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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백신 거부땐 감옥"…국민들에게 화 났다는 필리핀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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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박가영 기자]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자국민들을 상대로 코로나19(COVID-19) 백신을 맞지 않으면 감옥에 보내겠다는 협박성 메시지를 내놨다. 필리핀은 과거 사건으로 백신에 대한 신뢰도가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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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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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현지시간) 로이터, 불룸버그 등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은 전날 TV 연설에서 "만약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잠재적 보균자가 있다면 나는 다른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그 사람을 감옥에 격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백신을 맞을 건지 감옥에 갇힐 건지는 여러분이 선택하라"면서 지역 관리자들에게 백신 접종을 거부한 사람들의 명단을 작성해 보관하라고 지시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수도 마닐라에 있는 여러 백신 접종소의 접종률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보도 직후 나왔다. 그는 "내 말을 오해하지 말라. 지금 필리핀은 위기에 처해있다"며 "정부의 방침을 따르지 않는 국민들에게 화가 났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만약 이같은 조치가 현실화할 경우 국가가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이들에게 가장 강력한 조치를 취하는 사례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코로나19 1차 유행은 정부의 자원을 고갈시켰다"며 "대유행이 또 온다면 이 나라에 큰 재앙이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가능한 한 엄격한 조치를 시행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백신 미접종자에 대한 강경 조치를 내세운 것은 백신 접종을 개인의 선택에 맡기겠다고 밝힌 필리핀 보건 관계자의 발표와 배치된다고 로이터는 지적했다.

필리핀은 백신에 대한 국민적 거부감으로 인해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필리핀 보건당국에 따르면 전체 인구 1억1000만명 중 백신 접종을 완료한 이들은 210만명이 그친다. 필리핀 정부는 올해까지 7000만명에게 접종을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이 속도로는 연내 목표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필리핀인들이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꺼리는 것은 뎅기열 백신의 악몽 때문이다. 필리핀 정부는 2016년 프랑스 제약회사 시노피의 뎅기열 백신 '뎅그박시아'를 구매한 뒤 어린이 83만여명에게 접종했는데, 이중 70명가량의 어린이가 목숨을 잃었다. 부작용 우려가 커지자 2017년 접종을 중단했다. 이 사건 이후 예방접종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지면서 다른 백신 접종률까지 크게 떨어졌다.

필리핀 정부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에서 백신이 유일한 희망이라고 보고 있다. 필리핀의 누적 확진자 수는 130만명을 넘어섰고, 일일 신규 확진자 수는 5000~6000명대에서 줄지 않고 있다. 이에 정부는 봉쇄를 피하고 불안정한 경제를 지탱하기 위해서 백신 접종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한편 두테르테 대통령은 야외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한다고 발표했다가 7시간 만에 이를 번복하기도 했다.

필리핀 대통령 대변인 해리 로크는 이날 앞서 실외에서의 마스크 착용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으며, 밀폐된 실내 공간에서만 착용을 의무화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두테르테 대통령은 같은 날 진행된 회의에서 인도에서 처음 발견된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을 우려하는 전문가 의견을 청취한 뒤 다시 야외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가영 기자 park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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