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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단독]쿠팡 덕평물류센터 참사, 'ESG 평가' 경고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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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정인지 기자, 황국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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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뉴스1) 김영운 기자 = 이천 쿠팡 덕평물류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한지 닷새째인 21일 오전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에 위치한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현장에서 소방당국이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소방당국은 연이은 진화작업 끝에 19일 낮 12시25분 초진에 성공, 대응1단계로 하향했고 이어 20일 오후 3시56분 발령됐던 대응단계를 모두 해제했다. 2021.6.21/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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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물류센터 대형 화재 사고로 사회적 지탄을 받고 있는 쿠팡이 이미 지난해 상장 전 시점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에서 최하 수준 등급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쿠팡은 특히 산업 안전보건 및 근무여건 등 사회분야에서 취약한 모습을 보였다. 이번에 화재가 발생한 쿠팡의 경기 이천 덕평물류센터에서도 과거 수년간에 걸쳐 안전 관련 이슈가 수차례 불거진 바 있다.

머니투데이는 지난해 10월 AI(인공지능) 기반 ESG 평가 전문기관 지속가능발전소가 작성한 쿠팡의 ESG 평가 보고서를 22일 단독 입수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쿠팡의 지속가능 등급은 'S8'이었다. 쿠팡이 받은 'S8' 등급은 △ESG 관리 수준이 우수한 편이지만 리스크가 과도하게 심각한 경우이거나 △리스크 자체는 크지 않더라도 ESG 관리수준이 미흡한 때 부여되는 점수다. S1이 '매우 우수'를 의미하고 S10은 '심각·취약'을 의미한다.

쿠팡이 자체 공시한 내용을 바탕으로 매겨지는 ESG 평가점수는 52.05점(100점 만점)으로 '보통' 수준이었다. ESG 평가점수가 높을수록 긍정적이라는 뜻이다. 반면 쿠팡과 관련한 ESG 리스크 이슈를 다룬 뉴스를 통해 매겨진 리스크 점수는 4.35점(5점 만점)으로 '매우 위험' 수준이었다. 0점에 가까울수록 리스크가 적다는 뜻이고 5점에 가까울수록 리스크가 심각하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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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ESG 평가보고서 중 평가점수 개요. 쿠팡 ESG 보고서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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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점수는 기업이 공시한 내역을 기반으로 정량적으로 분석한 것이고, 리스크 점수는 90여 언론사의 뉴스 데이터를 활용해 AI(인공지능)이 주요 위험을 측정하는 것이다. 쿠팡은 평가기간(2017년1월~2020년 9월) 동안 ESG 관련 사건·사고 뉴스가 1124건 보도됐고, 부실 징후 관련 뉴스는 1380건에 달했다.

쿠팡의 ESG리스크는 E(환경) S(사회) G(지배구조) 모든 요소가 높게 나타났다. E 리스크가 3.69점(매우 높음), G 리스크가 4.43점(심각)이었고 S 리스크는 5점 만점에 5점으로 최고치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됐다.

사업장 안전보건 위반(5점) 소비자 문제(5점) 근무환경(4.98점) 불공정 관행(4.94점) 공급망 리스크(4.93점) 등 S 부문의 대다수 이슈에서 쿠팡은 최저 점수를 받았다. 지난해 쿠팡 물류센터에서 코로나19(COVID-19) 확진자가 잇따라 발생한 데다 쿠팡이츠 라이더들의 안전 문제, 새벽배송을 하던 택배 노동자 사망 사건 등이 잇따라 불거지며 리스크가 높은 것으로 평가됐다.

특히 이번 소방관 1명이 희생된 경기 이천 덕평물류센터에서는 2018년 3월 옹벽 붕괴 등 안전사고 우려가 제기돼 온 바 있다. 같은 해 2월에는 덕평 물류센터 내 소규모 화재가 발생했음에도 이에 쿠팡 측이 적절히 대응하지 않았다는 이슈가 보도되는 등 안전 이슈가 불거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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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의 ESG 리스크 관련 주요 보도(2017년1월~2020년 10월) 추이 및 쿠팡의 주요 ESG 리스크 팩터. 쿠팡 ESG 평가보고서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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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의 ESG 부실 리스크 분석 중 가장 많이 등장한 키워드도 '위해(위험과 재해)'였다. 쿠팡의 리스크가 모두 '대형 사고'를 가리키고 있었던 셈이다. 이 외에도 적자, 문제, 대표, 영업손실, 위반, 최저, 부담우려, 중단 등이 주요 키워드로 떠올랐다.

외신들도 쿠팡의 잇딴 사건사고에 주목하고 있다. 쿠팡은 ESG 투자의 선두에 나서고 있는 블랙록이 지분 2.45%를 보유하고 있다.

FT(파이낸셜타임즈)는 지난달 '기관투자자, 한국 사업장 안전에 대한 시각을 연마해야'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쿠팡이 물류창고 사망사고의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블랙록이 쿠팡에 투자하는 것은 ESG '위선'을 보여준 사례라고 짚었다.

블랙록은 이에 대해 "사업 관행으로 발생할 수 있는 부정적인 영향을 줄이도록 할 것"이라며 "일관된 이사회 감독, 기업 실사 , 직원들에 대한 모든 불리한 처사 시정 등을 통해 기업을 개선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덕평물류센터 화재로 블랙록이 추후 쿠팡에 대해 인게이지먼트(기관투자가의 적극적 대화와 관여)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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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유경 홍콩 APG 자산운용 고문도 당시 FT와의 인터뷰에서 "노동 문제는 한국 기업의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인데 투자자들이 이를 무시하고 있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며 "빈번한 산업 재해는 더 이상 개발 도상국이 아닌 제조업 주도 국가의 딜레마"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한편 지난해 10월 작성된 쿠팡의 ESG 보고서는 쿠팡 상장설이 거론되던 당시 한 기관투자자의 의뢰로 지속가능발전소가 작성했다. 지속가능발전소는 2019년 6월 금융위원회로부터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받은 'AI-비재무 기반 중소기업 신용정보 서비스' 방법론에 따라 쿠팡을 분석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상장 전 기업, 신규 상장사들은 일반적으로 ESG 기록이 많지 않아 기존 사업의 환경 위험, 사회 위험을 살피곤 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에는 기관투자자들의 ESG 관심이 높아지면서 IPO를 주관하는 증권사가 ESG 분석을 맡기는 경우도 있다"고 귀뜸했다.

정인지 기자 injee@mt.co.kr, 황국상 기자 gshwa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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