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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北김여정, 美에 "꿈보다 해몽"…북미 치열한 수싸움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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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간 '말 주고받기' 이어지는 모양새

北, 美대화요구 일축하며 다시 공 미국에 넘겨

뉴스1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2018.2.10/뉴스1 © News1 서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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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최소망 기자 = 북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미국을 향해 "꿈보다 해몽"이라며 조롱하면서 북미 간 치열한 '수싸움'이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 부부장 담화는 미국이 북한에게 "조건 없이 대화에 나서라"고 요구한 것에 대한 반응으로도 볼 수 있어, 북한이 미국 측에 다시 공을 넘긴 셈이 됐다.

김 부부장은 22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담화를 발표하고 "조선(북한) 속담에 꿈보다 해몽이라는 말이 있다"면서 "미국은 아마도 스스로를 위안하는 쪽으로 해몽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스스로 잘못 가진 기대는 자신들을 더 큰 실망에 빠뜨리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 부부장의 발언은 지난 20일(현지시간)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ABC방송 '디스 위크'와 인터뷰에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전원회의 발언을 "흥미로운 신호로 본다"고 말한 것에 대한 반응이다.

설리번 보좌관은 당시 "우리는 평양이 테이블에 앉을 준비가 됐는지에 대한 분명한 신호를 기다린다"면서 북한이 대화로 나오기를 촉구했다.

앞서 김 총비서는 지난 17일 전원회의 3일차 회의에서 미국을 향해 "대화에도 대결에도 다 준비돼 있어야 한다"며 "특히 대결엔 더 빈틈없이 준비돼 있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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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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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방한 중이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도 설리번 보좌관과 같은 취지의 대북 메시지를 내고 있다. 전날 김 대표는 "김 총비서가 언급한 대화가 우리가 긍정적인 답변을 곧 얻을 것임을 의미하길 바란다"면서 "조건 없이 만나자"고 촉구했다.

하지만 김 부부장은 이 같은 미국 측의 해석과 요구를 단 네 줄의 짧은 담화를 통해 냉담하게 일축했다. 김 부부장 특유의 까칠하고 강한 비난 어구는 포함돼 있지 않았지만, 간단하고 명료하게 북한의 입장이 담겼다.

이번 김 부부장의 담화로 향후 북미 간 치열한 기싸움, 수싸움의 포문이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앞으로 북미는 서로 공을 넘기는 형국을 이어가면서 '말폭탄 주고받기'를 통해 서로의 반응을 보며 대응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들 북미 간 기싸움이 이어지는 중심에는 결국 '북미 대화'에 방점이 찍혀 있다. 미국은 우선 '조건없이 대화에 나서라'는 입장이지만, 북한은 좀 더 '전향적인 대책을 마련하라'는 속내를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조건 없는 대화'를 언급한 미국의 의도를 의심하고 있다. 일각에선 북한이 대화 전제 조건으로 제시한 '대북적대시 정책 철회' 즉 대북제재와 관련한 유인책 없이 대화에 나서라며 여론전을 펼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결국 이번 김 부부장의 담화는 미국이 넘긴 '북미 대화'와 관련한 공을 다시 북한이 미측 넘긴 셈이 됐다. 미국은 다시 북한에 어떻게 대응할지, 또 북한은 미국 측의 반응을 보고 대화에 나설지, 또는 대화 단절을 선언하게 될지 결정할 듯하다.

아울러 이번 담화에는 역시 우리 정부의 대북 메시지에 대한 언급은 없다. 우리 정부 당국자들도 김 총비서의 발언을 두고 미국과 같은 분석을 내 왔지만, 북한은 이를 의도적으로 배제한 것으로 읽힌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거듭 김 총비서의 발언을 두고 "북한이 대화의 여지를 보였다"고 평가하며, 북측에 "능동적으로 호응하라"고 강조해왔다.

이러한 북한의 의도적인 배제는 북한이 남북관계보다는 북미관계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을 시사한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 부부장은 최대한의 간결한 담화문을 통해 미국의 태도를 더 지켜볼 것임과 함께 대화재개를 위해서는 미국 측의 노력이 더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보냈다"면서 "미국이 이전보다 전향적인 입장을 갖고 북한과의 대화에 나서길 촉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현재 한국을 방문해 대북 메시지를 내는 등 우리 정부 당국자들과 만나 대북정책을 조율하고 있는 김 대표에 대한 반응이 아닌 설리번 보좌관에 발언에 대한 반응이라는 점도 눈에 띈다.

이는 김 부부장이 자신의 북미 대화 카운터파트가 김 대표보다는 설리번 보좌관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으로도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somangcho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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