엘 대통령. 세계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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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의 교전 과정에서 다소 소원해졌던 미국·이스라엘 관계가 빠르게 회복되는 모습이다. 이스라엘은 12년 넘게 장기집권해 온 베냐민 네타냐후 전 총리가 최근 물러나고 새 연립내각이 출범했는데 네타냐후는 미국을 맹비난한 반면 미국은 새 정부 탄생을 대환영한 바 있다. 보수 강경파부터 온건파·아랍계까지 여러 정당이 참여 중인 연정이 잘돼야 중동 평화에 도움이 되리라는 미국의 판단이 두 나라를 서로 강하게 끌어당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이란 대통령선거에서 미국 및 이스라엘을 아주 미워하는 보수 강경파 인사가 당선된 점도 미국·이스라엘이 일치단결해야 할 필요성을 더욱 크게 만들었다.

21일(현지시간) 마크 밀리 미국 합참의장(육군 대장)은 미국을 방문한 아비브 코하비 이스라엘 국방참모총장(육군 중장)과 만났다. 미 합참은 “두 군사 지도자는 중동 지역의 최근 안보 환경 변화를 비롯한 대여섯 가지 상호 관심사를 논의했다”며 “특히 밀리 의장은 미국·이스라엘 관계에 미국이 얼마나 큰 중요성을 부여하고 있는지 거듭 확인했다”고 밝혔다.

여기서 ‘중동 지역의 최근 안보 환경 변화’란 이란 대선 결과를 지칭한 것으로 풀이된다. 압도적 표차로 차기 대통령을 확정지은 에브라힘 라이시 당선인은 대표적 보수 강경파로, 평소 미국과 이스라엘에 대한 적개심을 스스럼없이 드러내 온 인물이다. 당장 이스라엘은 라이시 당선인을 ‘도살자’라고 부르며 핵무기 개발을 계속하고 서방과도 불편한 관계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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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밀리 미국 합참의장(왼쪽)과 아비브 코하비 이스라엘 국방참모총장. 사진은 2019년 11월 밀리 의장이 이스라엘을 방문해 코하비 참모총장과 만났을 때 모습. 미 국방부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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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의 비핵화를 중요한 외교적 목표로 간주하는 미국 또한 라이시 행정부의 등장이 결코 달갑지 않다.

앞서 이스라엘이 하마스 토벌을 명분 삼아 가자지구를 공습하고 그로 인해 수백명의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하자 미국은 이스라엘에 ‘조건없는 휴전’을 강력히 촉구한 바 있다. 이 일로 이스라엘과 미국의 관계는 다소 소원해졌고, 결국 하마스와의 교전을 진두지휘했던 네타냐후는 정권을 잃고 말았다. 중동 평화를 원하는 미국 입장에선 나프탈리 베네트 신임 총리가 이끄는 이스라엘 새 정부가 확고히 뿌리를 내리는 게 바람직하다. 하마스의 로켓 공격에 대항하는 과정에서 이스라엘이 방공 미사일 ‘아이언돔’을 거의 다 소진하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아이언돔 재건을 위한 거액의 군사원조를 신속히 약속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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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의 방공 미사일 시스템 ‘아이언돔’. 최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로켓 공격을 방어하는 과정에서 이스라엘이 아이언돔을 거의 다 소진하자 미국은 아이언돔 재건을 위한 긴급 군사원조를 이스라엘에 약속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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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대통령은 오는 28일에는 백악관에서 레우벤 리블린 이스라엘 대통령과 만나 정상회담을 갖는다. 이스라엘은 의원내각제 국가라서 대통령은 실권이 없고 그냥 의전상 국가원수 역할만 수행한다. 2014년 7월 취임해 7년 임기를 마치고 곧 퇴임하는 리블린 대통령을 굳이 백악관으로 초청한 것은 두 나라 관계의 굳건함을 과시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백악관을 찾았거나 찾을 예정인 외국 정상은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4월), 문재인 대통령(5월), 아슈라프 가니 아프가니스탄 대통령(25일 예정)에 이어 리블리 대통령이 4번째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최근 브리핑에서 “리블린 대통령의 방미를 통해 지난 7년간 그가 미국·이스라엘 관계 개선에 쏟은 헌신을 기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이스라엘 정상회담이 “중동 지역이 직면한 도전과 기회에 관해 솔직한 견해를 나누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란에 곧 반(反)미국, 반이스라엘 성향의 정권이 들어설 예정인 가운데 두 나라의 단합이 어느 때보다 더 절실하다는 뜻이 담겨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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